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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분양가' 외나무다리서 만난 두 건설맨

  • 2016.07.28(목) 11:48

HUG 김선덕 사장, 분양보증 퇴짜 '강수'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브랜드 고급화 '사수'

호조를 넘어 과열 지적이 나오고 있는 주택 분양시장에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양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분양을 하지 못한 사례가 나온 겁니다. 3.3㎡당 4300여만원, 분양시장 역대 최고 분양가를 내걸었다가 분양보증 퇴짜를 맞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디에이치 아너힐즈' 얘깁니다.

 

분양보증은 아파트를 짓기 전 입주자와 미리 계약을 맺는 '선분양제' 방식 시장에서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탈이 나도 계약자가 돈을 떼이지 않게 한 보호장치죠. 절차 상 의무화 돼 있기 때문에 분양보증이 없으면 아파트 분양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증기관이 분양가격을 문제 삼아 보증승인을 거부한 경우는 여태껏 없었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례적인 이번 일에는 요즘 끝을 모르고 오르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3.3㎡당(공급면적 기준) 4000만원, 전용 84㎡ 기준 12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아파트가 높은 청약경쟁률로 팔려나가면서 분양시장에는 '과열 경고등'이 켜진 상태입니다.

 

그 대표 단지가 이번 사달의 중심에 있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입니다. 분양보증전담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신인 옛 대한주택보증 설립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던 '분양보증 거부' 조치를 이 단지에 내렸습니다. 주변 단지 분양가 대비 상승률이 10%이상이면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단서까지 달아서죠.

 

이 때문에 "HUG가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켰다"는 말도 나옵니다. '무리수'라는 핀잔도 있죠. 사실 HUG는 분양가격을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 특히 분양계약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보증이 본래 역할입니다. 이 기관이 '분양가 조정' 역할을 맡은 걸 건설업계와 주택시장이 뜨악해 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HUG에 칼자루를 쥐어준 것은 주택당국인 국토교통부입니다. HUG는 국토부 산하기관이죠. 국토부는 최근 분양시장의 분양가 상승을 우려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아합니다.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규제를 만들었다가 그 부작용으로 경기가 급격히 꺽이면 화살이 정부에 쏟아질 수 있어서겠죠.

 

시장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제손으로 푼 규제를 재도입 할 수도 없는 상황, 이게 국토부가 HUG를 앞세운 이유입니다. 시장 친화적 성향 민간 주택전문가 출신인 HUG의 김선덕 사장이 올 초부터 "시장 리스크 관리와 같은 공적 기능도 수행하겠다.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역할 확대 예고성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지 싶습니다.

 

규제기관도 아닌 HUG가 기꺼이 강수를 자처한 이유도 있습니다. 분양시장의 과열로 분양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뛰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판단해서죠. "합리적 범위 내에서 분양가를 책정해 재신청해야 보증서를 내주겠다"며 자신 있게 칼을 뽑아들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 7월8일 서울 양재 힐스테이트갤러리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로 중도금 대출 규제 첫 적용 단지인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아파트)가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건설부동산업계 취재를 하며 이번 일을 바라보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HUG가 이렇게 시장에 개입해도 되나?'라는 시각보다는 '상황이 그럴만도 했다'는 평가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듯 합니다.

  

이번 재건축 고분양가 논란의 판을 키운 건 '건설명가'를 자처하는 현대건설인데요. 이 건설사는 주력해왔던 해외사업이 최근 2~3년새 저유가와 경기침체 등으로 기울자 국내, 특히 주택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7대 3정도였던 현대건설의 해외·국내 사업 비중은 최근 거의 5대 5정도까지 좁혀졌습니다.

 

국내 사업을 늘리면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선택한 승부수는 '고급 브랜드' 출시였죠. 강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해 주택사업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분양가 3.3㎡당 3500만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겠다"며 '디에이치'라는 새 브랜드를 내놓은 겁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로 처음 시장에 선보이려던 아파트가 분양에 퇴짜를 맞고, '고분양가 주범'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현대건설은 물벼락을 뒤집어쓴 꼴 됐습니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부 안에서는 "왜 하필 우리만 갖고 이러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현대건설이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행사 역할을 하는 재건축조합에 결정권이 있죠. 현대건설은 사상 최고가로 선보이는 이번 사업으로 새 브랜드를 띄워 향후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조합과 보조를 맞추고 있던 것 뿐이죠.

 

그러나 분양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진 탓에 현대건설 정 사장은 고민만 더 깊어진 상황입니다. 새 브랜드가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사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분양가 역풍을 맞아 부작용만 낳고 있는데 마음이 편할 최고경영자(CEO)가 없겠죠.

 

어쨌든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초미의 관심을 받는 단지가 됐습니다. 시장은 이번 분양이 어떻게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분양시장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이냐, 시장이 주저앉는 전환점이 되는 거냐 향후 전망을 두고 의견도 분분합니다.

 

아직은 모릅니다. 어림잡아 올 연말께나 돼야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번 사달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지겠죠. 이를 두고 맞붙은 HUG 김 사장과 현대건설 정 사장의 판단에 대한 평가도 그때는 더 명확해질 겁니다. 역대 최고가 아파트 분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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