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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의 국민연금을 위해

  • 2019.02.12(화) 16:30

[전문가기고]②성혜영 국민연금硏 박사
"現 저부담 고급여 체계, 연금 지속성 확보 못해
적정급여 확보·미래 재정안정, 미룰수 없는 과제"

현재 국민연금 제도는 급여의 적정성(Adequacy)과 재정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연금의 급여 종류 중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은 노령연금인데 이 노령연금 수급자의 평균수급액이 노후생활을 영위하는데 부족하므로 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지금부터 23년 후인 2042년부터 수지적자가 시작되어 이로부터 15년이 흐른 2057년에 소진될 예정이므로 연금 재정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현세대와 미래세대에 걸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문제이다.

지난해 8월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재정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제4차 결과가 발표되었고 12월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이 만들어져 국회에 제출됐다.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이 발표 된 직후 재정 안정을 방기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간 실시된 1,2차 연금개혁들이 ‘재정안정화’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개선방향은 급여 적정성을 동시에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평가는 충분하지 못했다. 이에대한 의미를 되짚어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과제가 남아있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1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청중들의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

 

# 공적연금 급여 적정성 확보 위한 다양한 시도

국민연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재 국민연금 노령연금의 평균 수급액은 매우 적다. 2017년 말을 기준으로 월 38만6000원이다. 연금으로 생활한다는 말을 하기가 무색할 만큼 적은 액수이다.

그러나 특례노령연금 수급자를 제외할 경우 월 평균 50만원이 되며 20년 이상 가입자만 따졌을 때는 월 89만2000원으로 크게 높아진다. 적정한 급여수준의 확보는 가입기간이 관건인 셈이다. 현재 노령연금 수급자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은 평균 17.1년에 불과한데 그 이유는 제도 도입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도입되어 1999년에서야 전국민에게 확대됐다. 2019년 시점을 기준으로 31년이 경과한 셈이다. 제도가 점차 성숙함에 따라 평균 가입기간도 증가하면서 평균 수급액 역시 현재보다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초기 가입자들은 연금을 수급할 연령이 되어도 가입기간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급액도 적다. 우리보다 먼저 공적연금 제도를 도입한 해외 국가들의 경우 초기 가입자들의 연금 소득을 확보해 주기 위한 조치로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우선 가입기간을 충족하지 못했어도 특례노령연금을 지급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미국의 OASDI 제도의 경우 1937년에 보험료 납부를 시작해 5년 후인 1942년부터 노령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일본도 초기에는 원칙적인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한 이들도 후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역시 1993년부터 5년 가입자를 대상으로 특례 노령연금을 지급했다.

둘째, 가입기간이 부족한 소득비례연금을 보완할 수 있도록 공적부조나 기초연금제도를 동시에 가동했다. 일본이 1961년에 자영업자나 농민을 위한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했을 당시 이미 고령자라서 제도에 가입할 수 없거나 가입하더라도 수급요건을 채울 수 없는 이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연금을 도입한 것이 그 예이다. 캐나다도 소득비례연금인 캐나다연금플랜(CPP)이 도입된 1966년 이전부터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이 존재했으며 소득이 특히 낮은 노인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보충급여도 제공했다.

셋째, 저부담 고급여 방식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도 초기 가입자들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즉 낮은 보험료율과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해 초기 가입자에게 높은 수익비를 안겨준 것이다. 캐나다는 25%의 소득대체율에 3.6%의 보험료율을 초기 20년간 유지했다. 급여산식 역시 초기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했는데 1976년부터 10년 가입자도 월평균 보험료 부과소득의 25%를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미국 역시 4%의 보험료를 초기 20년간 유지했고 일본의 후생연금은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산된 평준보험료 보다 낮은 수준의 보험료율을 초기 10년간 적용했다.

