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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다시보기]성폭력 실태파악의 한계

  • 2018.03.16(금) 10:12

경찰청 연 2만2200건-상담소 3만3044건
수사기관·법적절차 꺼리는 피해자
"산발적인 통계로 체계적 대응책 마련 한계" 지적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연일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분야도 정치, 연예, 문단, 학계 등으로 다양합니다.

국내에서 매년 일어나는 성폭력 건수는 얼마나 될까요.

성폭력 관련 상담과 신고를 받는 기관은 많습니다. 경찰서부터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각 정부부처, 민간기업 신고센터 등 다양합니다. 이렇게 분산돼 있는 통계가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정확한 실태파악과 체계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더 많은 피해자..경찰청 2만2200건 VS 상담소 3만3044건

먼저 경찰청 통계부터 보겠습니다. 2016년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강간(유사강간 포함)과 강제추행, 기타 강간·강제추행(친족, 장애인, 청소년 대상) 발생 건수는 '2만2200건'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강간이 5738건, 강제추행이 1만6054건, 기타 강간·강제추행이 408건입니다.

 


경찰청은 이들 범죄의 검거 건수가 2만1457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체 발생건수 대비 검거율은 98%입니다.

경찰청 통계는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성폭력 건수를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입니다. 경찰서에 접수되지 않은 사건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발생한 모든 성폭력 건수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6년 성폭력 피해자 지원사업 운영실적 보고'에 따르면 전국 167개 성폭력 상담소에 접수된 성폭력 상담실적은 10만1028건입니다. 이중 중복상담을 제외하면 성폭력 상담은 3만3044건입니다. 강간, 성추행, 성희롱, 스토킹, 사이버성폭력 등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경찰청 통계보다 1만건 더 많습니다.

중복상담건수가 많은 이유는 피해자의 가족, 친구 등 관계자들에 대한 상담까지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 수사기관·전문기관 꺼리는 피해자…통계반영률 낮아져

성폭력 상담소 상담건수와 경찰청 집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수사·법적절차를 꺼리는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2016년 성폭력 피해자 지원사업 운영실적 보고'에서 발표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내용에서 드러납니다. 2016년 기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11만3979건입니다. 참고로 성폭력 상담건수보다 지원건수가 더 많은 건 그 이전 피해자 지원 내역을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지원내용을 살펴보면 ▲심리·정서적 지원(57.2%) ▲수사·법적지원(14.6%) ▲의료지원(5.6%) ▲시설업소 연계(1.5%) ▲기타(21.2%)입니다. 수사·법적지원을 받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법적 절차를 받게 되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오랜시간이 걸려 피해자들이 소송을 꺼려한다"며 "상담소에서 피해자에게 고소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응답자 1155명중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1.9%에 불과합니다. 여성긴급전화1366, 해바라기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도 0.4%입니다. 수사기관이나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이 낮습니다. 대부분은 이웃이나 친구, 가족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산발적인 통계의 한계

성폭력 관련 통계를 좀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언급한 여성가족부 '2016년 성폭력 피해자 지원사업 운영실적 보고'는 전국 성폭력 상담소 167개의 상담건수를 집계한 결과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성폭력 상담이나 신고를 받고 있는 기관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해바라기 센터(전국 37개 지역 거점 병원에 병설), 국가인권위원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1366 등이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성폭력 상담소 167개소를 제외한 다른 기관에서 나오는 통계는 각 기관이 제각각 성폭력 상담·발생 건수를 집계합니다. 따라서 실제 성폭력 상담·발생 건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피해자가 여성긴급전화1366에 1차로 도움을 요청한 뒤 해바라기센터 등 상담소에서 피재지원을 받는 경로를 거친다"며 "이럴 경우 중복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모든 기관의 성폭력 상담 또는 발생 건수를 통합해 집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폭력 관련 통계를 내는 곳은 앞서 언급한 기관 외에도 또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 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은 고용노동부가 집계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성희롱을 당했을 경우 사업주에 신고하고 사업주는 지체없이 조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검찰청 역시 검찰, 경찰, 해양경찰, 특별사법경찰에 접수된 성폭력 범죄를 수집해 통계를 발표합니다.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국방부가 집계합니다. 학교는 교육부가 관할하는 교원성폭력신고센터에서 맡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가 운영하는 의료인 폭력피해신고센터도 있습니다. 예술분야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가 있습니다.

정부와 각종 민간기관에서 집계되는 통계는 국가의 정책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통계가 산발적이어서 종합적인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성폭행·성추행·성희롱 차이점은?

마지막으로 용어를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성폭력'은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을 모두 포함합니다.

 


성폭행은 강간, 준강간, 유사강간 등을 뜻합니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 등 불법적 수단으로 사람을 간음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는 행위입니다. 유사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 등 불법적 수단으로 성기를 제외한 구강, 항문 등 신체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를 말합니다.

성추행은 강제추행을 뜻합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접촉을 뜻합니다.

성희롱은 업무와 관련해 성적 언어나 행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입니다. 강간, 성추행, 성희롱 모두 성폭력에 해당하지만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성범죄는 강간과 성추행이며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아 가해자에게 고용상의 불이익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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