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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④39년뒤 기금 고갈의 함정

  • 2018.08.23(목) 13:54

재정계산은 출산율·경제성장률 등 인구·거시경제 종합판
2057년 기금고갈은 아무런 변화 없을 경우 대비한 예측
정책변화 통해 해결…'적립배율 1배'로 재정안정화 추구

지난 17일 공개된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는 39년 뒤인 2057년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57년은 아주 먼 훗날이라고 볼 수도 없다. 현재 연금 보험료를 내는 20대가 은퇴하고 30·40대는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고 있어야할 시점이다. 이처럼 국민의 노후소득이 달려있는 문제여서 '2057년 고갈'이라는 문구는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국민연금은 39년 뒤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일까.

 

5년마다 발표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는 단순히 보험료를 얼마 걷어서 얼마 지급한다는 계산을 넘어선다. 출산율과 기대수명, 고령화 등 인구변수와 함께 경제성장률과 금리 등 경제지표, 금융시장의 흐름과 밀접한 기금운용수익률 등 각종 지표가 녹아든 종합판이다.

 

이번 4차 재정계산의 추계기간은 2088년까지 70년이다. 한 사람의 생애주기에 해당하는 70년 동안 나타날 이러한 사회·경제 변수들을 적용해 기금 규모가 어떻게 바뀌는지 예측하는 것이 재정계산이다.

 

 

◇ '2057년 고갈' 어떻게 나왔나…출산율↓ 기금수익률 ↓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첫 번째로 따지는 변수는 인구구조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인구구조가 비슷하다면 연금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미래세대는 덜 태어나는데 현 세대는 더 오래 산다면 기금규모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따져보기 위해 재정계산 때 포함하는 변수가 합계출산율과 기대수명이다.

 

지난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때는 합계출산율을 1.35명(2020년 기준)으로 전망했다. 여성 한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출생아가 1.35명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번 제4차 재정계산에서는 이보다 낮은 1.24명을 반영했다.

 

반면 2020년 기대수명은 남자와 여자 각각 2013년 재정계산 때보다 각각 1세, 0.5세씩 높은 80.3세, 86.2세로 잡았다. 2020년뿐만 아니라 이번 재정계산의 모든 구간에서 출산율 전망치를 낮추고 기대수명은 높였다.

 

연금 보험료를 내야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연금 받을 사람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앞당기는 최대 변수다. 작년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1.05명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0.97명까지 내려가면서 저출산 문제는 앞으로 연금 납입규모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 등 거시경제 변수도 기금규모를 예측할 때 고려하는 변수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자료를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2018년부터 2088년까지 70년간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을 1.1%로 잡았다. 이는 2013년 계산 때보다 0.4%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임금상승률도 둔화되면서 국민들의 소득증대를 더디게 한다. 물가상승률도 기금 지출과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노후에 지급 받는 연금이 늘어나지만 당장 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의 소득이 물가상승을 못 따라가면 보험료를 납부하는 게 힘들어진다.

 

기금투자수익률은 기금고갈 시점은 앞당길 수도 있고 늦출 수도 있는 주요 변수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 수입 504조원과 운용수익금 303조원 등 총 806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연금 급여와 관리운영비 등 지출금액(172조원)을 제외한 634조원의 기금을 갖고 있다. 재정계산은 634조원의 기금을 어떻게 굴리느냐를 예측하는 작업이다.

 

전반적인 거시경제 변수들이 하향곡선을 그리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 634조원 가운데 46.5%가 국내채권투자인데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금리를 통한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4차 재정계산에서 기금투자수익률 전망은 2013년보다 연 평균 0.8%포인트 낮춰 잡았다.

 

특히 이번 4차 재정계산에서 기금투자수익률 전망은 기존과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기존에는 시중금리 전망치인 회사채 수익률 전망치의 1.1배를 기금운용수익률로 잡았지만 이번에는 국내 및 해외주식, 대체투자, 국내외 채권 등 크게 5개의 자산군별로 나눠 수익률 가정치를 계산하고 자산배분비중을 가중평균 해 기금투자수익률을 전망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수익률 전망방식보다 투자 다변화 양상을 반영해 기금투자수익률을 전망했다"고 밝혔다.

