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의 배신]③가점 50점짜리도…희석된 '프리미엄'

  • 2016.05.17(화) 16:23

청약제도 완화해 수요는 늘었지만
실수요자들 내 집 마련 기회는 줄어

내 집 마련의 첫 단추이자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받아온 청약통장의 새 가입자가 점점 줄고 있다. 공급과잉 논란과 함께 예전보다 분양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다, 금리도 점점 낮아져 재테크 상품으로서 메리트가 줄어든 게 주된 배경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점점 매력을 잃고 있는 청약통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편집자]

 

'무주택 기간 8년, 부양가족 아내와 딸(2명), 청약통장 가입 13년' 회사원 김 모씨(43)의 청약가점은 48점이다. 그는 작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눈이 가는 아파트 단지에 줄기차게 청약을 신청하고 있다. 하지만 족족 낙방이다.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단지는 당첨 가점이 60~70점대에 달하다보니 가점제로는 당첨권 안에 들지 못한다. 유주택자를 포함한 1순위자와 '수십대 1'의 경쟁을 치르자니 분양권 당첨은 하늘의 별따기다.

 

요즘 분양시장에서 가입 기간이 10년 넘은 청약통장과 1년이 갓 지난 청약통장은 다를 게 없다. 가점제로 배정된 물량이 아니라면 똑같이 1순위 당첨 경쟁을 치러야 한다. 더구나 청약제도 완화로 1순위 자격을 가진 이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수요자가 오래 아껴둔 청약통장이라도 당첨 효력은 종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prtsy201@

 

1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전국의 청약통장(청약종합저축 및 청약저축, 청약예·부금) 가입자 수는 2045만6594명으로, 이 중 1순위 자격을 가진 이들은 전체의 57.2%인 1169만2631명이다.

 

정부가 작년 3월 수도권 1순위 자격 가입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인뒤 청약통장 가입자의 1순위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었다. 4월 한 달 사이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9만3591명 늘었지만, 같은 기간 1순위자는 16만610명 증가했다. 가입자수 증가보다 1순위자 증가 폭이 크다.

 

수도권 외 지방의 경우 1순위 자격 가입기간을 6개월로 두고 있지만 이 집계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방의 경우 전체에서 1순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1순위자의 증가는 아파트 당첨 경쟁을 뜨겁게 달궜다. 최근 들어 분양권에 웃돈이 예상되는 단지라면 청약경쟁률이 '수십대 1, 수백대 1'에 달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청약 경쟁 속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유주택자를 포함한 1순위 경쟁자가 많아진 만큼 청약통장을 오래 보유한 무주택자라도 민영 아파트 당첨 확률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 자료: 리얼투데이
 

특히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3년 전용 85㎡ 초과 주택에 대한 청약가점제 적용을 폐지(종전 50%)하고, 85㎡ 이하의 가점제 배정 비율도 종전 75%에서 40%로 낮춰 시행하고 있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부양가족수(최고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등을 더해 가점이 높은 순으로 민영주택의 배정 물량의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가점제 배정 물량이 줄다보니 희소성이 커졌다. 최근 유망 단지의 당첨가점도 84점 만점에 60~70점을 웃도는 경우도 많다. 오는 2017년부터는 가점제 배정 비율도 지방자치단체 재량으로 풀린다. 가점제로 들어갈 수 있는 물량이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무주택자이면서 청약통장을 보유한 기간이 긴 가입자라 하더라도 당첨가점 내에 들지 못하면 유주택자와 똑같이 청약경쟁을 해야한다. 당첨 가점 커트라인은 높아지고, 1순위자는 많아지다보니 가점 중상위권인 40~50점대 청약통장도 쓸모가 없어진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청약제도를 완화해 수요를 늘리고, 가점제 배정 비율을 낮춘 것이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청약통장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며 "주택경기 활성화도 필요했지만 그 사이 약해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보강해줄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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