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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우리집은 사물인터넷의 허브

  • 2016.05.24(화) 09:36

[창간3주년 특별기획 : 산업혁명 4.0]
<2부 삶이 변한다> 스위트 스마트 홈
편안함은 기본 건강도 챙기는 '첨단 주거공간'
고령화시대 적합한 주택 기술 '차세대 먹거리'

# 2010년. 캄캄한 집에 혼자 들어가는 게 싫어 현관불은 꼭 켜놓고 집을 나선다. 빨래나 청소하기에는 주말이 아깝지만 그렇다고 노총각 티는 내고싶지 않아 휴일에도 부산을 떤다. 약속이 급하지만 가스를 잠갔는지, 창문은 닫고 나왔는지 걱정돼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도 적지않다.

 

# 2016년. 아침이면 알람 소리와 함께 침실 등이 점점 밝아진다. 단지를 나서면 집안 모든 전원과 가스·수도가 자동으로 차단된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안전귀가' 메시지가 뜬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면 공기청정기가 스스로 켜진다. 해외로 휴가를 가도 택배는 무인 수거함에 안전하게 보관된다.

 

# 2020년. 잠에서 깨 화장실 변기에 앉는다. 곧 맞은 편 거울에 체중과 혈압, 수면의 질, 스트레스량, 비만도 등의 숫자가 떠오른다. 주방 앞 스크린에는 영양을 보충할 추천식단 재료 목록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거실 가족사진 화면에 고향 부모님 건강상태가 '양호'로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 재택근무를 시작한다.

 

집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허브(hub)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IoT로 물리적 공간 제약을 넘어서는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가족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스위트 스마트 홈'의 시대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 나도 모르게 밥 짓고 청소하는 IoT '우렁각시'

 

지난 17일 주택산업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7대 미래 주거 트렌드 중 하나로 '첨단 기술을 통한 주거가치 향상'이 꼽혔다. IoT로 연결되는 주거생활의 스마트화, 빅데이터(Big Data)를 통한 개인 생활패턴에 맞는 맞춤형 자동 서비스가 10년안에 보편화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예측이다.

 

이미 IoT는 기업간 협업을 통해 상품화를 시작했다. 이동통신 3사가 가장 적극적이다. 출장 간 아내의 공백을 틈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남편이 갑작스러운 아내의 복귀에 놀라 집으로 황급히 돌아오며 스마트폰 조작만으로 청소, 빨래, 환기 등을 순식간에 해결하는 한 이통사 광고는 이미 현실이다.

 

전자제품업체도 홈 IoT를 수익성 확대 모델로 삼고 본격적인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파트 단지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IoT 플랫폼 개발은 이미 끝났다고 공언했다. 싱가포르 부동산업체 아스콧과의 500가구 규모 '스마트 레지던스' 합작을 필두로 점차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사들은 IoT기술 자체뿐 아니라 첨단 기술이 구현 가능한 건물을 짓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은 주거기능 전체를 제어할 수 있도록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통신사 인터넷과 연결시켜, 생활에 안전·절약·편리를 제공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에 설치된 '스마트 캔버스'. 현관에서 날씨, 주차위치, 가족 정보 등을 보여준다.(사진: 삼성물산)
▲ 현대건설과 SK텔레콤이 협업해 향후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적용할 IoT 시스템 개요(자료: 현대건설)

 

삼성물산의 경우 작년 분양한 서울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에 현관 자동출입, 엘리베이터 호출 등의 기능을 담은 '웨어러블 원패스 시스템(Wearable One Pass System), '현관에서 날씨, 부재 중 방문자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인포 디스플레이 2.0(Smart Info Display)' 등의 상품을 적용하기도 했다.

 

현재 가정용 IoT는 이처럼 보안이나 가전기기를 원격제어하는 초보적 수준. 앞으로는 기기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해 집안이 사용자가 설정해둔 상태로 유지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해당 기기를 제어해 해결하거나 사용자에게 알려 대응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전망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으로 주택기능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보안과 의료, 커뮤니티 서비스 등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과 관련 산업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ion)이 거주자의 생활과 건강 등 주거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직은 걸음마..고령화 시대에 더욱 각광 예상

 

'스위트 스마트 홈'을 구현하는 IoT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이 2015년 575억달러(68조원) 규모에서 2019년 1115억달러(132조원) 규모로 연평균 19% 이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서는 국내 시장의 스마트 홈 산업 연평균 성장률이 2019년까지 21.9%나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홈 IoT 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방향은 편리 추구를 넘어, 사회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줄이는 건축기술의 개발이다. 우리에 앞서 고령화 문제가 현실이 된 유럽에서는 2007년부터 유럽연합(EU)의 지원을 통해 AAL(Ambient Assisted Living, 전천후 생활보조) 개념을 다각도로 주택 건설에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뒤늦게나마 이를 국가급 연구개발(R&D)과제로 삼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유럽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를 대비하는 한편, 침체된 기존 산업을 융복합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자는 게 목표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국토교통부는 가천대를 주관 연구기관으로 삼아 'AAL기반 스마트 공동주택 헬스케어 기술 및 실증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IoT를 통해 거주자의 움직임이나 생활방식을 관찰해 행동변화나 건강이상 등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예방조치가 가능한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게 목표다.

 

세부 과제는 ▲AAL 기반 스마트 공동주택 공간설계 ▲헬스케어 스마트홈을 위한 플랫폼 구축 ▲적합한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 등이다. 가천대 연구단의 최영준 박사는 "50년 이상 사용하는 주택의 수명을 고려하면 10년 뒤면 다가올 고령화 사회를 위한 주택개발은 당장 이루어져야 하는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병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원장은 "앞으로 주거공간은 건설·전자·통신·의료를 망라하는 산업 융복합의 허브가 될 것"이라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건설과 세계적 수준의 ICT가 결합한 'AAL 스마트 공동주택 산업 육성'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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