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의 배신]①줄서서 만들었던 만능통장

  • 2016.05.13(금) 13:21

1분기 가입증가세 주춤…작년 65만 → 올해 39만좌
부동산시장 위축에 1순위 메리트·재테크 활용도 감퇴

내 집 마련의 첫 단추이자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받아온 청약통장의 새 가입자가 점점 줄고 있다. 공급과잉 논란과 함께 예전보다 분양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다, 금리도 점점 낮아져 재테크 상품으로서 메리트가 줄어든 게 주된 배경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점점 매력을 잃고 있는 청약통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편집자]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최근 2000만명(1인 1계좌 한정)을 넘었다. 특히 종전 청약저축과 청약예·부금을 통합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공공·민영주택 등 모든 신규분양 청약에 사용할 수 있고 금리도 높아 '만능통장'이라 불리며 가입자수를 크게 늘려왔다.

 

하지만 급속도로 늘어나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최근 들어 증가세가 급격히 주춤해졌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prtsy201@

 

13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3월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개설좌수는 총 2036만3003좌로 집계됐다. 작년말 1997만189좌에서 올 1월말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었고(2004만2045좌), 이후로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청약통장은 2000만명을 넘기기 직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의 경우 한 해 239만3510좌가 순증, 전년말 대비 증가율이 13.6%에 달했다. 단순히 매월 평균 1% 넘는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청약통장 증가폭이 두드러지게 작아졌다. 올 1분기(1~3월) 청약통장 가입좌수 순증분은 39만2814좌, 전기 대비 증가율은 1.97%였다. 작년 같은 기간 청약통장이 64만8908좌, 3.7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반토막 난 셈이다. 분기 중 월 평균으로 비교하면 증가율은 1.23%에서 0.66%로 낮아졌다.

 

이처럼 청약통장 순증세가 둔화한 것은 계좌 보유에 대한 메리트가 감소한 것이 가장 큰 배경으로는 꼽힌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이슈가 대두되면서 작년말 이후 청약 미달 단지가 늘고 일부 집값도 약세로 돌아섰다"며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도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이들이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순위 메리트가 떨어진 것도 청약통장 가입이 주춤한 이유 중 하나다. 2014년말 기준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는 42.4%에 불과했지만 작년말에는 55.6%, 올 3월말 기준으로는 56.6%까지 높아졌다.

 

정부가 작년 1순위 자격을 완화(2015년 3월 기준 수도권 2년→1년)한 때문이다. 통장 가입자 절반 이상이 1순위자가 되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져, 비교적 장기 가입자라도 당첨 확률이 떨어졌다. 1순위 가치가 예전만 못해졌다는 의미다.

 

 

재테크 활용도가 줄어든 것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3월말 현재 청약종합저축(기존 청약저축 포함) 금리는 작년 3월 최고 연 3.0%(가입기간 2년 이상)로 시중은행 금융상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연 2.0%가 적용된다. 정부는 작년에만 4차례, 총 1%포인트 금리를 내렸다.

 

지금은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에 예·적금 금리가 2% 후반대 인 것도 적지 않아 상대적으로 청약통장이 재형(財形)기능이 감퇴했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지역의 경우 작년 경쟁률 '수백대 1'의 청약열풍이 불면서 청약통장을 써버린 이들이 늘어난 것도 청약통장 가입자수 순증이 둔화된 이유로 꼽힌다. 분양권 웃돈만 노리고 통장을 사용한 뒤 계약을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국 세대수가 2100만여가구이고 가입계좌수가 2000만개를 넘은 것을 감안하면 거의 '한 집에 한 계좌' 꼴로 보편화 된 상황"이라며 "그러나 시장이 둔화되고 금리도 낮아져 활용성이 떨어지게 되다보니 계좌수 증가가 주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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