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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④지주회사 규제...현대차의 고민

  • 2018.12.04(화) 08:18

자회사 의무지분율 상장회사 20%→30%로 상향
기존 지주회사엔 적용 안해...SK 지분매입부담 덜어
지주회사 전환 못한 삼성·현대차는 잠재적 부담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는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할 자회사·손자회사 최소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담겨있다. 지금은 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인데 이를 각각 30%, 50%로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그간 공정위가 지주회사 상표권수수료 조사 등을 해온 과정을 종합해보면, 이 내용을 집어넣은 배경에 자회사 주식을 관리하는 게 본업인 지주회사가 '무늬만 지주회사'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율이 낮다보니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배당수익보다는 자신들만 취할 수 있는 상표권수수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독점적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법안내용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됐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기존 지주회사에는 계열사를 추가할 때만 적용하고 이미 계열사로 편입돼 있는 자회사·손자회사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조항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지지하는 진보진영에서는 후퇴한 방안이란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크게 안도하는 곳은 SK그룹이다. 지주회사 SK㈜가 자회사 SK텔레콤 지분 25.2%,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20.1%를 보유중인데 만약 이 지분율을 각각 30%로 늘리려면 현 시세로 6조원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정부안과 여당안 모두 기존 지주회사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SK그룹은 새로운 회사를 인수해 계열사로 신규 편입할 때만 상장 30%, 비상장 50% 규정을 적용받는다. LG 등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다.

 

이 조항은 아직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곳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지난해 공식적으로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백지화했고, 이후 지주회사 전환의 '지렛대'가 될 자사주도 소각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을 높이는 법 개정까지 더해지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불씨는 당분간 되살아나기 어렵다.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현대차도 영향권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현대모비스의 AS부품·모듈사업을 떼어내(분할)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합병)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잠정 보류한 바 있다. 이 방안은 외형상 현대모비스기 지주회사 형태를 띠고 있지만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 지주회사 형태는 아니었다.

 

현대차가 상반기와 유사한 방식을 다시 들고 나온다면 당분간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 확대 조항이 통과되더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향후 온전한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할 경우 주력회사 지분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삼성, 현대차뿐만 아니라 한화, 신세계, 두산, 대림, 현대백화점, OCI 등도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곳이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이 높아진다는 건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 열차에 탑승할 '티켓 값'이 이전보다 훨씬 비싸진다는 의미다. 이들 대기업이 지분 승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선택한다면 발걸음이 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정위가 이 조항을 들고 나온 배경을 다시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지주회사 전환 열차에 탑승하지 않은 삼성, 현대차 등에게 빨리 탑승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소유·지배구조 투명화 방안)을 알아보라고 팔꿈치로 찌르는 '넛지' 효과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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