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국감 키워드]⑤ 신의 직장

  • 2013.10.24(목) 14:05

천문학적 부채에도 매년 성과급 잔치
대학원 무료…연봉 1억 5000만원에 차량 관리

매년 국감 때마다 의원들은 공기업,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엄하게 질타한다. 그럼에도 바뀌는 것은 별로 없이 그저 그 회사들이 얼마나 좋은 직장인가를 국감이 홍보해 주는 '노이즈 마케팅'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래도 국감은 필요하고 계속 지적하고 꾸짖어야 한다. 우리가 내는 세금, 각종 수수료 등이 직간접적으로 직원들 연봉, 복리후생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神)들만 근무할 수 있다? 아니 신들도 취업 바늘구멍을 뚫기 힘들다는 '신의 직장'들이 우리의 쌈짓돈으로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과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2013 국정감사에서 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부채 150조원, 에너지 공기업 백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는 모두 합쳐 15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직원들에게는 천국, 신의 직장이다. 특히 신입사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에 따르면 12개 에너지 공기업의 2013년 대졸 신입 사원 평균연봉은 3220만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ㆍ공공기관 41곳의 평균보다 200만원 가량 높았다.

같은 당 김상훈(사진) 의원은 특히 부채비율 1~3위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 한수원의 경우 신입사원들의 연봉인상률이 매년 두자릿수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경우 2009년 2300만원의 첫해 연봉을 받은 신입사원들이 이듬해 43% 오른 3300만원, 2011년에는 15% 인상된 3800만원을 받았다. 입사 2년 만에 연봉이 65.2% 인상된 것이다.

 

가스공사는 2010년 연봉 2960만원이었던 대졸 신입사원이 2011년 36%, 2012년 20.8% 인상된 연봉을 받아 입사 2년 만에 연봉이 4866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0년 입사한 공무원의 연봉인상률이 3%, 중소기업은 5% 안팎에 불과했다.

이들 3개 회사는 '성과급 파티'도 요란하게 벌였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에 따르면 2008~2012년 에너지 공기업 12곳의 성과상여금 총액은 무려 3조3500억원에 달했다. 한전이 1조6000억원, 한수원은 6000억원, 가스공사 2000억원 등 상위 3개사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 '부채 폭탄' 수공·도공의 돈잔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관영(사진) 의원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의 부채는 총 26조원이며 지난 1년간 지급한 이자만 무려 1조원이 넘었다. 김 의원은 "올해 도로공사의 부채는 지난 2008년 20조원을 돌파한 이래 5년만에 6조원이 증가한 26조원"이라며 "지난 1년간 1조172억원을 지급해 공기업 부채 1위인 LH보다 많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도공은 성과금을 매년 올려 지난해 700억원을 비롯해 5년간 무려 3000억원을 임직원들에게 풀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부채 폭탄'을 맞은 수자원공사는 더 심각하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공 부채는 2009년 2조9956억원에서 올해 6월 13조980억원으로 4.6배 급증했다.

 

이처럼 부채 폭탄을 맞았는데도 성과급을 포함한 사장 연봉은 2009년 1억8533만원에서 지난해 2억6260만원으로, 상임이사 연봉은 1억4981만원에서 1억8952만원으로 올랐고, 직원 연봉 평균은 6293만원에서 7278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또 2008년부터 5년 동안 총 124억2900만원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전액 무이자 융자로 지원했다. 이 의원은 "매년 크게 오른 임직원 연봉과 성과급에다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지원까지 고려하면 수자원공사는 '신이 내린 직장'인 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오영식 의원은 "한전 사장은 1억3000여만원, 가스공사 사장은 1억8000여만원 등 억대 성과급을 챙겼고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성과급이 3500여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두 곳의 복리후생은 신도 부러워할 만하다. 도공과 수공은 직원들에게 대학원 학비로 최대 7000만원을 주고 있다.김관영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도로공사는 대학원 학비로 1인당 최대 7070만원, 평균 2897만원을 줬다. 또 한국수자원공사는 최대 4200만원, 평균 1769만원을 지급했다.  김 의원은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공기업이 성과급 잔치 뿐 아니라 연봉 수준의 학비를 지원하는 것은 방만 경영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 '연봉 최고액' 금융공공기관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금융공기업은 언제나 신의 직장 랭킹 상위권이다.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채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직원 평균 연봉액은 1억1453만원으로 2011년 1억900만원에서 250만원가량이 더 뛰었다. 거래소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7.2년으로, 재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9.0년에 비해 2배 가량 많다. 연봉 많고, 오래 다닐 수 있어 "신의 직장 중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거래소에 대한 질타는 매년 반복된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연봉 외에도 다른 돈을 많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거래소 직원들은 지난해 1인당 평균 11일의 휴가를 사용하고도 566만원의 연가보상비를 지급받았으며,1인당 평균 복지포인트 200만원과 경로효친지원금 580만원도 받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주 의원에 따르면 1억 50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한국거래소 부부장급 이상 간부직원 117명 중 직책이 없는 사람은 56명에 달했다. 제대로 일할 자리가 없다는 말인데,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차량관리, 시설관리, 예비군·민방위 업무 등으로 조사됐다.

지난 3년간 편법으로 72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은 "거래소는 5년 연속 공공기관 최고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편법적인 임금인상과 과도한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하는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며 "2010년 공공기관 지정 이후 2012년 8월말까지 복지포인트를 사용해 직원 한 명 당 233만원을 추가 지급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고위직에 특정지역 출신이 많다는 통계도 나왔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본부장급 이상 주요 보직자 및 사외이사 42명 중 영남 출신이 20명으로 전체의 47.6%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도권은 11명(26.2%), 강원 충청 7명(16.7%), 호남출신은 4명(9.5%)에 그쳤다. 강 의원은 "신의 직장인 거래소의 인사가 보은인사, 모피아 낙하산인사, 지역편중 인사로 얼룩져 있다"며 "기형적 인사형태는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평균 연봉 4위(9364만원)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상품권 잔치를 벌여 지적을 받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낙연(사진)의원은 "수은이 올해 상품권 구입비로 총 6억6300만원을 써 임직원 1인당 90만원어치씩 상품권을 나눠줬다"며 "예산과 별도로 사내복지기금 등에서 지급한 1인당 60만원 상당의 상품권까지 더하면 1인당 15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은 셈"이라고 밝혔다. 수은은 또 지난해 12월 직원의 방한비 명목으로 한 벌에 24만7000원에 달하는 아웃도어 재킷을 890벌을 구입해 2억2000만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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