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년 전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9.2%가 국민주택규모를 전용 85㎡(25.7평)에서 전용 65㎡(19.7평)로 축소하는데 찬성했다며 국토부에 국민주택규모 축소를 건의했다.
서울시는 가구 구성원의 변화와 소형 주택 수요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서울은 1~3인 가구가 전체의 69%인데 60㎡이하 주택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당수 정책의 기준이 85㎡로 되어 있어 변경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주택규모 축소로 금융 세제 혜택을 받는 대상이 줄어들면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주택규모를 85㎡(25.7평)로 정한 것은 1972년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에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입법 당시 국민 한 사람당 주거공간이 5평 정도는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가구당 5명(당시 평균 가구원수)을 기준으로 25평으로 정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신당동 집이 25평 남짓이라 그걸 기준으로 했다는 설도 있다.
◇ 왜 줄이자는 건가
지난 40년간 가구원수가 5.37명(1972년)에서 2.71명(2010년)으로 감소했다. 가구원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면적도 줄이자는 것이다. 지난 2005년 말부터 발코니 확장이 허용되면서 85㎡의 실제 주거공간은 100㎡를 넘는다. 면적을 65㎡로 줄여도 발코니를 감안하면 종전의 85㎡와 다를 바 없다.
또 그동안 주택 가격이 많이 올라 서민들이 85㎡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85㎡ 아파트 가격은 서울 3억7000만원, 수도권 2억4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현실은 국민이 생각하는 것의 2배 수준이다. 중산층도 85㎡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서민들이 구입할 수 있는 규모로 국민주택 기준을 낮추고, 여기에 대해서만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 어떤 혼란이 있나
기준이 바뀌면 주택법 뿐만 아니라 각종 세제, 대출, 청약제도 등 20여 가지가 넘는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 국민주택규모에 대해서만 근로자 서민 주택전세자금,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근로자 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지원된다.
아파트 청약도 85㎡를 기준으로 통장의 종류와 자격 등이 달라진다. 수요자들이 겪는 혼란이 커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아울러 기준을 낮추면 60~85㎡ 규모의 공급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 금융 세제 혜택이 사라져 공급자는 지으려 들지 않고 수요자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현행 국민주택규모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한꺼번에 고칠 경우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며 중기 과제로 삼아 차근 차근 개선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