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래 활성화에 중점을 둔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자 매매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급매물에도 꿈쩍 않던 이들이 1% 대 금리로 내 집 마련 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살 만한 집 없냐'며 중개업소에 묻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전셋값은 꺾일 줄을 모른다. 가을 이사 성수기를 앞에두고 상승폭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전세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희망사항일 뿐이다. 취득세 영구 감면도 정치권의 혼란을 뚫고 언제부터 시헹힐 수 있을지 모르고, 파격 금리의 모기지(mortgage)도 내달까지는 출시를 기다려야 한다.
◇ "오른 전셋값 버거우면 집사라?"
이번 전월세대책을 두고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4.1부동산 대책 2탄'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불붙은 전셋값 상승을 누그러뜨릴 내용은 없었고, 오로지 매매 활성화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되풀이돼온 전월세시장의 불안은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전셋집이 줄고(공급), 집을 사려하지 않는(수요) 현상이 겹친 것이다. 하지만 여름 비수기부터 달아오른 최근 전세시장을 볼 때 이번 가을 전세시장 수급이 더 꼬일 것을 염두에 두고 이를 경감시킬 내용이 절실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시내 전셋값 3억~5억원대 매물이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대한 수요층을 매매시장으로 이동시키면 전세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가격 구간대에서 불붙은 전셋값 상승세는 이미 1~2억원대, 서울 외곽 및 수도권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정부는 주택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전셋값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논리를 대고 있지만 수요자 입장의 판단 논리는 정반대가 될 수 있다. 버거운 전셋값 상승을 버티지 못하니 미끼 같은 저금리에라도 기대어 차선(次善)으로 집을 사는 꼴이다.
대책에서 제시된 모기지 혜택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해도 연내에 이를 받을 수 있는 건 3000여명에 그친다. 시리아와 인도 등 불확실성이 강한 세계 경제의 변수들도 아직 집 사기엔 여전히 꺼림찍한 상황이다.
◇ 전세 열기 가시지 않고 매매 시장만 자극
1일 부동산114(r114.com)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2% 올라 전 주보다 0.02%포인트 상승폭을 확대했다. 신도시와 수도권도 0.08%씩 상승했다.
매물 품귀로 잠실엘스 등의 전셋값이 한 주만에 2000만~3000만원씩 뛴 송파(0.44%) 지역 상승세가 거침 없었다. 송파에서 강 건너편인 광진도 현대2단지, 현대프라임 등이 500만원씩 뛰며 0.40%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밖에 ▲구로(0.32%) ▲노원(0.28%) ▲강서(0.27%) ▲관악(0.27%) ▲도봉(0.27%) ▲동대문(0.25%) 순으로 상승폭이 높았다. 신도시 가운데서는 ▲산본(0.12%) ▲분당(0.09%) ▲중동이 비교적 상승률이 높았고 수도권 도시 중엔 ▲파주(0.28%) ▲의왕(0.14%) ▲시흥·안양·용인·인천(0.13%) 등이 상승률 상위에 올랐다.
서울 매매시장도 재건축과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등 움직임을 보였다. 서울이 0.03% 오르며 지난 5월 셋째주 이후 처음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강동(0.20%) ▲강남(0.16%) ▲송파(0.11%)가 강세를 나타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취득세율 인하와 장기 저리 모기지 등은 내 집 마련을 계획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지만 전세시장 흐름을 바꾸기까지는 시간차가 있어 가을 전세 수급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