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CEO워치]"건설한국 40년..생애전환기 검진 받을때"

  • 2017.07.10(월) 15:59

경영평가 '서프라이즈' 강영종 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주요시설 노화 빨라져..1년에 200조 감가상각"
"유지관리 효율성 인식 절실..예산·일자리 늘려야"

건강보험 가입자나 의료급여수급자가 만 나이로 마흔 살이 되면 보건소에서 안내통지가 나온다.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이다. 생활에 별 문제가 없더라도 다시 한 번 건강을 점검할만한 연령이 됐다는 얘기다. 40대 들어서면 암, 뇌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발병률이 급상승하기 때문에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학적 통계에 기반한 검진제도다.

 

"사람 몸뿐일까요? 교량, 댐, 터널과 같은 국가 주요 기간시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보하기 시작한 사회기반시설(SOC, 사회간접자본)들은 이제 40대 중턱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하루 5만대 차량이 시속 80km로 달리도록 설계된 다리라도 구조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어디 문제는 없는지 제대로 진단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제 역할을 못하게 될 수 있죠."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인프라 건설 40년 역사를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이뤄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어 "이런 시설을 잘 관리하면 100년 동안 쓸 수도 있지만 구조나 성능에 대한 유지관리가 소홀하면 시설 철거, 재건설 등 '쓰나미' 같은 비용 증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주요시설물의 안전 유지를 맡고있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최근 발표된 '2016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화제로 떠오른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이다. 2년 연속 최하위인 'E(아주미흡)' 등급을 받다가 작년 경영평가에서 'A(우수)' 등급을 받아 조명이 쏟아졌다. 이를 계기로 만난 강영종 이사장은 마치 의사처럼 '건강할 때 예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다리 새로 놓을 돈 유지보수에 쓴다면"

 

강 이사장은 국가적 자산인 주요 사회기간시설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이 시설의 자산가치가 한 해 200조원씩 깎여 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새 시설을 건설하는 것보다 기존 시설을 유지보수(maintenance)·관리(management)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다.

 

- 국내 사회 인프라는 이제 건설이 아니라 유지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쉬지 않고 시설물을 건설해 온 덕분에 국가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1·2종 시설물은 공단의 모법(母法)인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이 제정된 1995년에는 1만600여개에 불과했지만 2016년 말 기준으로는 8만개 가까이 된다. 대형 시설물의 양적 증가를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가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특히 시설물은 급속하게 노후화하고 있다. 국가시설 정책도 건설중심에서 시설 가치 관리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시설물 종합성능을 과학적으로 진단·분석해 최적의 보수시기를 결정하는 '예방적 유지관리체계'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 시설 노후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되나.
▲ 공단 시설물정보시스템(FMS)상 1970년대 중반부터 40년 간 건설된 8만개 정도의 1·2종 시설물 건설에 들어간 비용만 약 1200조원이다. 현재 시장 가치로는 약 66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기타 시설, 산업시설, 복지시설, 교육시설 등을 더하면 우리나라 전체 시설물의 경제적 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회계상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 손실을 연 5% 정도로 볼 때 이를 유지, 관리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한 해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0조~300조원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안전 확보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유지관리 비용은 필요하고 가치있는 투자다.

 

- 이사장 취임 후 둘러본 현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은 작년 9월 경주 지진피해 현장이었다. 공단은 첫 지진 직후 긴급대응팀을 경주와 포항에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국민안전처, 중앙지진재해조사단 업무지원 등 총 183개 현장에 연인원 164명을 투입해 다양한 업무 지원을 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지진에 대비한 시설물 안전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계기로 공단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국가내진센터설립 추진단'을 신설했다.

 

◇ "원래 잘하던 조직..임무와 평가 연결했을 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성과를 거둔 비결이 있을까? 작년 초 그가 갓 취임했을 때다. 강 이사장은 정부 지원을 끌어내려 다방면으로 분주하게 뛰고 있었다. 그 때 들은 쓴소리가 일침이었다. "강 이사장 말이 다 맞는데요. 지원 받으려면 경영평가부터 잘 받고 오세요"란 말이었다. 강 이사장은 "그때부터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고민을 시작해 전사적 조직을 만들었다"며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고생해 만들어낸 결과"라고 감회를 밝혔다.

 

- 이번 경영평가 결과 예상은 했나.
▲ 자신은 있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까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2년 연속 E등급 받은 직후부터 전 임직원이 경영혁신을 다짐하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내심 기대를 하다가 실제로 A등급을 받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모든 임직원이 '마침내 해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을 거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동력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의미있는 성과다.

 

- 뒤집어 말하면 2년 전만 해도 공단 경영이 비효율적이었다는 뜻인데.
▲ 일을 못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전에도 적은 인원으로 많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다만 안전에 대한 '사명'만을 중심에 뒀지 기관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관심 밖이었던 게 사실이다. 평가 체계에 맞도록 공단 운영 시스템을 개편하는데 소홀했고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얼마나 값진 성과를 내는지 등을 평가에서 보여주는 노력도 부족했던 것이 점수를 못 받은 원인이었다. 이후 임무와 평가를 연결시키면서 조직내 소통도 더 원활해 졌다. 경평 준비하면서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이다.

 

▲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우리나라 시설안전 관리는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이라고 평가하나.
▲ 1995년 시특법이 제정되고 공단이 운영된 지난 22년 간 주요 시설물 사고가 전무하다. 이후 우리나라는 시설물 안전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우수한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진단이나 유리관리에 필요한 기술 역시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을 진단 및 유지관리 기술에 융합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시설안전 부문 '일자리 창출'에 최적"

 

강 이사장에게 시설 안전·유지관리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직설적으로 답했다. '돈과 사람'이라고. 강 이사장은 "민간 대기업에서 경력직으로 들어온 한 직원이 공단 업무강도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고 하더라"라며 "임무가 많아진 만큼 일할 사람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 정부 화두가 '일자리 창출'이란 점에서 인력 확충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 시설 안전을 확보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시설물 건설도 중요하지만 유지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그에 따른 정책적 지원과 예산 투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재 유지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은 건설 예산의 10% 미만으로 추정된다. 똑같은 1조원이라고 해도 이를 건설에 쓰면 다리 하나 놓는 금액이 될 수 있지만, 유지관리에 쓰면 수십 개의 다리의 수명과 성능을 10년씩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어떤 게 효율적인가 생각해 볼 때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전과 유지관리를 다룰 인원을 확충하는 것도 절실하다.

 

- 지난달 말 진주혁신도시로 본사 이전을 하면서 관리 대상 시설물이 집중된 수도권과 너무 멀다는 지적 있는데.

▲ 공단본사와 수도권과의 거리 문제는 공단 이전에서 최대 현안이다. 공단이 맡은 주요 업무가 시설물이나 건설현장 사고 발생시 즉각적으로 구조안전을 판단하는 일이다. 이걸 판단해야 케이블이 끊어진 사장교를 전면 통제해야 할지, 무너진 터널에 구조대를 투입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차로 4~5시간 걸려 현장에 닿을 수 있다면 '골든타임' 내 초동 대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2차 사고 예방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긴급조치팀 성격의 중부권 안전본부 신설을 건의해 추진중이다.

 

- 앞으로 바라는 점은.
▲ 조직 슬림화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 노력을 통해 대내외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안정된 조직 운영과 성과 관리체계를 확립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부여받은 업무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일을 워낙 많이 시켜 직원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임무의 종류와 관리 시설물 등이 배로 늘어난 만큼 공단 내에 늘려야 할 일자리가 매우 많다고 본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 [대담=김상욱 비즈니스워치 부동산 부장]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