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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총수 오찬, '상법개정안' 주목받는 이유

  • 2013.08.27(화) 15:25

오는 2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와의 오찬은 재계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킬 이벤트다.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그룹 총수들은 이날 모임에서 돌아가면서 3분 정도씩 발언할 기회도 갖는다. 그룹별로 하반기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계획 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의 초점을 경제활성화에 맞추고 있고, 대통령 취임후 재계 대표들과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재계로서는 일정한 '성의표시'가 불가피한 자리다.
 
재계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대목들도 있다. 경제민주화 입법의 속도조절, 통상임금 문제,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신속 처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중 상법개정안은 특히 민감하다. 최근 재계가 19개 경제단체 명의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경제민주화 입법중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8일 청와대 오찬에서 전경련이나 대한상의 같은 재계 단체의 장(長)이 총대를 메고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상법개정안의 수정 필요성을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여당이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 상법개정안의 수정을 검토중이지만 수정안이 마련되더라도 국회 처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은 벌써부터 경제민주화의 후퇴는 안된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당 내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대체적으로 수정이 블가피하다는 인식이 많은 가운데 일각에서 '지킬 건 지켜야 한다'며 원안 유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대기업 회장단과 티타임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박 당선인은 "대기업도 좀 변화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 與, 상법개정안 '수정 불가피'..경실모 반발

새누리당은 이달초 청와대, 국무총리실 관계자가 참석하는 당정청 회의를 열고 상법개정안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청와대와 정부도 법무비서관·차관보급 회의에서 상법개정안 관련 쟁점들을 협의해 일부 조항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정청 실무자들은 대통령-총수 오찬을 하루앞둔 27일에도 총리공관에서 모임을 갖고 상법개정안 완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법무부의 입법예고 이후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와 집행임원제, 다중대표 소송 등 상법개정안 주요 내용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반발해왔다. 마침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경제운용 기조를 전환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재계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고 당정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상법개정안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원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영권 위협을 넘어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당내 일각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27일 정부의 상법개정안과 관련해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실모는 대통령과 10대그룹 총수 모임을 하루 앞두고 긴급회의를 개최, 이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경실모 멤버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전날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상법 개정안은 부당한 경제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고, 투명한 경영 관행을 확립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비교적 잘 반영된 고육지책"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그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를 왜 만드냐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2002년까지 시행하던 제도였고, 증권거래법 조문에도 명시돼 있다"며 "서구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 우리보다 10배, 20배 강력한 규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리 선출이나 집중투표제 같은 사소하고 미미한 규제를 둘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가 요구하는 전면 재검토나 백지화는 말이 안되며 원안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실모는 다만 상법개정안중 '감사위원회 구성 시 최대주주 3% 제한 룰'은 충분한 당내 논의가 없었다며 추가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野 '상법개정안 후퇴' 불가…"원안 유지해야"

민주당은 "상법개정안 후퇴는 재벌의 기득권을 위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28일 청와대 대통령-재벌오너 회동에서 상법개정안을 완화하는 내용이 나오더라도 이를 재벌 기득권 보호용으로 규정해 원안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감사위원 임명권 제한과 집중투표제는 경영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오찬에 대해서도 "재계의 상법 개정안 반발 직후 성사된 면담이라는 점에서 국민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며 "법안이 후퇴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고 미리 침을 꽂았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기업과 재벌들의 기를 살려준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경제민주화 정책에서 너무 많이 후퇴하고 있는데, 상법개정안까지 완화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경제단체들의 상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 요청과 관련, 재계는 물론 정부·여당이 한통속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재벌 총수들의 전횡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상법개정안은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이라는 점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상법개정안 완화 = 재벌논리에 굴복 = 경제민주화 후퇴 = 대선공약 파기'라는 논리를 내세워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전경련 박찬호 전무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T빌딩에서 19개 경제단체 명의의 상법개정안 전면 재검토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상법개정안은 '리트머스 시험지'..9월 기다리는 법안들

상법개정안은 경제민주화 공방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 대통령 공약사항임을 내세워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현 정국에서 상법개정안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파급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상법개정안 후퇴가 공약파기나 경제민주화 포기로 인식될 경우 부작용이나 후폭풍을 만날 수 있고 이같은 민심은 향후 지방선거 등에서 집권여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월급쟁이 세금폭탄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당정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세법개정안과 마찬가지로 경제민주화도 경제논리외에 면밀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상법개정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는 9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규 출자외에 기존의 순환출자까지 해소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15%에서 5%까지 낮추는 법안 등이 9월 국회에서 통과여부가 결정된다.
 
이밖에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은행외에 제2 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법안,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도 다뤄지게 된다. 28일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들간의 오찬에 재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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