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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왜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하나

  • 2018.10.31(수) 16:25

<김보라의 UP데이터>
지난해 전범기업 75개에 1조5551억원 투자
토요타·도시바 등 유명업체 전범기업 분류
수탁자책임위에서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전범기업 투자문제에 대해 3년째 질의하고 있는데 왜 변화가 없는 건가?"(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범기업 투자문제는 그동안 국민연금공단이 소홀한 면이 있었지만 앞으로 개선하겠다."(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지난 23일 22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 중 하나는 '왜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하고 있느냐'는 것인데요.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 금액은 작년 말 기준 1조5551억원입니다. 전범기업 투자금액은 2013년 6008억원에서 2015년 9315억원, 2016년 1조1943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번 국감에서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만큼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모두의 정서에 반하는 문제라는 뜻이죠.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지 못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데요. 

 

◇ 전범기업 투자금액, 5년 만에 2.5배 늘어

우선 전범기업의 기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연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김승희·이명수·남인순 의원 등)들의 요청에 따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일본기업 국민연금 투자 현황' 자료를 제출했는데요.

 

전범기업의 기준은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 위원회'가 발표한 299개 일본기업이 대상입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일본기업 가운데 이들 299개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집계한 자료를 제출한 겁니다.

 

 

우리가 잘 아는 토요타와 닛산자동차, 건설중장비 업체로 유명한 코마추, 고속열차 신칸센 등을 운영하는 동일본여객철도, 반도체업체 도시바 등도 전범기업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일본 전범기업 수는 지난 2013년 51개에서 2017년 75개로 증가했고, 투자금액도 지난 2013년 6008억원에서 2017년 1조5551억원으로 4년 새 약 2.5배 늘어났습니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관계자는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정책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본투자 비중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금액도 늘어났다"라고 답했습니다.

◇ 토요타·도시바 등 일본 유명업체 상당수가 전범기업

국민연금이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기금적립금 640조원 중 18.6%인 119조원을 해외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해외주식투자 금액 중 일본의 비중은 7%(8조3000억원)입니다. 이는 일본 주식시장이 전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약 7.8%, 김승희 의원실 자료 기준)과 비슷합니다.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일본기업에서 전범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1조5551억원)인데요. 이 역시 일본 주식시장에서 전범기업의 비중(21.3%, 국민연금법 개정안 검토보고서 자료 기준)과 유사합니다. 국민연금이 주로 투자하는 토요타·코마추·닛산자동차·파나소닉·미쓰비시·신일철주금·도시바 등 유명기업들이 전범기업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해당 국가 증시의 규모와 상장기업 수 등에 비례해 투자금을 집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사실상 전범기업을 아예 배제하고 일본기업에 투자하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죠. 

 

 

◇ 전범기업 투자 가이드라인 필요 

 

국민연금은 김승희 의원실에 전범기업 투자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제출했는데요.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기금운용지침 제4조(기금운용원칙)에 따라 수익성·안정성·공공성·유동성·운용독립성에 따라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해당 원칙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는 이러한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연금은 또 전범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운용의 독립성 원칙을 어기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역시 지난 23일 국감에서 "특정기업에 대한 투자배제는 국민연금의 투자원칙 틀 안에서 정해질 필요가 있다"며 기금운용지침에 따른 투자원칙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징용 등 일제강점기 당시 피해를 본 국민이 적지 않고, 일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단순히 투자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런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 제17조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음에도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죠.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토요타에 투자하는 것이 당장 수익성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강제징용은 인권의 문제"라며 "인권 문제를 간과하고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이 국제적인 리스크를 안고 갈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안팎에서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자 국민연금은 전범기업 투자문제를 놓고 회의를 열었습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하기 위해 만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지난 22일 열린 것인데요.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아 추가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만큼은 예년과 달리 명시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전범기업 투자 철회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는 국정감사 때 지적되고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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