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딜레마]①소셜믹스 話頭를 던지다

  • 2013.06.04(화) 16:24

'저소득층 밀집' 편견 탓에 "우리동네는 안돼"

지난달 말,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위례신도시의 한 모델하우스. 30대 후반의 한 주부 방문객에게 분양 상담원이 짐짓 정색을 하고 조언을 한다.

 

"브랜드가 잘 알려진 다른 아파트보다 여기가 좋은 건 주변에 임대아파트가 없다는 거에요. 자녀분들이 임대아파트 사는 애들하고 한 학교에 배정될 일이 없죠." 예닐곱살 먹은 남자아이 손을 꼭 쥔 방문객은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 "내집 옆은 안돼".. '님비' 부른 행복주택


▲목동지구 행복주택 개발 예시도(자료: 국토해양부)

 

한국 사회,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대주택에 대한 이질감이 뿌리 깊다. 대선 시기 같은 '정치의 계절'뿐 아니라 전셋값이 오를 때는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다가도 내 집 옆, 우리 동네 얘기를 할 때는 달라진다. 가능하면 피했으면 한다. 전형적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의 대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행복주택이 지금 꼭 그렇다. 정부 공약인 행복주택은 철도부지, 유수지(遊水池) 등 땅값이 들지 않는 부지에 짓는 임대주택이다. 영구·국민임대주택 등 모두 임대로 공급되며 물량의 80%가 신혼부부 대학생 및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 취약계층에 우선 공급된다. 나머지 20%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별로 입주자격을 준다.

 

◇ 목동·잠실 주민들 거센 반발

 


▲목동 거리에 나붙은 행복주택 반대 플래카드(사진: 네이버 블로그 nolja7700)
 

이런 행복주택은 최근 목동, 잠실 등 중산층 이상 계층이 많은 지역이 시범지구로 포함되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유수지에 280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 지구가 예정된 양천구 목동에서는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행복주택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고 인구 과밀화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양천구 측도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행복주택비상대책위원회 주민 등이 참석한 국토교통부와의 면담에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국토부는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역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경청하고 주민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도 5일부터 시범지구에 대한 공람공고를 진행키로 한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 등도 주택 임대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월세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반발 기류가 흐르고 있다.

 

◇ 前정부와 선긋기..'100% 임대'

 

행복주택이 이처럼 인근 주민들에게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100% 임대주택'이라는 이유가 크다. 이전 MB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저렴한 공공분양 주택을 양산하며 주택시장을 교란하고, LH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자 새 정부는 주거안정 공약에서부터 선긋기에 나선 것이 발단이다.

 

공공물량은 임대주택으로만 공급한다는 것, 재정을 아끼기 위해 땅값이 들지 않는 곳에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결합해 나온 것이 바로 행복주택이다. 그러다보니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지어 저소득층 등 주거복지 대상자들에게 '티 나지 않게' 혜택을 주자는 '소셜 믹스'는 무시됐다.

 

과거 보금자리주택도 임대주택만 지으면 저소득층 밀집지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를 덜기 위해 분양주택과 섞어 지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하면 의무적으로 소형 임대주택을 짓게 하는 것도 소셜믹스를 위한 것이었다.

 

◇ 저소득층 밀집 거주지 '편견' 깨야

 


▲행복주택 시범지구 위차도(자료: 국토교통부)


 

행복주택 역시 소셜 믹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지난 3월 열린 공청회에서는 "저소득층 밀집에 따른 사회적 낙인을 막기 위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섞어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다만 현 상황에서 분양주택 공급이 어렵다면 주변 지역과의 단절을 해소하는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토지주택연구원(LHI)의 진미윤 수석연구원은 "저소득층 밀집지라는 편견을 덜기 위해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은 입주자격 소득 상한을 한 계단 높이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며 "행복주택이 해당 입주민뿐 아니라 주변 주민들에게도 편익이 돌아가는 시설이라는 인식을 심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셜 믹스(Social Mix)란?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어우러져 살도록 하겠다는 정책 개념. 일반적으로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섞어 짓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임대주택 등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이 우범지대화·슬럼(slum)화·게토(ghetto)화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해외에서는 인종별, 연령별 혼합 주거도 포함한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이후 임대단지가 집중적으로 지어지면서 일부 지역이 저소득층 밀집지로 낙인 찍히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논의가 시작됐고, 2004년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본격적으로 단지내 소셜믹스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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