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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2]③대웅제약, 묘수냐 꼼수냐

  • 2018.10.08(월) 11:23

불안한 지배력 공익재단과 자사주, 비상장사로 유지
윤재승 전 회장 장남 윤석민…비상장사 2곳 사내이사

임직원에 대한 폭언·욕설 파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윤재승(56) 대웅제약 전 회장은 2세 경영인이다. 창업자는 부친인 윤영환(84) 명예회장이다.

윤영환 명예회장은 1957년 성균관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부산 동아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1959년 부산에서 선화약국을 개업했다. 꽤 장사가 잘되던 선화약국을 접고 본격적으로 제약업에 뛰어든 건 1966년이다. 그해 대웅제약의 모태인 대한비타민산업을 인수하면서부터다.

 

# 가와이제약소 → 대웅제약→ 2세 경영

대한비타민산업의 전신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만든 가와이제약소다.

 

해방 직후 미군정으로 귀속된 적산(敵産) 가와이제약소를 경남위생시험소에 근무하던 약사 지달삼이 인수해 조선간유제약공업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후 대한비타민화학공업사, 대한비타민산업으로 이름을 몇 번 더 바꾸다 경영난이 거듭되자 1966년 윤영환 회장에게 매각했다. 

윤영환 회장은 유한양행과 동아약품의 뒤를 이어 1973년 대한비타민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1978년 대웅제약으로 사명을 바꿨다. 대웅제약의 상징과도 같은 간장약 우루사(Ursa)는 라틴어로 '큰 곰'을 말하는데 상호인 대웅(大熊)과 같은 뜻이다.

대웅제약의 2세 경영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윤영환 회장의 차남(윤재훈)에 이어 서울지검 검사였던 3남(윤재승)이 공직에서 물러나 계열사에 입사하면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세 경영은 2000년대 들어 차남과 3남이 경쟁하는 구도를 보이기도 했다. 3남 윤재승 회장은 1997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2009년 형 윤재훈 전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

그러나 3년 후인 2012년 윤재승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이후 차남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경영권 경쟁이 일단락됐다.

이후 윤재승 회장은 2014년 9월 회장으로 공식 승진했다. 같은 해 부친 윤영환 회장이 잔여지분 전량을 공익법인 등에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명실상부한 2세 경영을 시작했다. 

 


# 윤재승 회장 지배력 3축 공익법인·자사주·비상장사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빠르게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2002년 지주회사 (주)대웅과 사업자회사 대웅제약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창업자 일가가 가지고 있던 대웅제약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다만 대웅제약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도 개인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공익법인과 자사주를 활용해 대주주 일가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영리한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 대웅제`약 지주회사 (주)대웅은 윤재승 회장이 11.61%로 단독 1대주주, 윤 회장의 형 윤재용(6.97%), 동생 윤영(5.42%) 씨가 개인 2·3대 주주로 있다. 윤재승 회장은 부친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4년 이후에도 지분을 추가로 늘리지 않았다.

하지만 윤재승 회장에게는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확실한 장치가 있다.

첫 번째가 대웅재단이다. 공익법인인 대웅재단은 (주)대웅 지분 9.98%를 가지고 있으며, 윤재승 회장 일가가 이사진으로 포진하고 있다. 윤영환 명예회장은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 보유지분을 자녀들이 아닌 공익법인에 넘기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한 축으로 활용했다.

 

윤재승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 대한 폭언·욕설 파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면서 지주회사 (주)대웅제약 대표이사 회장과 대웅제약 사내이사직은 그만뒀지만 자신의 지배력을 받쳐주는 대웅재단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재단 이사장은 모친 장봉애 씨다.


(주)대웅이 가지고 있는 자사주(25.73%)도 윤 회장의 우군이다. 자사주는 평소엔 의결권이 없지만 유사시 우호세력에게 매각하거나 주식교환 방식으로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2015년 초 넥슨의 경영권 공격을 받은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활용해 넷마블과 주식교환을 단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재승 회장의 지배력 보완장치 중 또 하나는 다수의 비상장회사다. 지주회사 (주)대웅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디엔컴퍼니(1.77%)와 엠서클(1.77%), 블루넷(0.26%), 아이넷뱅크(0.16%) 등이 그들이다. 대웅제약의 지분 3.96%를 보유한 이들 4개사는 아래 [대웅제약 지분구조] 표에서 보듯 윤재승 회장이 직간접으로 소유한 개인회사다.

 

윤재승 회장은 디엔컴퍼니와 블루넷 지분을 각각 35%, 53% 가지고 있으며, 아이넷뱅크와 엠서클은 각각 인성정보, 인성티에스에스(TSS)를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인성정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 왔는데 대웅제약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이사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웅재단 이사직과 마찬가지로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자리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 3세 윤석민 비상장사 주주이자 임원

비상장사의 존재감은 후계 구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윤재승 회장의 경우에도 자녀 윤석민(25) 씨가 블루넷과 인성티에스에스 주주이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석민 씨는 2016년 12월 두 회사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윤재승 회장의 부인 홍지숙 씨도 이들 회사의 감사로 재직 중이다.

블루넷과 인성티에스에스는 대웅제약 지배구조상 핵심회사는 아니어서 아직 3세 승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윤재승 회장도 지금은 '폭언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나이가 56세에 불과하고, '영구 퇴진'이 아닌 '자숙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힌 만큼 언젠가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윤 회장의 20대인 자녀 석민 씨가 아직 (주)대웅 지분은 없지만 블루넷과 인성티에스에스를 통해 간접 지배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앞으로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이들이 핵심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창업자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큰돈이 드는 상장회사 대신 비상장사를 물려주고 계열사와 거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방식은 흔한 일이다.

윤 회장이 오랜 기간 (주)대웅 지분율을 11.61%에서 추가로 늘리지 않고 공익법인과 자사주, 비상장사와 같은 보조 수단을 활용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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