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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고민 묻어나는 '의결권 위임' 방안

  • 2019.07.15(월) 08:57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후속조치]②의결권 위임
내년부터 위탁운용사에 관리주식 일부 의결권 넘겨
연금 직접 보유한 대형주는 대부분 위임대상서 제외
위탁사만 보유한 주식도 합병등 주요안건은 직접 행사

내년부터 국민연금이 주식 의결권 일부를 위탁운용사에 넘긴다.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118조2000억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중 54.5%인 64조4000억원을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53조8000억원은 29개 자산운용사가 위탁관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지난 5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제출한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초안)'에 따르면, 연금은 위탁관리 주식 중 일부 의결권을 자산운용사에 위임한다.
 
앞서 국민연금은 작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하면서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 우려가 불거지자 위탁운용사에 의결권행사를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1년여만에 공개된 의결권 위임 방안은 국민연금의 고민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관련기사>의결권 위탁이 최선일까

기본적으로 의결권을 위임받으려면 위탁운용사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야한다. 국민연금과 비슷한 투자철학을 갖춰야한다는 의미다. 코드 도입 뿐만 아니라 의결권행사원칙 마련, 이해상충 방지정책 등 자본시장 시행령이 정한 기준도 충족해야한다. 법을 지키지 않는 운용사에 의결권을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의결권 위임이 가능한 주식 범위에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주식은 제외한다.

사실 국민연금이 직접운용하든 위탁관리를 맡기든 모든 자금의 출처, 즉 재산명의자는 연금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연금사회주의'라 지적하지만, 연금의 돈을 대신 맡아서 굴리는 이들(자산운용사)이 마음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오히려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북미 등 모든 연기금들이 의결권 행사를 직접 행사한다"며 "국민연금이 직접 판단하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반복되는 논란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위탁운용 주식에 한해 일부 의결권을 넘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국내 상장회사는 716개이며, 이중 206개는 직접운용과 위탁운용이 섞여있다. 따라서 이를 제외한 510개 즉 국민연금의 직접운용이 없이 위탁운용사가 관리하고 있는 주식이 의결권 위임 대상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운용하는 동시에 위탁운용사도 관리하고 있는데 이런 기업의 의결권은 모두 국민연금이 행사한다.

국민연금은 직접운용 주식목록을 별도로 발표하진 않지만, 연금이 채택하고 있는 국내주식 벤치마크(코스피200)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부분의 상장 대형주는 의결권 위임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일부 맡기더라도 연금의 주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거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대기업 주식 의결권은 대부분 직접 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또다시 '무늬만 위임' 아니냐는 논란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향후 직접 보유분이 있는 회사에 대해서도 위탁운용사의 주식 보유분만큼은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상법상 ‘의결권 불통일’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간단한 사안은 아니다.

상법상 의결권 불통일이란 주주가 2주 이상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을 때 1주는 찬성표, 1주는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말한다. 직접운용이든 위탁운용이든 주주명의는 모두 국민연금이다.

따라서 동일한 기업을 놓고 직접운용 주식은 찬성, 위탁운용 주식은 반대(또는 그 반대방향)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결국 국민연금이 하나의 기업에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꼴이 된다.

이렇듯 한 주주가 찬·반을 다르게 행사하려면 상법(368조의2)에 따라 주주총회 3일전까지 회사 측에 설명해야한다. 이때 회사는 의결권을 통일하지 않는 행위를 거부할 수 있고, 특히 거부의사를 반드시 알려줄 의무도 없다. 의결권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가 관리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는 의결권을 위임하되 기업합병(M&A)시 주식매수청구권 관련 안건, 중점관리기업(배당, 임원보수, 법령위반, 지속적인 반대표 행사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안), 대한항공처럼 예상치 못한 우려가 발생한 기업의 의결권은 위탁운용 주체와 관계없이 직접 행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위탁운용사와 계열관계이거나, 운용사가 특정기업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거나, 계열 증권회사가 특정기업의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발행을 맡고 있는 경우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고 보고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국민연금은 향후 의견수렴을 거쳐 9월께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마련, 내년 정기주총부터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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