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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대기업이 싫다는 청년들

  • 2018.02.19(월) 15:34

<청년 일자리, 다시 미래를 설계한다>3-①
내게 맞는 알짜 중견 중소기업은 어디?
대기업 못지않은 중소기업부터 키워야

우리나라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임금은 5인 미만 기업의 3.2배 수준으로 미국보다 31%, 일본과 비교하면 52%나 격차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발표된 적이 있다. 좋은 인재들이, 청년들이 대기업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마 대기업 못지않은 임금과 복지로 경쟁력을 키우는 중견·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청년들 사이에선 임금·복지와 더불어 조직문화와 비전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트렌드도 엿보인다. 이런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알짜기업을 다섯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중견기업을 다니다 대기업으로 옮겼는데 다시 중견기업으로 돌아간 친구가 있습니다. 수직문화가 너무 답답해 돌아갔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수직적인 기업 문화가 싫어 중견기업으로 옮겼다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대기업보다) 조직문화가 자유롭고, 유연하고, 대표와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그런 회사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큰 기업의 경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작은 기업은 오너 마음이라는 거죠. 오너 리스크도 상당하고요. 스타트업의 경우 오너가 회사를 팔고 나가면 쑥대밭이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안정성이나 망하지 않는다는 느낌, 탄탄한 재무구조 등은 사실 입사 전엔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중견기업인 샘표 같은 경우 복지가 아주 좋은 회사로 유명합니다. 다만 연봉은 업계 평균보다 낮아서 복지냐 임금이냐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 그래픽/유상연 기자

 

◇ 대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는 싫다 

연중기획 '청년 일자리, 다시 미래를 설계한다'에서 '나에게 맞는 알짜 중견기업·중소기업' 편을 맡은 취재기자 5명과 아이템 회의를 하면서 짧게나마 나눈 대화의 요지다.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 구직활동을 하기도 했고 혹은 주변에서 간접적인 경험담을 많이 듣는 시기이기도 하다.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얘기를 나눠봤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대기업의 수직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반감이 1번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청년들이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대놓고 "대기업에서 오라고 하면 갈래 안 갈래?"라는 질문엔 여전히 자신이 없다. 아직은 대기업 선호라는 대세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과 삶의 밸런스를 뜻하는 워라벨을 중요시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보다 더 다양한 가치에 관심을 두는 트렌드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층인 20~30대에서 더 두드러지는 흐름이기도 하다.


◇ 다양한 기회와 함께 비전을 본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단순히 기업문화에 국한한 문제는 아니다. 청년들에게 다양하고, 주도적으로 일할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개인의 비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직급과 관계없이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문화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선호도를 바꿀 중대한 변곡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출범한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경우 기존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 퇴사하고 자리를 옮긴 인력이 절반 가까이 된다. 시중은행은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회사다. 특혜 채용 논란이 유난히 심한 것도 그 방증일 터. 최고 연봉과 안정적인 삶, 정년을 보장하다 보니 여전히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이런 직장을 포기하고 신생기업인 카카오뱅크를 선택한 데는 도전 혹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갈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 카카오뱅크 휴게공간(사진/카카오뱅크)


물론 카카오라는 플랫폼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카카오뱅크는 신생기업이고,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는 회사다. 만약 현재처럼 자본금을 까먹는 상황이 몇 년간 지속하면 그냥 그런 저축은행 수준으로 전락하거나 혹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직한 이유는 가지각색이겠지만 기업문화와 비전에서 가정 먼저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실제 카카오뱅크에서 일하는 은행 출신 IT담당자 이은행(가명·38세) 씨는 "회의에서 실무자로서 생각을 이야기하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놀랍다"면서 "전 직장(은행)에선 상위 직급자들이 결정하면 이걸 구현하는 데 집중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출신 이증권(가명·36세) 씨도 "처음엔 대표이사 등 임원급과 한 테이블에서 토론하는 것 자체가 적응이 안 됐다"며 "여기서는 대표이사와 스탠딩으로 회의를 하는 등의 일이 매일 일어난다"고 언급했다. 실제 카카오뱅크엔 별도의 대표이사실이 없다.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이사의 책상이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있고 그 옆에선 다른 직원들도 함께 업무를 한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갓 6개월밖에 안 된 회사이지만 최근 전략파트 인턴 1명을 채용하는데 무려 1200여 명이 몰렸다. 대부분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라고 한다. 결국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혁신성과 비전이 청년들에게 어필했다는 게 카뱅 측 분석이다.

◇ 알짜기업 찾기보다 더 중요한 '기업 육성'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청년친화 강소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강소기업 가운데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준을 추려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을 선정한다.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임금과 근로시간, 복지혜택, 고용안정성 등이다.

이런 숨겨진 알짜기업을 정부가 추려서 알려주는 것은 구직자들에겐 큰 정보가 된다. 대기업에 못지않는 임금과 복지혜택을 주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점도 다행이다. 

 

 

다만 모래에서 진주를 찾듯 꼭꼭 숨겨진 알짜기업을 찾기에 앞서 그리고 왜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에 가지 않느냐는 타박에 앞서 가고 싶은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고 육성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과거 산업화 단계에서부터 대기업 중심의 육성정책을 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이 유독 임금과 복지가 우월하고 또 좋은 인력들이 대거 몰리는 이유도 결국 정부의 대기업 중심 산업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규모나 실질임금, 근로혜택 등의 격차가 크지 않다"며 "굳이 대기업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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