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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딜레마]②민간임대시장엔 '毒'

  • 2013.06.11(화) 07:14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수익성 악화 불가피

"노후생활을 위해 퇴직금과 집을 줄여 가면서 남은 돈으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샀는데 임대 수익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네요.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지금 60만원씩 받는 월세가 더 떨어질 거라고 하니…"

 

작년 초 서울 서초동 전용 112㎡ 아파트를 팔아 용인 수지로 이사가면서 송파구 잠실동과 신천동에 전용면적 30㎡ 오피스텔 2채, 전용 24㎡ 도시형생활주택 1채를 산 최 모씨(62)는 행복주택 소식에 걱정이 짙어졌다. 집까지 팔아 세운 노후 계획이 싼 임대주택을 내놓겠다는 정부 정책으로 헝크러질 판이 됐기 때문이다.

 

◇ "가뜩이나 소형주택 많아져 걱정인데"


▲서울 관악구 남현동 일대에 지어진 도시형생활주택
 

박근혜 정부가 행복주택 계획을 내놓으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던 이들은 골치가 아파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을 지을 때 건축비용을 연 2%의 저리로 내주며 사업을 부추기더니 올해 나온 행복주택은 이런 지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은 입지나 주택규모, 수요층이 행복주택과 거의 겹친다. 게다가 지난 2~3년간 폭증한 사업허가로 가뜩이나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도입 초기인 2009년 1688가구로 시작해 2010~2012년 3년간 총 22만8337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 한 해에 건축허가면적이 2배씩 늘어난 오피스텔 물량까지 더하면 이미 소형주택은 넘쳐날 지경이라는 분석이다.

 

◇ 민간임대 자리잡기도 전에 싹 잘라내는 꼴

 

이런 상황에 행복주택은 서울 오류, 가좌, 공릉, 목동, 잠실, 송파 및 경기 안산 고잔 등 시범지구 7곳에서 1만 가구가 공급된다. 앞으로 5년간 20만가구가 들어선다. 더구나 행복주택은 정책 지원을 받아 주변 임대료 시세의 70%선에 공급될 예정이다.

 

소형주택 임대사업자로서는 경쟁력 약화와 임대료 하락이 염려될 수밖에 없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는 행복주택이 공급되면 인근 1.25km 이내에 월세가 9%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도시형생활주택, 임대관리업 도입 등으로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기류였는데 행복주택이 들어오면 민간임대가 자리잡기도 전에 이를 고사시키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주택 매매시장을 교란시켰다면 행복주택은 임대시장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분양없이 임대 공급..사업주체에 비용 부담


▲정부가 행복주택과 비슷한 외국 사례로 든 홍콩 쿨롱베이 데파트(Kowloon Bay Depart). 차량기지 선로 상부에 10㏊에 이르는 인공대지를 조성해 건설했다.(사진: 국토부)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 사업으로 민간 임대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제혜택 등을 주는 추가 조치를 내달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 밖에도 행복주택이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유수지나 철도 부지에 지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건축시 악취와 소음, 진동, 안전 등에 대한 대비책을 꼼꼼히 세워야한다. 특히 행복주택은 택지비 부담이 크지 않지만 인공대지(데크)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예상보다 사업비가 더 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분양 물량 없이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원조달이 관건이다. 사업주체의 재무구조에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이나 기금 지원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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