◇ 기금고갈만 강조하는 건 공포마케팅…재정계산 목적은 '변화'

 

출산율과 기금운용수익률 등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해보니 기금 고갈시점이 3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재정계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재정계산은 어디까지나 '현재 연금 제도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않은채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등 각종 사회·경제변수와 마주하게 되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반 기업이 기술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감소하는데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으면 폐업을 각오해야한다. 국민연금도 예측이 좋지 않게 나왔다면 물줄기를 바꿀 수 있도록 정책 방향에 변화를 주면 되는 것이지 기금고갈 자체만 강조하는 건 '공포마케팅'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게 연금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차 재정계산 공청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남찬섭 동아대학교 교수도 "재정추계의 기본원리는 국민연금 제도가 70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다른 변수가 생길 경우 어떻게 될지를 추정하는 것"이라며 "재정추계 없이 단기적인 시각만 가지고 가면 길을 잃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기 관점에서 제도를 보완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4차 재정계산위원회는 연금제도에 변화를 주기 위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미래에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더 낮추지 말고 지금처럼 45%로 유지하되 현재 내는 돈(보험료율)을 즉각 11%로 인상하는 방안이고, 두 번째는 소득대체율을 기존 계획대로 2028년까지 40%로 점차 낮추고 보험료율도 13.5%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두 가지 대안 모두 기존에 '국민연금 개혁'이란 이름으로 진행한 제도개선과는 물줄기가 다르다.

 

국민연금 제도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큰 개편을 했는데 소득대체율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줘야할 돈인 소득대체율을 낮추면 기금고갈 시점은 곧바로 늦춰진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기금고갈만 의식한 나머지 연금 본연의 기능인 노후소득보장을 소홀히 다룬 것이었다.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보험료율을 올려서라도 소득대체율을 추가로 손대지 말고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는데 방점을 찍었다.

 

현재까지 어떤 방안이 채택될지, 새로운 제3의 방안이 나올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은 국민연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정부가 대안(국민연금운영계획)을 제시하고 국회가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켜야 한다.

 

 

◇ 적립배율 1배 달성하면 기금고갈 없다

 

이번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강조한 부분은 재정목표 수립이다. 국민연금 재정 구조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2088년까지 70년 동안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적립배율 1배는 보험료 수입 없이도 최소 1년간 연금을 지급할 여력은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현재는 들어오는 보험료가 나가는 보험료보다 많아 적립배율이 훨씬 높다. 올해 국민연금 수입은 보험료 43조7000억원, 투자수익 29조6000억원 등 총 73조3000억원이며 연금수령자에게 줘야할 돈은 23조원이다. 줄 돈을 빼고도 약 50조원을 적립할 수 있다.

 

이처럼 줄 돈을 빼고도 기금이 쌓이는 시기여서 올해 기준 기금적립배율도 26.3배에 달한다. 최소한 26.3년치의 연금 지급액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향후 저출산과 고령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은 늘면 적립배율은 계속 줄어들어 결국 들어오는 수입보다 나가는 지출이 더 많아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재정계산의 전제 조건인 현재의 보험료율(9%)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4년 후 2042년에는 들어오는 돈은 179조원(보험료 100조원+투자수익 79조원)인데 나가야할 돈은 187조원이어서 8조원이 부족하다. 연금수지 적자 구간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때는 쌓아둔 돈이 있어서 적립배율이 9.5배 수준이지만 이 시점을 지나면 적자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결국 적립배율은 1배 밑으로 떨어지고 적립금도 바닥난다. 바로 기금고갈이다.

 

기금이 바닥났다는 것은 오롯이 그해 걷어 들이는 보험료만으로 천문학적인 연금급여를 감당해야한다는 뜻이다. 보험료 외에 투자수익을 올릴 운용자산이 전혀 없으며 국민연금은 주식·채권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4차 재정추계의 마지막 연도인 2088년에는 보험료는 337조원(투자수익은 0원)이 걷히는데 연금 급여는 1115조원이나 지출돼 수지적자가 800조원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러한 수지적자폭은 현재의 국민연금 적립금(634조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바로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5년마다 산출하는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제도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며, 이번 재정추계위원회는 보험료율을 올려 향후에도 최소한 1년치 연금액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목표를 세웠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관계자는 "중간에 정책(보험료율 인상 등)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적립배율 1배가 유지된다면 최소한 평가 시점(2088년)까지는 기금고갈이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정목표가 의미 있는 것은 그동안 세 차례의 재정계산에서 제시된 재정목표가 불명확하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3차 재정계산에서는 적립배율 2배 또는 현재의 부분적립방식이 아닌 부과방식(필요한 만큼의 돈을 거둬들여 그 해에 다 쓰는 방법)을 도입하는 복수안이 제시됐는데 부분적립방식을 유지할지 부과방식으로 전환할지도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과방식 도입을 대안으로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바 있다.

 

지난 4차 재정계산 공청회에 참석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민연금의 근본적 문제가 바로 명확치 않은 재정목표였는데 이번에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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