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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⑩"보험료 인상 솔직하게 얘기해야"

  • 2018.09.10(월) 11:08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지금 보험료 올려야 미래세대 부담 줄일 수 있어
지급보장 명문화는 제도개혁 더 어렵게 만들어

"스테이크(받는 연금액)를 먹는다면 스테이크 값(보험료)을 이야기해야 하고 짜장면을 먹는다면 짜장면 값을 애기해야 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두 가지 수치를 보여주며 국민연금의 현재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수치는 두 가지다. 대표적인 복지국가 핀란드는 소득대체율 60%를 보장하는 대신 가입자가 보험료율 24.4%를 내고, 캐나다는 보험료율(9.9%)이 낮은 만큼 소득대체율(24%)도 낮다. 반면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적게 내면서 많이 받기 때문에 개혁의 실타래가 자꾸 꼬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연금제도의 현대화가 절실하다"며 "인구구조 등 사회 환경이 바뀌면 그에 걸맞게 연금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우리는 자꾸 경제호황기에 누릴 수 있는 연금수준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보험료율을 올리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소득 보장기능을 하려면 그만큼 보험료를 많이 올려야 하고 이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므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 추가적인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 7일 비즈니스워치 사무실에서 만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7일 비즈니스워치 사무실에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나 국민연금 개혁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불신이 팽배하다.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나

▲ 국민연금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사회적 여건이 좋을 때 연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의 제도를 본 따 만들었다. 연금제도 도입당시 독일의 소득대체율은 70%였다. 독일의 연금제도를 들여오면서 국민연금 도입당시(1988년)의 우리나라 인구, 경제, 사회적 변수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게 재정 불안을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 독일의 연금제도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이유는 뭔가

▲ 독일 연금제도는 국민연금과 다르게 자동안전장치를 도입했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는 등 사회·경제적 변수들이 나타나면 자동적으로 이를 반영해 소득대체율을 조정한다. 이는 제도 조정 당시의 연금 가입자뿐만 아니라 연금을 받는 수급자에게도 적용한다. 다만 독일은 보험료율 상한을 이미 정해놨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 대신 소득대체율을 깎는 걸로 조정한다.   

- 그럼 애초에 국민연금 도입 당시 설계가 잘못됐다는 말인가

▲ 소득대체율 70%를 맞추려면 이론적으로 내야하는 보험료율이 28%다. 후세대 부담을 안주고 낸 만큼 받을 때 필요한 보험료율 수치다. 핀란드는 소득대체율 60%에 보험료율 24.4%를 받고 있다. 지금도 출산율은 핀란드가 한국보다 훨씬 높다. 재정전망 측면에서도 2070년 기준으로 핀란드가 우리보다 출산율이 더 높다. 그럼에도 핀란드는 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44.3%까지 떨어트리기로 하고 보험료율은 최소 28%까지는 인상해야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핀란드의 현재 출산율이 1.45명인데 우리는 1.05명에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 않은가.

 

설계가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1997년 도입된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에서도 지적했다. 당시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은 제도 도입 불과 10년 만에 빠른 고령화와 저성장추세로 인해 현 상태로는 제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때 이미 소득대체율을 40%로 떨어트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1998년 1차 개혁을 통해 기존 70%에서 60%로 소득대체율을 낮췄다.

 

- 결국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든 보험료율을 조정하든 현 수준에서 국민들의 고통분담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가

▲ 거시경제 변수, 출산율 저하 등 다른 조건을 다 제외하더라도 기대수명이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61세였는데 올해 기준 81세다. 연금을 더 지급해야할 기간이 단순 계산으로도 20년 늘어난 거다. 20년 늘어난 만큼 당연히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금제도는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문제다. 그걸 현 세대가 부담하느냐 미래세대가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 

 

- 그래서 이번 4차 재정계산에서 가안(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1%)과 나안(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3.5%)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사실 '가안'은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다. 원래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은 40%로 떨어지게 되어 있는데 그걸 현 수준인 45%에 멈추고 5%포인트 더 받는 만큼만 보험료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2057년 기금고갈에 대한 대안은 전혀 없다.

 

그나마 '나안'이 재정안정화를 위한 해법을 담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기존처럼 40%로 하향조정하고 보험료율을 13.5%까지 올리니 일단 재정 측면에서 부담이 덜하다. 이후 합의를 통해 수급개시연령을 늘리거나 기대여명계수(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연금액 자동 삭감)를 통해 소득대체율을 추가 조정한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가능하다고 본다.

 

-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이제껏 낸 보험료를 다시 돌려달라고 하고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는 말까지 나온다

▲ 4차 재정계산에서 발표한 거시경제 변수 전망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수치가 좋지 않다. 가면 갈수록 경제상황은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이 그나마 미래보다 호시절이라는 얘기인데 지금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올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가급적 빨리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 지금 세대가 어느 정도 부담해서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 지금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미래세대가 다 부담해야 한다. 일본은 현재 공적연금 납입률이 굉장히 떨어진다. 현 노인세대는 매우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연금을 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면 결국 공적연금 파괴로 이어진다.

 

-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 일본의 연금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일본은 연금개혁에 대한 방향을 정해놓고 똑같은 얘기를 2~3년 동안 국민들에게 반복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금제도 자체가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국민연금도 이제 국민과의 대화를 한다고 하는데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스테이크(받는 연금액)를 먹는다면 스테이크 값(보험료)을, 짜장면을 먹으면 짜장면 값을 내야한다고 얘기해야 한다. 

 

-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로 보험료율 인상 동력을 얻으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명문화하고 보험료율을 인상할 바에는 개혁을 안하는 게 낫다고 본다. 다른 나라는 지급보장 명문화 작업 없이 연금을 개혁했다. 정부와 국민연금 개혁 당사자들이 보험료율 인상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방법은 하나뿐인데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면 제도개혁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본다.

 

- 지급보장 명문화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면 국가의 잠재 부채가 된다. 미래세대 부담 없이 현재 소득대체율 45%를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18%까지 올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보험료율은 9%다. 결국 나머지 9%만큼은 잠재적 부채로 잡힌다.

 

-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은 공무원·군인연금과 달리 국가가 고용주로서 연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교환거래가 성립되지 않아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국민연금은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지만 그걸로 끝나는 것이지 회사가 연금을 지급하는 주체는 아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위임한 국민연금공단이 책임지는 제도다. 당연히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잠재적 부채로 인식하는게 맞다.

 

- 보험료율을 13.5%로 인상하는 '나안'대로 간다면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제기능을 할 수 있나

▲ '나안'의 경우 보험료율은 인상하지만 소득대체율은 40%로 내려간다. 또 나중에 재정안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료율을 또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40%보다 더 낮추는 정책변화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소득보장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층적 관점에서 연금제도를 봐야 한다. 중간소득 이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보장하고 중간소득 이상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뒷받침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 노인인구 증가로 기초연금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부담, 퇴직연금제도의 미성숙 등으로 제대로 된 노후소득보장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현재 기초연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노인들에게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절대빈곤(최저생계비 미만 노인가구)층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퇴직연금은 제도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성숙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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