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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근로자이사, 서울·성남시의 혁신? 과욕?

  • 2017.01.19(목) 10:26

서울시 임명 시작...1월 10개 산하기관 예정
성남시도 도입...찬반 논란은 여전

서울시가 지난 5일 국내 1호 근로자이사를 임명했습니다. 주인공은 서울연구원 배준식 이사(사진)입니다. 성남시도 이름만 다른 '노동이사제'를 도입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찬성과 반대가 팽팽합니다. 어떤 주장이 대립하고 있을까요?

 

▲ 배준식 근로자이사(왼쪽),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 근로자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근로자 경영참여제도입니다. 지난 9월 공포된 서울시 조례에 따라 정원 100명 이상인 13개 산하기관은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의무도입기관 13개사 가운데 서울연구원과 통합을 추진중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제외한 10개사는 이달 중 근로자이사를 임명할 예정입니다.

 

성남시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먼저 실시한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와 달리 노동의 가치를 강조한다는 취지에서 ‘노동이사제’란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요. 산하기관 중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인 곳에 도입됩니다. 서울시 근로자이사제가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에 적용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기관에 적용되도록 한 것이죠.

 

 

◇ 근로자이사가 하는 일은?


근로자이사는 법률과 정관에 근거해 주요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임기는 3년이고, 무보수이지만 이사회 회의 참석수당 등 실비가 제공됩니다. 책임도 가볍지 않습니다. 근로자이사는 법, 조례, 정관 등에서 정하는 제반사항을 지켜야 하며, 뇌물을 수수할 경우 공기업의 임원과 동일하게 공무원에 준하는 형법이 적용됩니다.

 

근로자이사제가 국내에 첫 도입된다는 소식에 찬반논란이 치열합니다. 찬성하는 쪽은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쪽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로,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 찬성 “노사간 소통의 다리 놓을 것”

 

근로자이사제는 유럽연합 28개국 중 18개국에서 시행중입니다. 적용되는 회사의 유형이나 규모, 이사회 참여정도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근로자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근로자이사제는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대립과 갈등에서 협력과 상생으로 바꾸고, 소통의 단절과 갈등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될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의 핵심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근로자가 경영에 직접 책임을 갖고 참여하기 때문에 노사협의에 비해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가능해집니다.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이사회 외부에서 요구하는 것은 다르다”며 “노사협의에 더해 노동자가 경영에도 참여함으로써 경영방침에 노동자의 목소리가 더욱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헌신을 촉진하고 현장의 지식을 동원해 품질과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며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공유는 신뢰 제고의 효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반대 “한국 노사 환경에서는 부적합하다”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체제의 근본을 이해하고 접근하라”며 “한국 상황에 맞지도 않고 노사관계의 근간까지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근로자가 인사와 경영에 관여할 경우 기업도 노조에 관여할 우려가 있고, 노사협의회 제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기권 장관은 노사협의회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충분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노사 간의 대립으로 이사회 결정이 늦어질 경우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근로자이사와 경영진의 의견대립으로 이사회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결국 그 손해는 주주들이 부담해야 하며, 주주가치의 제고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명백하다”며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또한 “근로자이사는 기업 발전을 위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하기 보다는 근로자 이익을 대변하는데 그 역할이 편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는데요. 지난해 성과연봉제와 공정인사제도를 둘러싼 공기업 노조와 경영자 간 대립이 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 또 하나의 쟁점 '근로자이사는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

 

근로자이사제는 찬성하지만 첫 도입된 서울시 근로자이사제에 부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울시 조례 중 ‘근로자이사가 되면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한다’란 조항이 있는데요.

 

제5조(임명) ③ 근로자이사로 임명되는 사람이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자격 또는 직을 탈퇴하거나 사임하여야 한다.
  1.「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 소속 공사 등의 노동조합원

 

권미경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노동이사제의 취지는 노동자를 기업 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노동이사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 이사회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동이사가 되면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것은 이 제도의 기본 취지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반대했습니다.

 

권오훈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 수석부위원장도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삼은 조례의 조항은 납득하기 어렵고 단결권을 침해해 위헌 가능성도 있다"며 "노동이사를 도입한 선진국에서도 노조탈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기획조정실 차미영 담당자는 “원칙적으로 임원은 노조 가입이 안되기 때문에 다른 임원들과의 형평성을 위한 것”이라며 “노조 가입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배준식 근로자이사는 “아직까지 근로자이사의 역할 정립이 확실히 자리매김이 안된 것 같다”며 “유럽에서 활성화된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자니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역할정립은 차차 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성남시는 “아직 조례 세부사항은 논의중이라 답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만큼 찬반의견이 치열합니다. 외국의 성공사례라고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우리나라 현실에 가장 부합한 제도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근로자이사제가 노사간 소통의 다리를 놓아줄지,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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