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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워치]②-1 '양날의 칼' 오너家 개인회사

  • 2018.01.08(월) 09:58

지주사체제 대기업, 평균 9개 지주밖 계열사 보유
후계승계 종자기업 역할-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타깃
SM 하림 GS 효성 하이트 등 주목

 

총수일가가 지분을 많이 가진 개인회사는 후계승계 과정에서 `종자돈`이 되거나 `종자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종자돈이 된다는건 핵심회사(주로 지주회사)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하거나 증여세를 내기위한 현금창출원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오너일가의 개인회사가 계열사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롯이 거친 벌판에서 사업한다면 문제될게 없지만,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과도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 여부는 향후 정책방향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일감몰아주기로 종자돈을 마련하는 것이 1차방정식이라면, 종자기업을 만드는 건 한차원 높은 영역이다. 종자기업은 단순한 현금창출원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그룹을 통째로 물려받을 수 있게 해주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적은 비용으로 자녀에게 종자기업을 차려주거나 지분을 증여한 뒤 일감밀어주기로 덩치를 키우고, 그룹 핵심기업을 종자기업 밑에 두면 그것으로 후계승계는 마무리된다.

 

반면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계열사 지원으로 밀어준 회사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 동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일가 입장에서 지주회사 밖에 있는 회사들은 '지배구조를 정비하기 위해 잘 드는 칼'이 될 수도,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 하이트-서영이엔티, 하림-올품이 보여주는 것


선진적인 지배구조라 불리는 지주회사 체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총수일가의 직접 지배를 받는 종자기업을 지주회사 위에 얹어놓고 자녀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하는 승계방법은 `모르면 바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재계에 일반화된 공식이다.


작년 하반기 비즈니스워치가 연재한 [격변의 재계] 일감몰아주기Ⅱ 시리즈 ⑥하이트진로 편에서 다룬 생맥주통회사 서영이앤티가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그보다 앞선 2007년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이 서영이앤티 지분 73%를 인수했다. 이후 서영이앤티가 그룹핵심 하이트맥주 지분을 보유하는 밑작업을 진행한 후 비로소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발표했다. 지금의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지주회사)→하이트맥주(핵심사업회사) 지분구도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흔히 지주회사 체제의 장점중 하나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지주회사로 집중되기 때문에 다른 회사로의 일감몰아주기 유인이 적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통설을 완벽하게 깨뜨렸다. 생맥주통을 납품하던 협력사 서영이앤티는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전 종자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세팅을 마무리했다.

공정래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농협 제외) 21개의 지주회사 편입율은 78%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평균 3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27개는 지주회사체제 안에 있고 9개는 밖에 있다는 얘기다.

지주회사로 전환했음에도 체제 밖에 평균 9개의 계열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총수 일가가 주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회사 역시 종자돈 또는 종자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우리나라 기업역사에서 창업주세대가 2세(혹은 3세)로 넘어가면서 지주회사가 대거 설립됐다. 지주회사 설립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기업총수들이 1세대다. 따라서 지주회사 2세대 시점이 다가올때 현재 지주회사 밖에 있는 개인회사들은 어떤식으로든 승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지주회사 밖 계열사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하이트진로의 서영이앤티처럼 지주회사 밖의 회사가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대표적 사례는 하림그룹의 올품이다.

 

하림그룹의 올품은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2012년 물려받은 회사인데 유상감자를 통해 받은 자금으로 증여세를 해결했다. 유상감자로 세금을 냈다는 건 회사가 금고를 열어 증여세 낼 돈을 마련해줬다는 의미다. 이후 올품은 하림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바탕으로 쑥쑥 성장하면서 하림그룹 지주회사 제일홀딩스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 독립했다 해놓고 여전히 용돈 타 쓰는 셈


2004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GS그룹은 여전히 지주회사 편입율이 58%(69개 중 40개)로 과반을 가까스로 넘는다. 그룹 지주회사 (주)GS가 품지 못한 42%(29개) 계열사중 14개 회사는 총수일가·친족 지분율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실제로 이들 회사는 지주회사 체제 안에 있는 계열사와의 거래가 적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변사람들에게 집을 나와 독립했다고 해놓고 본가로부터 여전히 용돈을 받아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총수일가 지분 27.9%가 몰려있는 GS건설도 지주회사 밖에 있다. GS그룹에서 지주회사 ㈜GS의 지배를 받지 않는 유일한 상장사이기도 하다. 지분율이 30%를 넘지않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선 제외돼 있지만 GS그룹 지배구조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이다. GS그룹의 모태인 LG그룹이 지난해 지주회사 밖에 있던 LG상사를 체제 안으로 편입한 흐름이 GS그룹의 행보에 나비효과를 불러올 지 관심이 쏠린다.

 

SM(삼라마이다스)그룹은 전체 계열사 54개중 단 15개만 지주회사 안에 있다. 지주회사 밖에는 태초이앤씨, 신화디앤디처럼 생소한 이름의 신생회사들이 많다. 그동안 한번도 세간에 이름을 오르내리지 않은 곳도 있지만 하나씩 살펴보면 후계 승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가진 곳이다.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효성그룹은 17개 계열사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이들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평균 69%에 달한다. 효성이 향후 지주회사 전환 완료를 선언하더라도 지주회사 밖에 여전히 총수일가 회사가 대거 존재한다면 온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일가와 친족이 보유한 '지주회사 밖에 있는 기업'의 면면과 SM, 하림, GS, 효성은 [지주회사워치] 후속편에서 각각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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