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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1인가구 순자산이 1억원이라고요?

  • 2018.10.04(목) 13:00

<김보라의 UP데이터>
KB금융경영연구소, 1인가구 보고서 발표
소득수준 높은 수도권 30~40대 위주로 조사
현실은...노인은 생활고, 청년도 주거빈곤

매주 금요일 시청률 상위권에 오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MBC의 '나 혼자 산다'입니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사회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예능이죠.

 

당당하게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연예인들의 생활상을 보면 혼자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사는 삶은 정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처럼 여유롭고 안정적일까요. 지난달 30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보면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1인 가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조사대상 1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전체 자산에서 부채 제외)이 1억2362만원으로 조사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보고서 결과에 대한 인터넷 누리꾼들의 반응은 좀 다릅니다. '자산은 필요 없고 빚이나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빚만 3000만원 있는데' '통계조사 다시 하라'는 등 현실과는 차이가 많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1인 가구 순자산 평균 1억원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 평균소득 높은 서울·경기 1인가구 위주 조사

 

1인 가구의 순자산 평균 1억원이라는 통계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KB금융경영연구소의 조사 방법을 확인해야 합니다.

 

일단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밝힌 조사대상 지역은 서울과 경기도 및 6대 광역시와 세종시입니다.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8개 도(道)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조사한 지역은 대부분 인구가 많고 자치단체 스스로 재정자립이 가능한 경제규모를 갖춘 지역입니다. 지난 2015년 국세청이 연말정산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을 보면 울산광역시, 세종시, 서울시, 대전광역시, 경기도 순으로 평균 연봉이 높았습니다.

 

조사 대상 1인 가구의 지역별 비중도 서울과 경기도가 각각 32%와 30.4%로 전체의 62.4%(1245명)를 차지합니다. 상대적으로 평균소득 수준이 높은 수도권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진 겁니다.

 

 
◇ 경제활동 활발한 30~40대 조사 비중 57%
 
조사대상 연령도 상당히 치우쳐 있습니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만 25~59세 1인 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30~40대 비중이 57%(1132명)에 달합니다. 반면 20대는 17.4%(348명), 50대는 26%(520명)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77.5%), 30대(78%), 40대(80.9%), 50대(77%)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반면 연령별 평균소득(2015년 통계청 자료 기준)을 보면 29세 이하가 월 215만원인데 반해 30대 319만원, 40대 383만원으로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29세 이하의 평균 소득이 낮은 것은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나 군복무자 등을 포함했기 때문이라는 오해도 있는데요. 통계청의 평균소득 조사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득 없는 사람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20대의 평균소득만 따진 것입니다.

 

결국 KB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1인 가구의 순자산 평균 1억원이라는 통계는 소득 수준이 높은 수도권의 30~40대를 중심으로 조사한데 따른 결과인 셈입니다.

 


◇ 노인은 생활고, 청년은 주거빈곤이 현실 

 

1인 가구 순자산 1억원이라는 통계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절반 가량이 고령자이고 이들은 OECD 1위 수준의 빈곤율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고령자 기준인 55세 이상 1인 가구 비중은 233만명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1인가구는 562만명으로 이 중 42%가 55세 이상이 고령자인 것이죠.

 

여기에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노인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6.5%에 달합니다. 만약 KB금융연구소가 1인가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고령자까지 조사대상에 포함했다면 1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대폭 줄어들 겁니다. 그러나 KB금융연구소 조사에 60대 이상은 1명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고령층 1인 가구가 생활고를 겪고 있다면 20대 청년층 1인 가구는 주거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29세 이하(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시행령 기준) 청년 1인 가구는 96만명으로 전체 1인 가구의 17%를 차지합니다.

 

문제는 안정적인 거처마저 마련하지 못한 청년 비중이 높다는 것이죠.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1인가구 중 42.4%가 주거 빈곤가구로 전체 1인 가구 평균 27.1%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노인과 청년은 생활고와 주거 빈곤을 겪는 비중이 다른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노인과 청년이 1인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나 혼자 사는 사람'들의 순자산이 평균 1억원이 넘는다는 통계는 피부에 와닿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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