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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논란]2-① 소니 vs. 도요타

  • 2013.08.06(화) 11:35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이 2013년 뜨거운 여름 재계의 최대 '핫'한 화두다. 제 2,3주주를 비롯한 소수주주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사회가 회사 경영을 더욱 꼼꼼하게 감시토록 하는 등 얼핏 보면 경제민주화법안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지배구조를 특정 방식으로 강제하고 의무화하는 '지배구조 강제 법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전 세계 자본시장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는 투기자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상법 개정안 시리즈 2부에서는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제기되는 소니와 도요타의 차이, SK와 소버린 사태, 칼 아이칸의 KT&G 공격 등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편집자]

 

상법 개정안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마다 다른 지배구조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10년 전과 지금 소니와 도요타의 '하늘과 땅 차이'를 보면 선명해진다.

 

일본의 '국가대표' 간판기업으로 수십년 간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소니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반대로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는 무슨 이유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우뚝 일어섰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정확히 10년 전 일본의 상법 개정 이후 지배구조를 선택할 때 극명하게 엇갈렸던 두 회사의 결정을 떠올린다.

 

◇ 10년 전 일본의 상법개정안, 어떤 내용 

 

2003년 일본은 상법을 개정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미국형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전격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일본의 독특한 기업문화의 바탕인 그들만의 '족벌형' 구조에서 탈피해 선진 금융자본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10년 전 일본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지금의 우리 개정안과 매우 흡사하다. 경영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를 대폭 강화했다. 위원회등설치회사(委員會等設置會社) 조항을 통해 기존의 감사제도를 없애는 대신  이사회 안에 경영자 지명, 보수, 감사 등 3개의 위원회를 각각 설치하도록 했다. 각 위원회의 구성원 중 반드시 과반수 이상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했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진의 감시, 견제, 감독을 매우 공고하게 한 것이다.

 

우리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집행임원제도도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와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식 제도를 강제하지 않고 '미국식이냐 일본식이냐'선택하게 했다. 여기서 소니와 도요타의 선택은 어땠을까.

 

◇ '미국식'을 택한 소니..추락의 시작

 

2차 대전 패전 이후의 폐허 속에서 천재기술자 이부카 마사루(井深大)와 명경영자 모리다 아키오(盛田昭夫)가 손잡고 만든 소니. 그 성공 스토리는 이미 신화와 전설이다. 그런 소니가 2003년 상법 개정 후 일본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미국형 지배구조를 도입했다.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감독과 경영 기능을 완전히 분리했다.

 

일본 상법 개정안에 따라 소니는 기존의 감사위원회를 폐지하고 이사회 산하에 인사·감사·보상의 3개 위원회를 설치했다. 집행임원제 역시 도입해 이사회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일본인 최초로 '글로벌 경영인'을 표방했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이후 소니는 추락을 거듭했다. 2000년대 들면서 워크맨 처럼 소니의 혁신과 창의성을 자랑하는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이데이 회장은 전자와 콘텐츠의 융합을 내걸었지만 이도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이데이 회장은 자신이 도입하고 뽐냈던 미국식 지배구조의 희생양이 됐다.

2005년 이데이는 결국 쫓겨났고 소니 미국법인 사장 하워드 스트링어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해까지 소니 최초의 외국인 회장을 지낸 스트링어 역시 소니를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며 1조엔(한화 약 11조 3000억원) 가량 순자산도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어도 잘 모르고, 근무 역시 주로 미국에서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소니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가 신임 CEO로 취임해 게임과 전자 부문을 통합시키는 등 소니의 부활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소니는 최근 들어 또 한번 굴욕을 겪고 있다. 야후를 저격했던 헤지펀드가 소니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지난 몇 년 동안 전자제품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함께 보유해 시너지를 낸다는 입장을 확고부동하게 유지해왔다. 그런데 미국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 LLC'의 다니엘 로엡 대표가 소니 히라이 CEO에게 편지를 보내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부분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11억 8000만달러에 달하는 보통주 6.3% 지분을 가진 로엡이 소니의 '신조'에 제동을 건 것이다. 로엡은 또 편지에서 "소니 이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10년 전 소니의 선택과 이후 이같은 몰락을 '까마귀 날 자 배 떨어졌다'고 할 수만은 없다. 당시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전자 같은 지금 비틀거리고 있는 일본의 '10년 전' 간판기업들도 소니와 같은 선택을 했었다.


◇ '다시 우뚝'..도요타만의 경영 방식이란

 

물론 '제품'의 차이도 있었다. 소니는 지난 10여년 간 영화, 게임 등 유행성 콘텐츠 사업에 초점을 맞추느라 좋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소홀했다. 반대로 도요타는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좋은 자동차 만들기에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 대지진에서 다시 우뚝 선 밑바탕에는 좋은 차 말고도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주주뿐 아니라 은행, 직원, 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균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외국 투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힘이 센 이들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소니가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유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미국 포춘)의 아시아 단골 1위 도요타는 달랐다. 2003년 상법 개정으로 주어진 선택의 순간, 도요타는 일본식을 고집했다. 당시 조 후지오 사장은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경영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도요타에는 도요타만의 경영방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일본 기업들이 경영과 감사를 분리하며 경영의 투명성을 외쳤지만, 도요타는 회사 내부 사람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경영진을 관리 감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도요타는 사외이사제, 감사위원회 같은 미국식 제도를 채택하지 않았다. 사외이사 한 명 없이 스스로가 스스로를 견제하는 방식이다. 도요타의 경영체제는 회장과 사장이 주도하고 그 밑에 전무회의와 경영회의가 보좌하는 형태다.

 

물론 도요타가 미국식 구조조정을 안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구조조정을 하면서 한때 60명에 달했던 이사 수를 그 절반 아래로 줄이고, 연공서열제를 폐지하고 능력에 따른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경영진과 이사회는 여전히 회사 내부에서 승진한 임원들로만 채워졌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종신고용의 전통도 2009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유지해 오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도요타식이었다. 2009년 전년인 2008 회계연도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위기의 도요타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14년 만에 접고 창업자의 4대손, '황태자' 도요타 아키오 사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족벌경영 체제로 돌아갔다"거나 "도요타의 천황이 다시 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키오 사장은 취임 이듬해 미국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리콜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미 의회 청문회에서 눈물까지 보여 '못난이 아키오'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동일본 대지진까지 겹치며 취임 초반 3중고에 시달렸다.

 

그러나 도요타는 다시 부활, 아니 재도약하고 있다. 강력한 지도력이 가능한 지배구조, 품질에 대한 시장 신뢰 회복에다 엔화 약세의 '순풍'까지 타고 있다.

 

지난 2분기(4∼6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2253억엔(약 70조7800억원)과 6천633억엔(약 7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7%, 87.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3.6% 급증한 5621억엔(약 6조3600억원)을 거뒀다. 나아가 도요타는 올해 전세계 생산 대수를 1012만대로 높여 세계 최초의 연간 1000만대 생산 기록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다. 주가 역시 연초 대비 30% 가량 상승했다.

 

유행과 시스템에 신경을 쓰며 최신의 경영감시 시스템을 도입했던 소니와, 일본식을 고집하면서 본업에 전력투구했던 도요타는 명암이 엇갈렸다. 그 원인 중에 하나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기업지배구조와 전문경영자 시스템이다. 물론 도요타식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기업지배구조과 경영시스템에 정답은 없다. 국가가 법으로 하나의 정답을 강요해선 곤란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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