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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이후]②의결권 위탁이 최선일까

  • 2018.08.10(금) 08:30

자본시장법 개정해 의결권 위탁 추진
이해 상충, 의결권 불통일 문제 발생
독립적으로 직접 행사하는 게 최선

 
국민연금은 지난달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발표하면서 위탁운용사에 의결권행사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금은 현재 전체자산(634조원)의 20.5%인 130조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54.1%인 71조원을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60조원은 위탁운용 중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직접운용주식과 위탁운용주식 의결권을 모두 직접 행사했다. 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연기금이 투자일임업자(위탁운용사)에 자금운용을 맡기더라도 의결권까지 위임할 수 없도록 한다. 재산 명의자가 연금인데 돈을 맡아서 굴리는 사람이 마음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과정에서 연금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이를 해소할 카드로 위탁운용주식의 의결권 위임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법 개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 투자일임업자(위탁운용사)가 연기금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현재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지금까지 특별한 이견이 나오지 않아 순조롭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 후 국민연금은 60조원의 위탁운용주식 의결권을 위임할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법이 바뀌더라도 의결권위임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다.

위탁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이해상충, 의결권 불통일 문제가 적지 않게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위탁운용사, 사실상 모든 상장사와 이해상충 소지

위탁운용사가 부딪힐 이해상충 문제는 크게 ▲계열 관계 ▲영업상 관계에서 발생한다.

일단 계열사 주식은 의결권 위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위임은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예컨대 작년 상반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키움자산운용, IBK자산운용, KB자산운용은 각각 계열관계인 다우기술, IBK기업은행, KB금융지주 등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위임 받을 수 없다.

관건은 겉으로 드러나는 계열관계는 아니지만 영업상 이유로 이해관계가 발생하는 경우다.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과 달리 민간회사인 위탁운용사는 다양한 영업상 이해관계에 놓인다. 대표적으로 퇴직연금 사업만 보더라도 현재 계약을 맺고 있는 상장회사와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퇴직연금 유치 고객이 될 수 있는 모든 상장회사와 사실상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위탁운용사의 계열 증권회사가 상장회사의 주식·회사채 발행을 주관하거나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를 유치하고자 할 때도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의 이해상충이 있는 경우 자체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모든 상장사와 잠재적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를 이해상충으로 볼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다.

 

 

◇ 의결권 불통일시 연금 의견 따를 수밖에  없어

의결권 불통일 행사도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의결권 불통일이란 주주가 2주 이상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을 때 1주는 찬성표, 1주는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의결권을 통일하지 않고 행사하려면 상법(368조의2)에 따라 주주총회 3일전 회사 측에 서면 혹은 전자문서로 이유를 설명해줘야한다. 이때 회사는 의결권을 통일하지 않는 행위를 거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때는 의결권불통일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었다. 그러나 직접운용주식은 국민연금, 위탁운용주식은 위탁운용사가 각각 의결권을 행사하면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해당 기업이 통일되지 않은 의결권의 접수를 거부한다면 결국 국민연금과 위탁운용사는 찬반 어느 한쪽으로 의결권을 다시 결정해야한다. 당연히 주식의 원소유주인 국민연금의 뜻대로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위탁하더라도 위탁운용사는 의결권 불통일 문제로 찬성·반대를 독자 판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을 바꾸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집을 태우는 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점을 들어 의결권 불통일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의결권 위임 효과가 퇴색할 것이란 지적을 내놓는다.

 

결국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도 위탁하겠다는 것은 기업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우려를 해소하는 고민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정답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이해상충과 의결권 불통일 문제를 자세히 뜯어보면 기준이 모호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더 많이 안고 있다.

 

박세원 서스틴베스트 스튜어드십팀장은 "위탁운용사들은 기업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실히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다"며 "국민연금이 의결권 위탁을 추진하더라도 이해상충 문제 등을 감안해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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