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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워치]③-1 지분규제 강화하면? SK 6.7조 부담

  • 2018.01.09(화) 14:30

문재인 정부, 지주사 행위제한 강화 국정과제로
상장자회사 의무지분율 10%P 높이면 기업 10조 필요
SK·셀트리온이 전체의 98%로 대부분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기 위해 2017~2018년에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강화하고 인적분할시 자사주 의결권의 부활을 방지하면서 기존 순환출자의 단계적 해소를 추진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백서 中)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중 24번 과제로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한줄의 짧은 문장은 우리나라 지주회사 역사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압축한다.

 


◇ 상장 자회사지분율 규제 30%→20%→30%(?)

국정기획자문위가 밝힌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제 강화는 부채비율과 자회사(손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의미한다. 이 내용은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강화’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최초 입법 때의 기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주회사를 처음 허용한 1999년 공정거래법은 부채비율을 100%로 제한하고 자·손자회사 지분을 최소 30%(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50%)이상 가지도록 했다. 이마저도 논의당시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검토했으나 너무 강한 규제라는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30%로 낮춰 잡은 것이다.

 

부채비율 100%와 자회사 지분율 30% 규제는 모두 지주회사의 몸집불리기를 막겠다는 정책목표가 깔려있었다. 자기돈 이상으로 돈을 빌리지 말고 자회사 개수를 늘리기보단 기존 자회사 지분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란 뜻이다.

하지만 2007년 참여정부 말기 부채비율을 200%로 완화해주고 특히 자회사 지분율 규제를 20%(비상장사 40%)로 낮췄다. 이로써 지주회사는 가진 돈 이상으로 차입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자회사 지분을 최소 20%만 맞추면 남는 돈으로 다른 회사를 더 늘릴 수 있게 됐다.

 

규제가 풀리자 지주회사 전환 행렬이 이어졌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규제완화 10년간 지주회사는 40개에서 193개로 급증했고, 대기업만 따져도 7개에서 23개로 급증했다. 숫자만 보면 규제완화의 효과가 대단해보이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반대편의 목소리도 커졌다.

 

지주회사란 제도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는데 규제완화 일변도로 흐르다보니 총수일가는 세금혜택(양도차익 과세이연)을 받아 자기돈 내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주회사도 낮아진 부채비율과 자회사 지분율 규제 덕에 계열사를 늘려가면서 경제력 집중만 더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에 지주회사 행위제한 강화를 포함한 것은 10년 전 참여정부가 주도한 지주회사 규제완화 정책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많았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와 함께 국회 차원에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하는 사안인데 이미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박찬대의원 대표발의)과 국민의당(채이배의원 대표발의)에서 제출돼 있다. 이와 함께 인적분할시 자사주 의결권의 부활을 방지하면서 기존 순환출자의 단계적 해소를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인적분할시 자사주 문제는 [지주회사워치③-2에서 다룬다.)]


 

 

 

 

 

 

◇ 지분율 규제강화하면 10조원 필요…SK·셀트리온 부담이 대부분

정부 의지대로 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주회사가 20%만으로 상장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은 경제력집중 문제와 함께 소유와 지배의 괴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할 수 있다. [지주회사워치]①시리즈에서 살펴본 상표권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지주회사가 적은 지분으로 상장자회사를 지배하면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 외에 다른 수익원으로 먼저 자회사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상표권이나 경영자문수수료다. 배당에 앞서 지주회사가 독점적으로 받는 수익이다.

반면 지분율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들이 주식 추가매입으로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 돈을 자회사 지분확대 대신 투자·고용확대에 쓰도록 하는 게 더 좋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강화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그래서 기업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봤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지주회사가 상장자회사 지분을 30% 미만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10개이다. 현재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리려면 총 5조20억원(8일 종가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상장손자회사 지분을 30% 미만으로 가진 경우는 3개다. 현재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리려면 총 5조6438억원이 필요하다.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높이면 비상장회사 사례를 빼고 상장회사만 따져도 총액 10조6458억원이 필요한 것이다. 결코 적은 금액이라 볼 수 없다.

다만 기업별로 따져보면 SK와 셀트리온 두곳만 실질적으로 영향권에 놓인다. 두 그룹의 추가매입비용이 10조3685억원으로 전체의 98.4%를 차지한다. 코오롱·한솔 등 다른 그룹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SK그룹은 지주회사 SK(주)가 자회사 SK텔레콤 지분을 현재 25.2%에서 30%로 끌어올리는데 1조309억원이 든다. 또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을 현재 20.1%에서 30%로 높이기 위해 5조6360억원이 든다. SK그룹에서만 6조 7000억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이 지분을 모두 직접 매입으로 해결하지 않아도되는 방안은 있지만 법 개정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자회사 셀트리온 지분을 현재 19.72%에서 30%로 높이는데 3조8145억원이 든다. 이는 지주회사 규제 강화 움직임이 시작됐을 때와 달리 최근 셀트리온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셀트리온홀딩스는 현행 규제수준인 지분율 20%도 맞추지 못해 1039억원어치 주식을 법 개정과 무관하게 매입해야한다. 이 문제는 [지주회사워치]③-3에서 다룬다.)

결국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 규제를 강화한다고 상당수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팩트가 아니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회사들의 자금부담이 크다는 것 또한 팩트다.

모든 규제에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이 함께 따른다. 어느 것이 무겁고 가벼움을 따지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다른 법안들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중인 기업에서는 자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문제가 인적분할시 자사주 활용문제와 떨어질 수 없는 사안이다.


논의 과정에서 추상적인 단어를 제외하고 팩트와 팩트가 아닌 것을 구분해가면서 정밀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한편 새정부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강화 방향에 맞춰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기업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CJ는 최근 계열내 지분정리로 CJ대한통운 지분율을 높였고, 한국타이어도 조양래 회장 지분을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매입하면서 해당 이슈를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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