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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⑧"우선순위는 빈곤경감이다"

  • 2018.09.05(수) 10:47

정창률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40년 뒤 기금고갈보다 현재 노인빈곤율이 더 중요
국민연금, 최소생활 보장해 빈곤 경감에 집중해야

"연금제도 목적에는 빈곤경감과 소득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건지 생각해야합니다. 노인 빈곤율이 50%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당연히 빈곤경감을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창률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제도 개편은 빈곤경감이라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저생활수준을 보장하는 정책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을 1년만 가입해도 최소생활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최근 제4차 재정계산 이후 증폭된 기금고갈론와 관련 "기금고갈이라는 프레임이 괜한 불신만 만들었다"며 "재정계산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70년이라는 장기 예측이 얼마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 연금은 3주치 지급 여력 밖에 없는데도 독일 국민들은 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고 불안해하지 않는데 우리는 40년치가 확보되어 있어도 불안해한다. 기금이 많다고 해서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국민연금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기금고갈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와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지난 3일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에서 가진 정창률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지난 4차 재정추계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와 "건강보험료는 올라도 사람들이 아깝게 생각하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는데
▲ 건강보험료는 1만원을 내든 100만원을 내든 받는 혜택에 차이가 없다. 국민연금은 많이 낼수록 많이 받는다. 그럼에도 건강보험보다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는 건강보험료는 어떻게든 나 혹은 내 가족이 혜택을 받을 거라는 믿음이 있지만 국민연금에는 그런 신뢰가 없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도 쉽지 않은 것이다.

 

-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신뢰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 국민연금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금을 받는 사람을 주변에서 보기 힘들었다. 이번 재정계산으로 가장 크게 반발하는 20~30대의 부모세대가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인식이 바뀔 거라 본다. 우리 부모님은 연금을 받는데 친구 부모님은 연금을 못 받고 있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받는 연금 덕분에 자식세대가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 지급보장 명문화 작업도 결국 국민연금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면 되나

▲ 사실 국민연금의 정부 지급보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으니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다만 명문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지급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선 안 된다. 그리스가 2010년 국가부도위기를 겪으면서 당시 채권자였던 독일이 연금액을 대폭 삭감하라고 요구했고 실제 연금액을 낮췄다. 지급보장 문구가 있든 없든 국가 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고통분담을 피할 수 없다.  

 

- 이번 재정계산을 통해 2057년으로 기금고갈 시점이 기존보다 3년 앞당겨졌는데
▲ 기금고갈이라는 프레임이 괜한 불신만 만들었다. 2000년대 초반 국민연금에 대한 TV광고를 많이 했는데 당시 강조했던 것이 국민연금은 최고의 저축, 노테크(노인과 재테크)라는 말이었다. 국민연금은 저축이라고 인식을 했는데 기금고갈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당연히 내 돈 못 받는 거 아니야 라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 재정계산 작업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긴가
▲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70년이라는 장기 예측이 얼마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다. 지금은 30만명 정도 태어나는데 2050년 되면 10만명 정도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때는 사회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노동력 부족으로 이민을 받을 수도 있고 노인기준이 지금과 같이 65세가 아닌 80세가 될 수도 있다. 많은 변수들이 있음에도 단순 계산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게 부적합하다는 뜻이다. 

 

- 최근 언론 기고에서 '공적연금의 기금규모와 지급중단은 필연적 인과관계에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의미인가
▲ 독일도 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3주치를 지급할 돈밖에 없다. 그렇다고 독일 사람들은 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고 불안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40년치가 확보되어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나. 기금이 많다고 해서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신뢰를 확보하려면 개혁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정부안은 두 가지다. 어느 것이 더 실현 가능성이 있나 (4차 재정계산 결과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현행 소득대체율(45%)를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2%포인트 즉각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낮추되 보험료율을 13.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수급개시연령도 67세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 두 가지 방안 모두 실현가능성 없다고 본다. 보험료율 올리기는 쉽지 않다. 복지국가에서 보험료율 올리는 건 경제성장률이 좋을 때 이야기다. 최소한 내 월급이 올라간 상태에서 보험료율이 올라가야 불만이 없다. 소득대체율 역시 유지하거나 더 높이는 건 어렵다. 45%로 유지하려면 그만큼 보험료율을 올려야 하는데 이를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 그럼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 지급보장 명문화와 보험료율 인상을 맞바꾸는 식으로 보험료를 올릴 것 같다. 다만 첫번째 방안처럼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긴 어렵다고 보고 아주 소폭 보험료율을 올리고 국민·기초·퇴직연금 세가지를 함께 논의하자는 정도로 마무리할 것 같다. 결국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 본인이 생각하는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뭔가
▲ 연금제도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빈곤경감, 다른 하나는 소득유지다. 소득유지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빈곤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소득유지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두가지 목적 중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노인 빈곤율이 굉장히 높은 상황과 
40~50년 후에 기금이 고갈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느냐이다. 당연히 빈곤경감이 우선순위 아닌가.

 

- 현재 기초연금 제도가 빈곤경감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 기초연금이 빈곤경감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국민 절반이 노인이 되면 그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국민연금이 빈곤경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가령 국민연금을 1년만 가입해도 최소생활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금액은 월 40~50만원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보험료를 많이 내는 사람이 그 만큼 많이 받아가는 현 시스템은 유지해야 한다.

- 어찌됐든 인구고령화로 앞으로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료율 인상이 쉽지 않다면 다른 대안이 있나

▲ 부과소득상한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현재 468만원을 800만원까지 높여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 부과소득상한액이 과거에는 A값(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3년 간 평균액)의 3~4배 됐는데 지금은 2배 밖에 안 된다. 원래 취지대로라면 800만원 정도로 부과소득상한을 올려야 한다. 다만 당장 올리는 것은 가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이를 사용자부터 먼저 부담하자는 것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사용자 부담분이 훨씬 많지 않은가.

- 재정계산 공청회 때 국민연금의 위탁수수료 문제를 지적했다. 국민연금 재정확보 때문에 위탁수수료 문제를 지적한 것인가
▲ 위탁수수료 절감이 재정안정에 큰 도움은 안 된다. 다만 적어도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 위탁운용사 수익률이 낮다면 뭔가 패널티를 주는 등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급한 위탁수수료를 뽑아낼 수도 없을 정도의 수익률인 데도 국민연금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 아닌가. 지금 이러한 상황들이 국민연금제도를 매우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 국민연금은 2200만명의 국민들이 가입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가 필수다. 사회적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

▲ 교육제도를 논의할 때 이해당사자인 학부모가 참여한다. 하지만 연금 논의에 정작 이해당사자인 미래세대는 빠져있다. 가입자, 사용자, 정부 대표들이 얼마나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해당사자인 미래세대가 빠진 사회적 논의는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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