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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⑤공무원연금은 왜 더 받나

  • 2018.08.24(금) 15:13

보험료율 2배...정부보전금에 가입기간도 길어
공무원 연금만 있는 '지급보장 명문화'는 차별
섣부른 연금 통합론, 재정 많은 국민연금 손해

36만8210원 vs 241만9000원.

 

위 금액 중 어떤 것을 연금으로 받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전자보다 후자가 약 6배나 더 많으므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36만8210원(2016년 기준)은 국민연금 월 평균 연금액이고 241만9000원은 공무원연금 월 평균 연금액이다. 둘 다 노후소득을 대비하는 연금이지만 받는 액수는 공무원연금이 6배 더 많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고갈이 3년 앞당겨져 보험료율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자 공무원 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부분이다.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려면 기본 전제가 같아야 하는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보험료율과 퇴직금 포함여부 등 제도의 결이 사뭇 다르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연금대로 개별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 국민연금과 공적연금, 단순 비교 어려워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매월 소득의 4.5%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한다. 나머지 4.5%는 회사가 부담한다. 공무원연금은 가입자가 8.5%를 내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머지 8.5%를 부담한다. 전체 보험료는 국민연금은 9%, 공무원연금은 17%로 8%포인트 차이난다.

 

이론적으로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국민연금보다 약 2배 많으니 연금도 약 2배 차이가 난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실상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약 6배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납부기간 때문이다. 현재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공무원연금은 지난 2015년까지 최소가입기간이 20년이었다. 제도가 바뀐지 불과 3년에 밖에 안 됐기 때문에 납부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 연금의 평균 가입기간은 각각 23년, 33년으로 최소 가입기간과 평균 가입기간 모두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

공무원연금이 보험료도 2배 많이 내는데 가입기간까지 길다보니 보험료 수입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무원연금에는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퇴직수당부담금, 정부 보전금 등 다양한 연금재정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기준 공무원연금기금 손익계산서상 연금수입항목에는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인 연금기여금(4조8676억원),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보험료인 연금부담금(5조5146억원)외에도 퇴직수당부담금(2조440억원), 정부 보전금(2조2820억원), 공무원연금공단이 투자를 통해 얻은 금융자산운용수익(5197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입 항목은 연금보험료(41조7850억원), 운용수익(16조1420억원), 국고보조금(90억원)으로 단출하다. 수입의 대부분이 가입자들이 내는 보혐료와 운용수익에서 나온다. 

 

정창률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은 퇴직수당 등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이외의 금액이 포함되어 있어 직접 비교하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한 금액을 공무원연금과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 도입되어 올해 58년이 됐다. 반면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를 도입해 올해 30년째다. 두 제도의 나이 차이는 무려 28년이다. 국민연금의 역사가 짧다보니 현행 소득대체율 45%를 충족할 수 있는 기준가입기간 40년을 모두 채운 가입자가 단 한명도 없다. 

 

역사는 짧지만 낸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더 많은 제도는 국민연금이다. 지난해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납부한 금액 총액 대비 받는 연금액 비율인 수익비는 국민연금이 1.5배로 공무원연금(1.48배) 보다 약간 더 높다.

◇ 공무원연금만 누리는 보조금과 지급보장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도 더 많고 평균 가입기간도 더 길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누리지 못하는 공무원연금만의 혜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퇴직수당만큼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 보전금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연금이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퇴직금과 함께 받기 때문에 더 많이 받는 게 당연하지만 정부 보전금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단골 포인트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는 "2015년 보험료율을 올리고 물가연동을 하지 않는 등 공무원연금 개혁을 단행했으나 여전히 상당액의 정부 보전금이 투입되고 있다"며 "부족분을 조세로 메울 게 아니라 연금을 받을 공무원들이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 정부보전금은 해마다 늘어 2001년 599억원 수준에서 2017년 2조2820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5년 간 들어간 보전금만 12조원이다.

 

다만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9%로 올리고 2016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부보전금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송인보 공무원연금 제도연구부장은 "2000년도에 처음 정부보전금 제도를 들여와 여러 차례 개혁을 통해 정부 보전금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급보장 명문화 규정이 공무원연금법에는 있고 국민연금법에는 없다는 것은 이번 국민연금 개편 논란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사항 중 하나다.

공무원연금법 제69조 1항은 '기여금, 연금부담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족한 금액을 대통령령(공무원연금법 시행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법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다. 제3조2항에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제4차 재정계산에서도 기금고갈로 인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을 위해 지급보장규정을 확실히 못 박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국민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추상적 보장책임 규정'이라도 넣자는 의견이 나온 상태다.

제4차 재정계산 공청회에 참석한 김상균 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급보장을 아예 명문화하면 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처럼 언젠가는 소진될 거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에 추상적 수준의 명문화 논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추상적 명문화 추진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일자 지난 22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민 신뢰를 높이고 안심시켜드릴 수 있다면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를 고려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공무원연금과 통합론?…국민연금이 손해

 

받는 금액에서 격차가 크다보니 매번 연금개혁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따라붙는 것이 공무원연금과의 통합론이다. 하지만 이미 재정이 충분한 국민연금과 정부 보전금을 받는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41년까지 먹고 살 돈을 마련한 사람(국민연금)과 정부보조를 받는 사람(공무원연금)이 한 집에 살게 되면 당연히 돈을 마련한 사람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은 정부가 2조원 정도를 보전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현재 기금운용수익금(29조원)만으로 현 수급자에게 연금(23조원)을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양호하다. 만약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면 그 부족분을 국민연금 기금이 메워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해마다 거둬들인 돈으로 그 해 연금 수급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형태다. 만약 2019년부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통합해 공무원이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납부한다면 당장 올해 공무원연금을 받아야 하는 수급자들의 돈은 국민연금이 메우거나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창률 교수는 "일본이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재정형편상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면 국민연금이 손해"라고 지적했다.

 

송인보 제도연구부장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재정상태가 다른 상황에서 통합을 하는 것은 오히려 연금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유사하게 되는 구조가 마련돼야 통합논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 개혁시기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연금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개혁을 제외하곤 사실상 개혁을 미뤄온 상태다. 5년 전 3차 재정계산 당시 제시된 재정안정화 방안을 보면 최대한 빨리 단계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럼에도 보험료율 인상을 미뤄오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2015년 개혁절차를 마치고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 등 제도변화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광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은 "국민연금 개혁은 향후 얼마나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공무원연금과 비교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를 희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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