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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이후]③공시특례 꼭 필요할까

  • 2018.08.13(월) 11:16

경영참여는 투자전략 노출 감수하겠다는 의미
추가 특례 없어도 행사 가능한 주주권 많아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회사 주식을 130조원어치 갖고 있다. 이는 코스피·코스닥시장 시가총액 합계(1800조원)의 7%를 웃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기업 수만 276개(2016년 말 연금 공식발표 기준)이다.

 

총수가 없는 대기업에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총수가 있는 기업에서도 2대·3대 주주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연못 속 고래'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상장회사 지분을 사거나 팔아치우는 정보는 해당 기업의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투자 전략을 노출하는 셈이어서 운용 전략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 각종 특례로 공시 부담 덜어온 국민연금

 

이런 이유로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기금이 상장회사 지분변동내역을 공시해야할 때 각종 특례를 만들어 다른 투자자보다 덜 상세하게, 더 늦게 보고하도록 허용해왔다.

 

대표적 특례는 5%룰(주식 대량보유보고)·10%룰(주요주주 소유상황보고)을 적용해 지분변동 보고시점을 늦춰주는 것이다.

 

일반투자자들은 지분변동 시점으로부터 5일(영업일 기준)내에 공시해야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분변동이 있던 분기의 다음달 10일까지 보고하면 된다. 예컨대 7월초 지분변동은 10월10일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특례는 모두 국민연금이 '단순투자목적'으로 해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적용받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경영참여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특례는 사라진다. 공시해야할 내용이 늘어나고 공시 시점도 앞당겨진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지난달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는 제반여건이 구비된 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기금을 대상으로 보유목적과 관계없이 약식보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약식보고를 하면 공시해야할 내용은 줄어들고 공시 시점도 늦출 수 있다.

 

◇ 경영참여 선언하는데 굳이 특례 받을 필요있나

 

하지만 국민연금이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할 때에 대비해 추가적인 공시 특례를 만들어야하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은 회사임원의 선임·해임, 정관변경 등을 위해 직접 주주제안을 하거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 위임장 대결을 펼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국민연금도 더 이상 투자전략의 노출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투자전략을 적극 공개해 다른 주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특례를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연구용역을 담당한 고려대 산학협력단도 "자본시장법상 경영에 영향을 주기 위해 투자하는 경우 국민연금은 오히려 주주활동을 외부에 적극 알리고 이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길 원할 것"이라며 "더 이상 지분노출을 꺼리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5%룰과 10%룰의 특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민연금에게 주어지는 단기매매차익 반환 면제 특례도 마찬가지다.

 

단기매매차익 반환이란 지분 10% 이상의 주요주주나 회사 임직원들이 회사 주식을 매수한 후 6개월 이내에 매도, 또는 매도후 6개월이내 매수해 얻은 이익은 회사에 반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주요주주와 임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득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인데 국민연금은 현재 단순투자목적의 중장기 투자자라는 성격을 감안해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를 면제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발동하더라도 중장기 투자자라는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6개월 내에 단기매매로 차익을 노리는 상황을 굳이 상정해 추가 특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점을 인식해 단기매매차익 반환과 관련한 추가 면제 조항은 당장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특례와 무관하게 다양한 주주권 행사 가능 


국민연금이 추가적인 지분공시 특례를 받지않더라도 지금처럼 '단순투자목적'을 유지하면서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의 종류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상법이 정한 주주권인 대표소송·집단소송의 제기·참여, 이사의 위법행위 유지청구, 주주총회 결의취소의 소송 제기·참여 등은 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항하는 피해 구제목적이어서 경영참여 행위가 아니다.

 

주총이 열리기 전 특정 이사의 연임을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하거나 회사에 이사·감사후보를 추천하는 행위도 경영참여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요청에 따라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행위도 경영참여와 무관하다.

국민연금이 회사 추천 이사진에 대항해 직접 주주제안으로 이사·감사후보를 내세워 위임장 대결을 펼치는 행위와 다르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이다.

이러한 주주권 유형은 그동안 국민연금이 사용할 수 있었던 카드였지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고 스튜어드십코드 시대에서는 수탁자책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주주권 행사 범위를 결정하는 진정한 관건은 공시규정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의지와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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