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발(發) 전세대란을 우려해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카드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서울시는 그동안 조합원들의 반발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검토만 하다 서랍 속에 넣어두곤 했는데요, 이번엔 칼집에서 칼을 빼든 겁니다. 이번 조치가 전세난을 완화하는데 기여한다면 이주시기 조정이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 대상은
이주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단지는 강남구 개포시영(1970가구)과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2580가구) 등 2곳입니다. 이들은 각각 이주시기가 4개월, 2개월씩 늦춰집니다. 이들 단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다음 달부터 이주에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각각 내년 초와 올해 말로 그 시기가 연기됩니다.
함께 심의에 올랐던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1160가구)는 시기 조정 대상에서 빠져 내달부터 이주에 들어갑니다. 서울시는 “시기조정위원회에서 조정 기간을 놓고 토론을 벌여 해당 단지 조합 주민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세난 완화라는 사회적 편익을 얻기 위한 적정 수준을 정해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 다음 타자는
강남구 개포동, 강동구 둔촌동 주공단지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량이 많은 데다 주변에 이주자들을 받아줄만한 주택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 둔촌 주공(5930가구)을 예로 들었는데요. 둔촌 주공의 경우 사업시행인가(4월2일) 시점에는 실제 이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시기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관리처분인가 시점(올해 12월)에는 시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둔촌 주공과 같은 시기에 관리처분인가가 예정된 개포주공1단지 역시 단지 규모(5040가구)가 크기 때문에 이주 시기가 늦춰질 수 있습니다.
■ 문제점은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은 재건축 조합원들의 재산권과 관계돼 있어 '뜨거운 감자'입니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입주해야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조합 관계자들은 “공공을 위한 목적이라도 엄연히 재산권 행사를 침해한 것인데 최소한의 인센티브는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말 강동구 고덕시영(2500가구), 송파구 가락시영(6600가구)을 대상으로 적용 여부를 검토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단지 간 형평성 문제도 있어 인위적 조정이 불가능해 질 수 있다”며 “사업 초기 단계서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중장기적으로 이주수요 발생 시점을 관리해나가는 등 종합적인 관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이유는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시기를 조정하는 이유는 이주자들이 이사 갈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재건축을 하게 되면 철거부터 입주까지 2~3년간은 주택이 멸실(滅失) 상태가 되죠. 작년부터 강남4구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붙이면서 멸실 주택이 늘어나게 된 겁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3년 유예된 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게 원인입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강남4구의 주택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6500가구(공급 1만2304가구, 멸실 1만8838가구), 내년에는 6800가구가 모자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같은 물량 부족 현상은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되고 위례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는 2017년(+8600가구)부터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근거는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통해 할 수 있는데요. 기존 주택수가 500가구를 넘으면 심의 대상이 됩니다.(작년까지는 2000가구 이상 단지) 서울시는 시기조정위원회를 열어 수급 불안이 지속된다고 판단되면 사업시행인가 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최대 1년간 늦출 수 있습니다.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 분담금과 평형 배정 등이 정해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떨어져야 이주·철거, 착공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