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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재건축 35층 '네버엔딩 갑론을박'

  • 2017.02.14(화) 16:02

시 "도시미관 우선" vs 조합 "과도한 규제"
市 방침따라 집값 출렁..'예외'가 논란 키워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뒤숭숭합니다. 서울시가 아무 데서나 35층보다 높여 짓는 재건축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입니다. 재건축 조합들은 아파트를 더 높이 짓고 싶어하는데, 시는 '최고 35층'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재건축 된 아파트 단지./이명근 기자 qwe123@

 

서울시 입장은 지난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수립한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아파트 35층은 100~120m 달하는 높이인데요. 서울 종로구와 성북구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낙산 높이(110m) 수준입니다. 재건축 아파트 높이를 이 정도로 묶은 건 서울을 둘러싼 산과 한강 등의 경관을 시내에서 두루 보이게 해 도시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3종 주거일반 높이 제한 근거(자료: 서울시)

 

서울시는 그 전 오세훈 시장 때부터도 35층을 기준으로 삼아왔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한강 변에 초고층을 허용했던 선례가 있었던 게 논란을 촉발하는 부분입니다.

 

오 전 시장은 2009년 '한강 공공성 재편 계획'을 통해 재건축 단지 땅의 25%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최고 50층까지 아파트를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56층)'와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트리마제(47층)'가 그 사례입니다. 

 

▲ 예외가 된 두 사례 (자료: 서울시)

 

지금의 서울시는 이 두 단지를 '정책 실패' 사례로 꼽습니다. 여의도나 압구정동 같이 재건축을 원해왔던 지역에서조차 통합개발과 과도한 기부채납으로 오히려 주민 반발을 샀고, 이 때문에 오히려 논란만 낳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 시는 현재 '2030 서울플랜'을 통해 통상적인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최고 높이를 35층 이하로 공식화해둔 것이죠. 이는 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입니다.

 

이 법에서 일반주거용지는 1·2·3종으로 나뉘는데요. 시는 상한 용적률에 맞춰 1종은 최고 4층, 2종은 7~25층, 3종은 35층 이하로 기준을 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35층을 초과하는 건축물을 짓도록 허용하는 건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뿐입니다.

 

▲ 용도지역 개발가능밀도별 최고 높이(자료: 서울시)

 

하지만 재건축 조합들은 과거의 선례를 두고 우리도 높이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높이 지을수록 더 눈에 띄고, 집값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특히 "전에는 됐는데 왜 지금은 안 되냐"는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아파트'인데 시의 제한에도 여전히 45~49층 재건축 계획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 재건축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이명근 기자 qwe123@

 

이 아파트 주민들은 "35층 기준은 과도한 규제"라며 "오히려 시의 정책이 모든 지역의 층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도시 미관을 획일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논란이 크게 일어난 곳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인데요. 이 단지의 경우 종전까지 50층 층수제한 규제에 막혀 심의가 연기됐지만, 시가 지난 9일 다시 50층 높이가 가능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형평성 논란에 불이 지펴졌습니다.


서울시가 세워둔 기준이 바뀐 것일까요? 압구정 현대나 대치동 은마는 초고층이 불가능하지만 잠실주공5단지는 가능하다니 말이죠. 그러나 여기에도 잠실이라는 지역이 예외로 인정받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 높이관리기준 주요 내용(자료:서울시)

 

2030 서울플랜은 '3대 도심(광화문·시청, 영등포, 강남)'과 '7대 광역중심(용산, 청량리, 창동, 상암, 마곡, 가산, 잠실)'에 짓는 주상복합 건물은 35층 이상으로 높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잠실은 여기에 포함되죠.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롯데월드타워 등 업무·상업지구가 인접한 잠실역세권의 잠실주공5단지 중 잠실역에 가까운 일부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잠실의 경우 준주거지역에 맞는 기능을 갖추면 업무·상업지구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은마아파트는 주변 연계 개발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35층 이상 재건축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 판단입니다.

 
▲ 한강변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밀집한 서초구 잠원동 일대/이명근 기자 qwe123@

 

이런 초고층 제한을 변수로 최근 강남 재건축 부동산 단지의 가격 흐름은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고층 재건축 가능성이 열린 잠실 주공5단지와 시의 35층 기준을 수용하면서 사업 속도를 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는 최근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탔습니다.

  

부동산업계와 KB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49㎡의 평균 매매가는 11.3대책 이후 한 달 사이 5000만 원가량 낮아진 13억9000만 원이었는데 최근 시가 '50층 가능' 여지를 두면서 14억6000만 원까지 호가를 높였습니다. 반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107㎡는 지난달 매매가 25억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29억3000만 원까지 뛰었다고 합니다.

 

▲ 최고 35층 제한을 수용한 반포1지구의 사업 계획 조감도 및 개요(자료: 서울시)

 

반면 초고층 재건축이 막힌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1차 전용 160㎡의 평균 시세는 작년말 25억9000만 원에서 현재 24억원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역시 49층 초고층 계획을 퇴짜 맞은 은마아파트도 전용 76㎡ 시세가 12억 원에서 11억 원 선으로 하락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높이 제한을 받는 단지 조합원들의 불만이 생기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몇 해 사이 시의 결정에 따라 사업 계획을 이리저리 바꿀 수밖에 없었고, 또 집값도 부침을 겪었으니까요. 재건축 주민들은 서울 시장이 바뀌면 높이 기준이 다시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합니다.

 

시는 복잡한 상황이 얼른 정리되길 바랄 테지만 결국 혼란을 조장한 것은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시 행정입니다. 재건축 아파트 높이를 둔 논란도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 '35층 제한이 획일적 스카이라인을 만든다'고 주장하는 측의 예시도. 시는 이같은 예시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는 "49층으로 높여도 동간 통경축을 살리기 어렵고, 35층 재건축을 해도 충분히 다양한 층수 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자료: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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