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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의 색(色)

  • 2018.11.30(금) 10:01

[페북 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엔
요즘 초겨울 스산한 바람만 가득하다.


원래 조용하고 아담했던 동네였지만
몇 년 사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 북적임 대신
스산한 바람만이 방문객을 맞는다.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 정문에서
그랜드하얏트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과 주변 골목길을 말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던 동네가
한적한 분위기로 다시 돌아간 이유가 뭘까.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없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의 취향이 바뀐 걸까?


김종순 대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그 시간을 쭉 지켜봐 왔다. 

 


"6년 전만 해도 이곳은
그냥 서울의 평범한 동네였어요.

외국인이 많다는 게 좀 달랐죠.


이 동네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수제맥주나 자국의 먹거리를 팔면서
경리단길만의 어떤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죠.


골목안은 예술인들이 모여들면서
작은 공방들이 하나둘씩 생겨났어요."

 


"경리단길의 가장 큰 매력은
골목골목 정감 가는 상권입니다.


아마도 그 당시 많은 이들이
경리단길에 매력을 느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일 겁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이곳에선
왠지 익숙한 친구가 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렇게 붐이 일면서
초기에 가게를 연 외국인들은
오히려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죠.


방문객들이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일상이 깨진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물론 가장 큰 원인은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일 겁니다.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기존 가게가 떠나면 그 자리엔
어김없이 프랜차이즈가 입주합니다.


임대료가 6년 전보다 3배나 올랐어요.
그러면서 경리단길의 첫 색은 퇴색하고
또 다른 색이 입혀지기 시작한 거죠."

 


방문객이 줄면서 빈가게는 늘었는데
그런데도 임대료는 더 낮출 수가 없어
그냥 비워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전에 그 경리단길로 돌아가기엔
자본의 욕망이 너무 커져 버렸다.


걸어 다니며 즐겨야 할 문화 속에
자동차가 들어오면 그 문화는 끝난다.


젊은이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하나둘씩 피어난 특유의 문화가
거대 자본의 좋은 먹잇감이 된 셈이다.

 


'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경리단길 터줏대감이다.

9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독일인 미샤엘 리히터 씨가
3대째 내려오는 비법으로
독일식 오리지널 호밀빵을 만들고 있다.


김종순 대표 말에 의하면
이 빵집 건물주가 좋은 분이라고 한다.


덕분에 경리단길이 시작할 당시 문화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장소로 남아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다소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독일 빵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하다.
아르바이트생도 모두 외국인이다.


독일인인 아나카 씨는 9개월 전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왔다고 한다.


처음 빵집에 온 이들은
아나카 씨를 보고 잠시 당황한다.


아나카 씨는 그때 재빨리
"한국말로 주문하시겠어요"라는 말로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단다.

 

 

이 독일식 빵집은
분명 색다른 느낌을 준다.


독일 맥주와 부어스트 소시지
그리고 데일리 수프를 맛보면
잠시나마 유럽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맛이 그동안 경리단길로
사람들을 이끈 문화였고 매력이었다.

 


경리단길 입구에 들어서면 벽면에
각국 언어로 된 인사말이 붙어있다.


지역주민들은 현재 경리단길이
턱걸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직 발이 바닥에 닿진 않았지만
절박한 간절함이 묻어난다.


지역주민들의 이 마음처럼
경리단길만이 가지고 있던
예전 그 고유의 색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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