우리나라도 특례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저부담 고급여의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했지만 국민연금에 아예 가입하지 못한 세대, 가입기간이 짧았던 세대를 위한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 현 세대 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쉽게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다. 다행히도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고 이것이 2012년에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급여수준도 증가하여 무(無)연금과 저(低)연금 상태에 있는 현세대 노인들의 소득이 어느 정도 강화되고 있다. 이제 기초연금은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한 기둥이며 연금 급여의 적정성을 이야기 할 때 반드시 국민연금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이번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서 제안한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함께 고려했으며 2021년에 기초연금이 30만원으로 올라갈 경우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 12%의 소득대체율을 확보하게 된다. 미래 세대에 있어서도 기초연금이 공적연금 소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 연금사각지대 해소하면 적정급여 확보 효과

한편 연금제도의 성숙은 수급자 및 가입기간 증가, 연금액의 증가를 통한 실질 소득 대체율의 증가를 가져와 급여적정성에 도움이 되지만 이로 인해 재정 위기도 함께 유발시킨다. 특히 대부분 국가들이 초기 가입자들을 위해 관대한 급여체계를 유지했던 탓에 연금제도가 성숙된 시점에서 재정 위기를 맞게 되고 이에 맞물려 재정 안정 조치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제도 도입 40년이 경과한 1980년대에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보험료율을 올려 재정안정을 목표로 한 대대적인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소득 비례 연금 제도를 다소 늦게 시작한 캐나다는 제도 도입 30년 경과 시점인 1990년대에 연금개혁을 실시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랐다.

우리나라는 연금 성숙 시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인구고령화가 겹쳐, 재정안정을 위한 개혁 조치를 1998년과 2007년에 2번에 걸쳐 실시하게 됐다. 특히 2007년에는 보험료율은 9%로 유지한 채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크게 낮췄다. 40%의 명목소득대체율은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낮은 편이 아니지만 문제는 가입기간에 따른 실질 소득대체율이다.

안타깝게도 2088년경 국민연금 신규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약 27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안정적인 근로기간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국민연금 제도 내에서 본다면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험료 지원과 크레딧 확대를 통해 가입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 이러한 제도 내실화 방안과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담긴 것은 의미가 크다. 구체적으로 보면 저소득 지역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 사업장 가입자 및 농어민 보험료 지원 확대, 첫째아이 출산 크레딧 지급을 통해 가입기간 확대를 모색하고자 했다. 이러한 대책이 현실화 된다면 적정 급여 확보에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 지속가능한 연금제도위해 사회적 대타협 절실

현재 국민연금보험료율은 9%이며 명목 소득대체율은 40%이다. 연금보험료와 소득대체율간의 관계는,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상당히 불균형하다. 평균소득자가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자신의 월 평균 소득의 40%에 해당하는 노령연금을 20년간 수급하고자 한다면 20%에 가까운 보험료를 납부해야만 수지균형이 맞는다.

지금의 국민연금 제도는 평균소득자의 경우 자신이 낸 보험료 보다 약 1.8배 많은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초기가입자들은 무연금과 저연금의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해 높은 수익비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평균가입기간이 점차 길어지면 수급액도 증가하게 되므로 재정안정을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차츰 낮추거나 보험료를 올려 수익비를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에 실시한 제1차 연금개혁에서는 연금의 급여수준을 70%에서 60%로 낮추었고 2007년에는 급여수준을 다시 40%로 낮추었다. 특히 2007년 개혁에서는 보험료율도 함께 인상해 제도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자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연돼 왔다.

저부담 고급여의 체계는 제도의 장기적 지속성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데에도 걸림로 작용한다. 특히 급여적정성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45% 내지 50%로 다시 올리고자 한다면 보험료 상승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이나 국민들의 수용도를 고려했을 때 급격한 보험료 인상은 국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점진적 인상계획을 수립해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시점에서 소득대체율을 줄이고 늘리는 것은 사실 지금의 노인세대 빈곤문제와는 관련이 없으며 향후 연금을 받게 될 현재 가입자들 그리고 아직 가입자가 되지 않은 미래 가입자들과 깊은 상관이 있다. 혹자들은 기금이 소진되면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급격한 인구고령화 추이를 볼 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들의 연금 신뢰도 역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적정급여의 확보와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 안정, 어느 것도 미룰 수 없으며 고령화와 저성장 시대를 대비한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국민연금 개혁을 늦출 수 없다. 제4차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제도개선방향 및 정부의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연금개혁에 관해서는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 급여 적정성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견지한다면 건설적인 사회적 논의가 가능해지고 연금개혁을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연금 개혁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 사회적인 대타협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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