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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공기업' MB탓 맞다..감사원은 뭐했나

  • 2013.06.12(수) 19:10

감사원이 12일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에 관한 감사 보고서를 내놨다. 결론은 이명박 정부가 대형 건설·토목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수익성을 과대평가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함으로써 공기업들의 빚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감사를 받은 9개 공기업의 부채 증가 실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2007년말 128조원이었던 이들 공기업 부채는 2011년말 284조원으로 121%가 늘어났다. 이자가 발생하는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90조원에서 205조원으로 128% 증가했다. 9개 공기업은 한국전력, 토지주택(LH)공사, 가스공사, 도로공사, 석유공사,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등이다.

 

이들 공기업은 빚만 늘어난 게 아니다. 차입금 의존도(총자산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는 50.5에서 66.3으로 높아져 재무구조가 더 불안정해졌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4.0%에서 1.3%으로  낮아져 수익성도 악화됐다. 영업활동후 현금흐름으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부채상환계수)도 58.9에서 18.1로 급락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자보상비율)도 나빠졌다. 재무구조와 수익성, 현금흐름의 안정성 등 주요 재무지표가 모두 안좋은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아래 표 참고)

 

비교 시점을 들여다보면 감사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후 정부 출범을 앞둔 시기(2007년말)부터 4년간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다시 말해 보금자리 주택과 4대강 사업, 도로건설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공기업들이 빚더미에 올라앉고 재무상황이 엉망이 됐다는 것이 이번 감사의 요지다.

 

◇ 도대체 무슨 일들을 어떻게 벌였길래…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08년 9월 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을 마련하면서 지역이나 주택 유형별 수요분석을 하지 않은 채 2018년까지 150만채의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키로 했다. 1년쯤 후에는 당초 2018년까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 보금자리주택 30만호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대폭 앞당겨 2012년까지 32만호를 조기 건설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정부가 수요와 공급가능 여부 등도 검토하지 않고 계획을 변경했다고 결론내렸다. 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으니 집행도 마구잡이로 이뤄질 밖에. LH는 정부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무 역량이나 사업 타당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다. 곳곳에서 사달이 났다.

 

분당 신도시 규모의 광명시흥지구는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였다. 인근 9개 지구에서 주택 9만호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광명시흥지구에 다시 9만5천호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광명시흥지구 사업은 재원부족 등으로 인해 지난해 10월까지 보상착수도 이뤄지지 못했고 이는 결국 LH의 부채증가로 귀결됐다.

 

LH는 2009년 9월 김포한강신도시 등으로 수요부족이 예상된 상황에서 인천검단1지구 사업을 강행해 지난해 10월까지 1조6000여억원을 투자했다. 결국 LH는 수요부족으로 인해 부지조성 공사에도 들어가지 못했고 금융비용으로 1100여억원을 부담했다.

 

이를 포함해 LH는 5개 택지 및 4개 신도시 개발사업(총 사업비 28조6700여억원)에 8조6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사업이 지연되자 금융비용으로 1조1100여억원을 짊어져야 했다. 남은 20조100여억원의 사업비도 금융부채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해 전기 과소비를 조장하고 재무구조를 스스로 악화시켰다. 도로공사는 교통량 과다측정이나 정책적인 이유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도로를 건설하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2007~2010년 사이 개통한 '익산~장수' 등 9개 고속국도는 2011년 교통량이 예측량 대비 평균 47%에 불과했다. '주문진~속초' 등 건설 중인 7개 노선은 30년간 운영 후에도 미회수 금액이 총 1조92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정부는 4대강 사업 95개 공구 중 33개 공구 공사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추진토록 하면서 합리적인 지원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공기업들이 떠안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등 관련부처 장관에게는 이들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과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 할 만한 지적을 했다. 그런데 아쉽다.

 

이명박 정부가 벌인 '정권 차원의' 토건정책. 관련 사업을 떠맡아 집행한 주요 공기업들의 부채 증가와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은 결국 정권과 정부에 있다. 정책 입안에서부터 집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를 통해 지적한 공기업의 문제점들은 그동안 국정감사나 시민단체의 고발, 언론보도 등을 통해 대부분 알려진 내용들이다.

 

감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정책입안과 집행 과정에서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이 과정에서 공기업들이 왜 국민적 공분을 사야 하는지를 인식시켜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입안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감사원은 뭘했나. 제대로 된 지적사항, 개선방안 하나 내놓지 않았다. 감사에서 밝힌대로 이명박 정부 출범후 4년이나 그런 일들이 반복·지속돼 왔는데도 말이다. 그 당시에도 공기업의 빚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었고 국민들이 낸 혈세는 낭비되고 있었다.

 

감사원은 헌법 제97조와 감사원법 제20조의 규정에 따라 국가의 세입ㆍ 세출의 결산을 검사하고, 국가기관과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를 상시 검사ㆍ 감독하여 그 집행에 적정을 기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감사원의 권한과 직무 범위는 함부로 침해받지 않도록 헌법에 그 설치 근거를 두고 있다. 대통령 소속 기구이긴 하지만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된 지위를 갖고 있다. 감사원에는 현재 1천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하고 있고, 올해 책정된 예산은 1천억원을 넘는다.

 

감사원의 기능과 책무가 사후약방문에 그쳐서는 안될 일이다. 정책 입안과 집행 단계별로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의 회계를 상시 감독하고 감시해서 재정과 혈세가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미 알려진 문제점들을 종합 정리해서 공기업들을 질타하고, 부처 장관들에게 '앞으로 잘하란 말이야'라고 통보하는 게 감사원의 책무는 아닐 것이다. 주먹구구와 비효율로 수많은 돈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뒤에 뒷북이나 치는 게 감사원이라면 왜 이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않겠는가.

 

[표] 9개 공기업 재무지표 변화 (자료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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