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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동으로 떠나는 가을여행~

  • 2018.10.12(금) 11:16

[페북 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요즘 거리에 나서보면
여름부터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
옷차림이 모두 제각각이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탓에
거리풍경은 계절을 가늠하기 어렵다.


가을은 거리풍경과는 아랑곳없이
모든 이들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울긋불긋 단풍진 자연도 좋지만
도심 속 가을을 걸어도 좋다.

 


서울 종로구엔 내수동이란 동네가 있다.


경복궁과 가까운 내수동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하는
미곡과 포목, 노비 등을 조달하던 관아인
내수사(內需司)가 있던 데서 유래했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은 변해도
그 시대 햇살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내수동 입구에 있는 ZIP카페는
동네에서 커피 맛집으로 소문났다.


특히 가을이 되면 단풍길을 만들어
손님들을 맞는다.


고풍스러운 동네 분위기에 맞게
오래된 단풍나무들이 많아
커피 한잔에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최하림 ZIP카페 대표는 
카페와 잘 어울리는 계절로 가을을 꼽았다.


"낙엽을 쓸지 않고 가만히 쌓아 둡니다.
카페가 통유리로 되어있어
수북이 쌓여있는 가을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습니다.


내수동에 온 지 2년 정도 지났는데
빌딩숲에 싸여 삭막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정이 가득한 동네입니다.
주민들께서 오가다 먹을 것을
챙겨다 주시기도 합니다."

 


"저녁에는 사랑방이 됩니다.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수동이란 동네가 참 신기해요.
경복궁역에서 내려 걸어오면
빌딩으로 가득 차 있는데
한 블록 걸으면 바로 가정집이죠.


처음 카페를 시작할 때
커피머신을 파는 분이
커피를 팔 겁니까? 장사를 할 겁니까?
그렇게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커피장사를 하겠다고 답했죠.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잖아요.


올가을 저희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행복한 가을 이야기를 만들어 가세요."

 

 

골목을 조금 걷다 보면
95년 개관한 성곡미술관이 보인다.

지금은 천경우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조각정원과 카페 주변엔
10년이 넘는 100여 종의 나무와
다양한 식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가을을 만끽하기엔 안성맞춤이다.

 


그 주변을 조금 더 걷다 보면
언덕 위에 지어진 복합문화공간
에무(Emu)를 만날 수 있다.


에무는 에라스무스의 줄임말이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 물랑루즈의
작은 예술무대가 떠오르는 공간이다.

 


손미혜 씨는 에무에서 북마스터로 일한다.


"사계절 책 향기가 나는 집 에무는
사계절출판사의 책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한 북카페입니다.


저는 독자와 책을 연결해주는
통로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곳은 2010년 만들어졌어요.
미술전시와 음악공연은 물론
연극과 예술영화상영관 등이 있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공간입니다.


책과 영화도 볼 수 있고
미술관람까지 가능하니까
가을 문화산책엔 제격입니다."

 


내수동의 또 다른 매력은
곳곳에 숨어있는 오래된 맛집들이다.


문희정 씨는 일본가정식 전문인
도토리 브라더스에서 일한다.


꼭 맛봐야 할 메뉴로 
연어덮밥과 부채살 스테이크를
강력 추천한다.

 


내수동을 조금 벗어나면
서울 역사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지금은 '청년문화의 개척지, 신촌'이란
주제로 기획전시회를 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은
조선 초기 새터말로 불리다가
갑오개혁 이후 신촌으로 불렸다고 한다.
신촌의 역사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근처엔 경희궁도 있다.
1617년 짓기 시작해 1620년 완공했다.


처음엔 경덕궁으로 불렸지만
원종의 시호인 경덕과 발음이 같아
경희궁으로 바꿨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경성중학교가 들어서면서
궁궐 건물 대부분이 헐렸고
면적도 절반으로 줄면서 위상을 잃었다.


지금은 숭정전과 자정전, 태령전 등
세 전각만 복원되어 있다.


화려함은 없지만 번잡하지 않은
나만의 가을하늘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화려하게 단풍든 길이 아니어도 좋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어도 좋다.


가을 햇살이 골목골목 스며드는
어느  낯선 동네를 산책하면서
짧은 가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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