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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④스튜어드십코드로 재기노리는 일본

  • 2018.06.07(목) 14:50

일본재흥전략 일환으로 2014년 아베정부가 도입
세계1위 GPIF 가입하고 의사결정기구 재편 나서
의결권은 수탁기관이 행사.. 국민연금 참고 사례

일본은 영국과 함께 스튜어드십코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개가 넘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규범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받아들이고 실제 투자 활동에 적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정부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본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연금적립금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은 일본의 공적연금을 운용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해당한다.

 

20세 이상 60세 미만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과 근로자가 연금으로 내는 '후생연금보험'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운용자산 자산규모는 작년말 기준 1585조원(162조엔)으로 세계 연기금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운용자산(626조원)의 3배에 가깝다.

 

GPIF가 굴리는 자산 가운데 일본 국내주식은 2013년 216조원에서 지난해 413조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국내주식자산은 84조원에서 116조원으로 56% 늘어나는데 그쳤다.

GPIF의 이러한 자산포트폴리오 변화의 중심에는 2014년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가 있다는 평가다. 강윤식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GPIF가 피투자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며 "그 결과 원활한 경영활동 참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국내주식자산이 증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코드란 일종의 '기관투자자들의 행동강령'이다. 기관투자자가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한다. 199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일본에서는 2012년 말 아베 내각 출범 직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아베 내각은 엔고(高)와 디플레이션으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금융규제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정책, 경제성장전략으로 대표되는 '일본재흥전략'을 발표했다. 경제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스튜어드십코드 제정 작업은 기관투자자와 기업 간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 간의 지속적인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명분 하에 금융청과 민간 전문가들 주도로 2014년 완성됐다.

 

 

우리나라와 영국의 스튜어드십코드와 마찬가지로 일본 스튜어드십코드는 총 7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기관투자자에게 스튜어드십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정책과 의결권행사에 대한 방침, 의결권행사 결과 공표 의무 등이 포함돼 있다. 기관투자자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한 항목은 다른 나라 코드와 구별되는 점이다. 도입할 의무는 없지만 도입하지 않는 경우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일본 스튜어드십코드 제정 회의 당시 자리에 참석한 쿠와바라 시게히로 전 금융청 총무기획국장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일본 자본시장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평가가 높아지고 중장기적으로 해외자금 유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 4월까지 일본 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 수는 모두 227개. 2014년 제정 당시 127개사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이중 주목을 끌었던 곳은 단연 GPIF다. 세계 최대규모의 연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선제적으로 가입하면서 다른 기관투자자의 동참을 이끌어 낸 것이다.

 

GPIF의 운용방식도 주목할 만 하다. 운용자금의 90% 이상을 수탁기관에 위임한다. 경영위원회가 스튜어드십코드로 대표되는 기본 지침을 제시하면 주식 의결권 행사는 운용수탁기관이 알아서 행사하고 그 내역만 보고하면 되는 식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60% 이상을 직접 운용하고 의결권도 직접 행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GPIF는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이후 지난해 의사결정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했다. 이사장 중심의 운영위원회에서 벗어나 새롭게 '경영위원회'를 설치한 것이다. 경영위원회는 경영위원장 1명과 경영위원 8명, 이사장 1명 등 모두 10명으로 이뤄진다. 모두 후생노동성 장관이 임명하지만 경영위원회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늘어나는 주식 투자 비중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일본 내에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하 투자 행태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GPIF가 올 4월 도쿄거래소1부 상장기업 2052개사를 대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전·후 행태 비교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19개 응답기업의 54%가 기업과의 의사소통 개선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정부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GPIF의 운용방식을 참고해야할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미리 동아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주주제안의 경우 일본은 매년 1400건을 상회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주주제안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이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금이 주주의 이익 극대화와 관련되서 활동하느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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