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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 가능할까.. 대통령 속내는?

  • 2013.08.20(화) 18:32

"무조건 증세부터 꺼내지 말라"
복지재원 마련위한 우선순위 설정
정치권 압박으로 '경제·세수' 두 토끼 잡기

"복지공약을 실천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증세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해야 한다"
 
"증세는 경제 회생에 도움이 안되고 조세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증세보다는 복지공약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서민·월급쟁이들의 세부담을 늘리는 세법개정안을 부랴부랴 거둬들이고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논란이 뜨겁긴 해도 결론은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 결국 선택의 문제다. 보편적 복지를 실천하려면 세금을 더 걷을 수 밖에 없고, 세금을 더 걷지 않으려면 복지공약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이 논란과 관련해 사안의 우선순위를 정리했다. 증세를 논의하기에 앞서 선행 과제들을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복지공약 실천을 위해 증세 카드를 먼저 꺼내들 것이 아니라 ▲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탈세를 근절하고 ▲ 세출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줄여나가고 ▲ 부처간 협업과 면밀한 집행을 통해 재정누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다. 

증세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민에 대해서 가져야 될 기본자세는 조금이라도 부담을 적게 해 드리면서도 국민 행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 세부담은 가급적 줄이되 앞서 언급한 방법들을 동원해 복지공약 실천에 매진해달라는 주문이다.
 
증세와 복지를 일도양단해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 복지공약을 최대한 사수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증세없는 복지론'을 재확인한 셈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할 때 앞으로 정부의 세수확보 대책은 증세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구조조정, 예산 누수 축소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고소득 자영업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부처 이기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한 만큼의 재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증세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경우 경제를 회복시켜 세수기반 자체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증세 논의의 다른 편에서 경제활성화 언급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을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계류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대표적 사례로 들면서 이들 법안의 통과가 경제활성화와 세수확보에 중요한 만큼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 "무조건 증세부터 얘기할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사진)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가 국민에 대해서 가져야 될 기본자세는 조금이라도 부담을 적게 해 드리면서도 국민 행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무조건 증세부터 얘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 뽑고 세출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줄이고 낭비되는 각종 누수액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노력들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세를 논하기에 앞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지하경제 양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복지)공약을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세수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관건"이라며 "그런 점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없애서 조세형평과 조세정의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복지 등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으로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지하경제 양성화 후속 조치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차 세법개정안이 서민·월급쟁이들의 반발에 부딪힌뒤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부족한 세수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저항으로 정부안이 후퇴하면서 예상되는 세수 감소분은 4400억원 정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고소득 자영업자 세금 탈루에 대응하기 위해 세제·세정상 제반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국세청은 특별 관리해 온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탈루 조사의 강도를 높이기로 하고 학원, 예식장, 룸살롱, 성형외과 의사, 변호사, 사채업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추진중이다. 특별관리 대상인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로 추징한 세금은 지난 5년간 1조3000억여원에 달했다.

앞서 국세청은 올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4대 분야로 대재산가와 민생침해 사범, 역외탈세자, 고소득 자영업자를 선정해 집중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역외탈세의 경우 10억원 이상의 해외금융계좌 보유 사실을 자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47명에 대해 기획 점검에 착수했으며, 미신고 사실이 확인되면 세무조사도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세청, 관세청 등이 힘을 합쳐연간 2조원 정도의 탈세가 이뤄지는 가짜 석유 단속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극복하고 숨은 세원을 발굴할 수 있느냐가 남은 과제다.

◇ "예산안 국민에게 믿음 주는 것이 중요"

박 대통령은 세출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내년 예산안 편성과 관련, "여러 부처가 중복 수행해 온 유사사업들을 통폐합하고 매년 관행적으로 반영했거나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작업이 이번 예산안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예산이나 R&D 예산 등은 전달체계상 적지 않은 예산 누수와 낭비가 있어 왔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 3년 동안 확인된 복지 누수액만도 6600억 원이고, 확인되지 않은 누수액은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 누수액 문제는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이 지적된 바 있다.
 
대통령은 앞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부처협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부처 칸막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과세당국과 부처·지자체간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거두지 못하는 세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내가 낸 돈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시각▲우선 순위 결정 ▲ 누수방지 등을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 마련시 지켜야 할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복지공약을 실천하려면 최후의 수단으로 증세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데,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예산 편성과정에서부터 국민의 시각, 즉 '민심'을 감안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업 부풀리기 등으로 예산을 빼내 쓸 궁리만 하고, 부처간 칸막이로 거둬야 할 세금을 못 걷고, 불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낭비해서는 국민에 손을 벌릴 명분을 찾을 수 없다.   

상반기 세수가 10조원 가량 펑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가 내년 예산과 기금으로 요구한 돈은 총 364조7000억원으로 올해 예산(342조원)보다 22조7000억원(6.6%)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라 살림살이를 맡은 기획재정부는 이달초 각 부처에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의 10%를 우선 삭감하라고 요구하면서 허리띠 죄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내달말 발표될 2014년 예산안에는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길 공산이 크다.

 
[수석비서관회의 주재하는 박 대통령]

◇ '정치권 압박' 카드..경제 살리고 세수도 확보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 이어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두 가지 법안을 사례로 들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국회에서 수정된 FIU(금융정보분석원)법과 현재 계류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지하경제 탈세를 뿌리뽑기 위해 지난번에 FIU(금융정보분석원)법 등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로 (국회에서) 수정이 돼 세수 확보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며 "특히 국회에 계류된 외국인 투자 촉진법 같이 주요한 관련 법안들은 경제활성화와 세수 확보에도 중요한 사항들"이라고 말했다.

FIU 법의 경우 금융정보를 제한없이 이용할 경우 연 6조원의 추가 세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지만 국회 처리 과정에서 정보이용 범위가 축소되면서 기대 세수는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외국기업과 합작시 보유 지분율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법안 처리가 되지 않아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 GS칼텍스 등이 추진하는 2조3000억원대 합작건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경기활성화 관련 법안이 총 14개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투자와 벤처, 주택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법안들로 야당은 특정 대기업이나 부자들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것은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때에만 가능하다"며 "정부가 국민들께 세금 부담을 덜 주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왜곡해서 해석하기 보다는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끝까지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의 입장에서 거듭나서 국민의 삶을 챙기는 상생의 정치를 해 주기를 바란다"며 "국민들을 위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해서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다같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이 경기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야당의 원내 복귀를 압박하고, 관련 법안들의 통과로 경제활성화와 세수 확보의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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