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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2]⑩동화약품, 낡고 취약한 지배구조

  • 2018.10.18(목) 10:31

가장 오래된 제약회사... 최대주주 지분은 취약
비상장 동화지앤피·공익법인 가송재단이 뒷받침
상호출자도 얽혀 있어 지분 구조 개편도 숙제

동화약품은 두산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最古) 기업으로 꼽힌다. 1897년 궁중 선전관 민병호의 아들 민강 선생이 서울 중구 순화동에 문을 연 동화약방이 시초다.

국내 최장수 의약품인 활명수를 판매한 돈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하던 동화약품은 일제강점기가 길어지면서 경영난을 겪었고, 1937년 보당 윤창식 선생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변기를 거친 동화약품은 1960년대부터 2세 체제에 들어갔다.

 

1963년 윤창식 선생의 장남 윤화열 사장이 취임해 기존 활명수에 청량감을 더한 까스활명수를 선보였다. 1973년부터는 윤화열 사장의 동생 윤광열 사장이 취임했다. 이후 1980년 덴마크 레오사와 기술제휴로 항생제 후시딘연고를 내놨고, 주식시장 상장과 해외진출도 추진했다.

2000년대 들어 윤도준 현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며 3세 시대를 열었다. 윤 회장은 경희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부친(윤광열)의 제안을 받아 부회장으로 입사했고, 2008년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그해 부친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자신의 호를 딴 가송(可松) 재단을 만들었다.

동화약품은 가장 오래된 제약사답게 4세 경영 참여도 빠르다. 윤도준 회장의 장녀 윤현경(38) 상무는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입사해 광고홍보실장, 커뮤니케이션팀장을 거쳐 더마톨로지사업부를 맡고 있다.

 

윤 회장의 장남 윤인호(34)는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재경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2016년 전략기획실 이사를 거쳐 올해 초 상무로 승진하며 일반의약품(OTC) 총괄사업부, 생활건강사업부를 담당한다.

 

윤인호 상무는 특히 비상장계열사 동화지엔피의 대표이사와 공익법인 가송재단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데 이 의미가 사뭇 남다르다.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에 유리병 용기를 납품하는 후방업체이지만 지분 구도로 보면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다. 공익법인 가송재단도 창업자 일가의 지배력을 뒷받침해주는 특급 도우미다.

 


# 취약한 지분율 뒷받침하는 동화지앤피·공익법인

동화약품은 윤도준 회장의 지분율이 5.13%에 불과하다. 윤 회장이 13년 전인 2005년 의대 교수를 그만두고 입사할 때 보유한 지분율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4세인 윤인호 상무(0.88%)와 윤현경 상무(0.06%)의 지분율도 0.88%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친인척 지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윤 회장을 제외한 친인척들의 지분율 합계는 4.87%에 불과하다. 

윤도준 회장 일가의 취약한 지배력을 뒷받침해주는 장치는 동화지앤피(15.22%)다.

 

동화지앤피는 1970년 윤화열 사장 당시 인수한 현대유리공업이 사명을 바꾼 곳으로 동화약품에 유리병 용기를 납품한다. 지난해 기준 동화약품 매출이 전체의 48%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심하지만 지분 관계로 보면 동화약품이 동화지앤피에 의존하는 구조다.

공익법인 가송재단의 존재감도 남다르다. 가송재단은 2008년 윤광열 명예회장이 부인 김순녀 여사와 함께 동화약품 지분 3%를 출연해 만들었다. 윤 명예회장은 2010년에도 자신의 지분 전량(3.03%)을 추가로 출연했다.
 
윤 명예회장 부부가 자신들의 지분을 윤도준 회장 등 자녀들에게 직접 물려줬다면 적지 않은 증여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지분율 10%(성실공익법인 기준, 일반공익법인은 5%)까지 세금을 면제받는 공익법인을 활용해 자녀들의 증여세 부담을 없앴다. 

가송재단은 동화지앤피 지분도 10%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윤광렬 회장이 출연한 것이다.

윤도준 회장이 가송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윤 회장의 장남 윤인호 상무도 재단 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익법인은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이 전체 이사진의 5분의 1을 넘어선 안 되기 때문에 윤 회장과 윤 상무 부자가 나란히 이사를 맡고 있는 가송재단에는 총 12명의 이사진이 대거 포진해 있다.

 

가송재단 출범 당시 이사진은 총 8명이었으나 2015년 윤 상무가 이사진에 새로 합류하자 '5분의 1'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12명으로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 얽히고설킨 상호출자...지분구조 개편도 숙제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일가의 취약한 지분율을 비상장사인 동화지앤피와 공익법인 가송재단이 뒷받침해주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지분 구도가 안정권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 4세 윤인호 상무가 가시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동화약품 계열사의 출자구도를 살펴보면 상호출자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A회사가 B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가지고 있으면 B회사가 가진 A회사 지분은 의결권이 없다. 동화약품의 경우 상법에 따라 의결권 없는 지분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으로 동화지앤피가 동화약품 지분 15.22%를 가지고 있지만 동화약품도 동화지앤피 지분 9.91%를 보유하고 있다. 상법에 따라 동화약품의 동화지앤피 지분은 의결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주식이다.

두 회사 간 상호출자는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출자비율 변화가 흥미롭다. 2000년대 초반에는 동화약품이 가진 동화지앤피 지분이 20%대였고, 동화지앤피의 동화약품 지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2004년 이후 관계가 역전됐다. 동화지앤피가 보유한 동화약품 지분의 의결권을 인정받는 방식이 지배력 유지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비상장사인 동화개발이 보유한 동화약품 지분 0.77%도 의결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동화약품이 동화개발 지분 33.81%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동화약품 주주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동화지앤피와 동화개발은 상대방 지분을 10% 이상씩 상호출자하고 있다. 따라서 두 회사가 서로 보유한 지분은 모두 의결권이 없다. 

동화약품 계열사 간 복잡한 상호출자 구조는 과거 부족한 자금력으로 계열사를 늘려온 결과물로 풀이된다. 

동화약품은 아직 4세 지분승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데 이보다도 비상장회사와 공익법인이 뒷받침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지분정리를 통한 상호출자 해소가 더 큰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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