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국감 키워드]⑦ 역차별

  • 2013.10.29(화) 14:13

일부 경제민주화법안, 외국기업 '반사이익'
국내 포털 역차별…에쿠스·갤럭시노트3 "해외가 더 싸"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나 장치가 오히려 상대방의 발목을 잡거나 차별하는 것을 역차별이라고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역차별, 일부 대기업의 국내 소비자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깃발을 내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각종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되레 외국계 기업에 반사이익을 주고 국내 중소기업에는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외국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경제민주화 입법이 국내기업 역차별을 조장해 엉뚱하게 외국계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부 경제민주화 입법이 '묻지마'식으로 이뤄져 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역차별 사례를 조목조목 들었다.

 

최 원내대표는 "최근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세계 2위 외국 면세점 업체가 따내고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위탁 운영자도 미국 대기업 한국지사가 선정됐다고 한다"면서 "대기업 입찰 제한 입법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가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외국계 대기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까지 하면서 경제민주화 법안의 수정·보완을 적극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국정감사 상황점검회의에서 최경환(오른쪽 두번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발맞춰 28일 관세청 국감에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김해공항 면세점 DF2구역 사업자로 글로벌 면세점업체인 듀프리의 국내 자회사인 '듀프리 토마스쥴리코리아'가 선정됐는데, 이 곳은 관세법 개정에 따라 관세청이 지정한 중소·중견기업 대상 구역. 듀프리는 연 매출액 4조로 세계 2위의 거대 면세점임에도 지난 8월 자본금 1천만원으로 세운 한국 자회사가 중견기업 자격으로 이 구역을 낙찰받은 것이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대기업을 배제한 이유가 중소·중견기업을 우대하기 위해서인데, 듀프리에게 낙찰된 것은 문제"라며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듀프리 낙찰 과정에서 낙찰가 유출 의혹도 나왔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김해공항 DF2구역은 낙찰 전 3회 유찰되는 동안 동화면세점이 150억원을 냈지만 듀프리는 200억100만원을 제출했다"며 "입찰과정에서 공항공사가 200억원의 가이드라인을 듀프리에 제시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 포털, SW 등 국내 IT 역차별

IT 분야 국감에서의 화두는 줄곧 '역차별'로 모아졌다.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 의원들은 정부의 인터넷 검색 개선 권고안이나 인터넷 실명제 등 인터넷 규제가 국내 기업의 손발을 묶는 반면 해외 기업은 손댈 수 없는 모순에 처해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미래부가 발표한 검색 서비스 개선 권고안이 이런 역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유승희(사진) 민주당 의원은 "미래부 권고안에 따르면 국내 포털들은 자사 검색 뿐 아니라 구글이나 야후의 검색 내용도 보여줘야 한다"며 "인터넷 사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역차별을 통해 인터넷 사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지난 9월 기준 유튜브를 포함한 구글 월 방문자는 3020만4000명으로 3125만4000명인 네이버를 근소한 차로 추격했다"며 "또 인터넷 실명제로 유투브의 시장 점유율이 1.6%에서 74.4%로 급상승하는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로 해외 기업만 반사이익을 얻고 국내 사용자는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인터넷 실명제는 국내 인터넷 업체만 발목 잡은 규제"라며 "인터넷 실명제를 피해 간 유튜브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국내 동영상 UCC 서비스는 쇠락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게임 규제와 관련해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게임 셧다운제가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만 일으켰다"며 "갈라파고스 규제(세상과 격리된 섬처럼 국제적 흐름과 단절된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인터넷 실명제와 포털 사업자 권고안 등은 역차별이 아니다"면서도 "유투브에 대해서만 (역차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으로 국내 시스템통합(SI) 대기업이 입찰에 제한을 받은 반면 한국IBM이 수백억원 규모의 사업 입찰을 따내는 등 IT업계에 '국내기업 역차별 논란'은 일파만파, 거세지고 있다.

◇ 자동차, 스마트폰 국내 소비자는 '봉'?
 

국회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공정거래위에 대한 국감에서 현대자동차가 미국 소비자와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75%로 사실상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음에도 이중 가격 정책과 상이한 부품 보증기간을 적용하는 등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 에쿠스의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보다 4000만원 비싸다"며 "또 동력 계통 부품 관련 미국은 10년간 16만km를 보증하지만 우리는 5년간 10만km 보증에 그치며, 일반 부품도 미국은 5년,9만km지만 우리는 3년,6만km 보증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이어 "미국에서는 사고가 나면 출동하는 긴급 서비스가 있고 거리 역시 무제한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또 미국에서는 4세대 에어백을 아반떼에도 장착하지만 우리는 에쿠스 등 고급 기종을 제외하면 2세대 에어백을 장착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에 대해 "에어백이나 애프터서비스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자동차 규제, 법규, 시장 환경의 차이"라며 "국내 소비자를 우선으로,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격이 유독 우리나라만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무소속 강동원(사진) 의원은 미래부 국감에서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갤럭시노트3' 국내 출고가는 106만7000원이지만 부품원가는 판매가의 4분의 1 수준인 25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미국에서 출시되는 모델은 국내 모델과 똑같음에도 29만원이나 더 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인도,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국내서 유통되는 단말기 가격이 적게는 17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 이상 높게 책정됐다"며 "단말기 제조사들은 부품원가를 공개하고, 부풀려 있는 스마트폰 출고가를 내려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삼성전자 백남육 총괄 부사장은 "단말기 가격에는 부품, 제조원가, 관리비 등이 다 포함되고 나라마다 세금 등이 다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제품 원가는 영업 기밀"이라고 공개를 거부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