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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대기업 95%, 왜 집중투표제 거부했나

  • 2017.02.20(월) 15:07

[정치권-재계 상법개정안 대치] ⑤
165사중 8사 채택..."지배주주 전횡방지"에 "지나친 자기결정권 제약"

상법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국회에서는 최근 발생한 국정농단 사태가 '정경유착'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판단하고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다수의 장치를 마련중이다. 반면 경제계는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자, 경영권 유지비용이 크게 높아질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쟁점이 된 항목들을 이슈별로 알아본다. [편집자]

 

2015년 3월, 한국토지신탁은 사내·외 이사 4명을 집중투표제로 뽑기로 했다. 당시 한국토지신탁 지분의 3.49%를 갖고 있었던 MK인베스트먼트는 34.08% 지분을 가진 리딩밸류1호와 손을 잡고 경영권을 갖고 있던 아이스텀 앤트러스트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MK인베스트먼트가 사내이사 두명 선임에 주어진 모든 의결권을 집중시켜 9명의 이사 중 5명을 확보한 것이다. 아이스텀 앤트러스트는 지분 31.42%와 다른 소액주주인 파웰인베스터의 3.59% 주식까지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사전에 분산투표를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한 탓에 경영권을 잃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두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1주당 선임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총에서 이사를 두명 선출하는 경우 1주를 갖고 있는 주주에게 의결권 2표가 주어진다. 주주들은 이 의결권을 본인이 지지하는 이사 후보에 몰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소수주주들도 의견을 모아 표를 합치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선출할 수도 있게 돼,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다.

 

반면, 기업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외 투기자본이 이 제도를 활용할 경우를 두려워한다. 2006년 KT&G를 공격했던 헤지펀드 칼 아이칸(Carl Icahn), 2003년 SK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소버린(Sovereign)도 집중투표제를 이용했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 상법에 집중투표제를 도입됐지만 의무는 아니다. 기업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자산 10조원 이상 26개 대기업집단의 계열 상장사 165개사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곳은 8개사에 불과하다. 95.1%가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다.

◇ "지배주주 진횡 방지"

기업들이 꺼리지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개정안이 제출된 이유에 대해 박수정 전북대학교 교수는 ▲지배주주의 전횡 및 사익추구 방지 ▲이사에 대한 감독강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꼽는다. 재벌총수들이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무능한 경우 모든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신속하게 자리에서 쫓아낼 수 있는 매커니즘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자는 주장도 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수에 의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우리 모두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경제에 노출됐는데 적대적 M&A에 노출된다는 것을 언제까지 두려워할 것인가"라며 "우리 기업들이 맷집을 키우면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자기결정권 지나치게 제약...일부국가만 강제"

 

의무적으로 강제하는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많다. 최완진 한국외대 교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이사회 내부에 당파적 대립을 발생시켜 결국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규제입법"이라며 "회사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다수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국가는 멕시코, 칠레, 러시아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7개 주만 집중투표제에 강제성을 부여했다. 일본도 1950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1974년 개정을 통해 기업이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고 명시하면 완전 배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정안을 둘러싸고 한쪽은 경영권 방어, 한쪽은 소수주주 권리 옹호로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며 "주식회사의 최종의결기관인 주주총회 기능을 충분히 살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조사관은 또 우리나라는 소액주주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이를 잘만 활용해도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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