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 팔 기회 주겠다" 시장의 역설

  • 2017.08.07(월) 15:13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 8.2대책의 설계자인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시기를 내년 4월로 잡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양도세 중과의 가장 큰 부작용은 거래 동결인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매물이 나와야 시장이 더 안정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죠.

 

그의 의도대로 시장에선 벌써 급매물이 나온다고 하네요. 친구 따라 강남 갔던 풋내기 투자자들이 먼저 발을 뺀다는군요. 대박을 좇다 쪽박을 차게 생겼으니 말이죠. 강남 집값이 오른다기에 은행 돈 박박 긁어 갭 투자라는 걸 한 사람들은 닥쳐올 `하우스 푸어`의 그림자가 두렵기만 합니다. 여기에 시중 금리까지 오르면 그야말로 답이 없습니다.

 

그 공포는 당분간 더 커질 겁니다. 집을 내놔도 정작 사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정부가 쳐 놓은 이중삼중의 규제 올가미를 뚫고 집 사겠다는 간 큰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정부는 투기세력을 봉쇄하기 위해 ①3억 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을 신고토록 했으며 ②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40%만 적용하고, 가구당 1건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차단했고 ③ 양도세를 기본세율의 10%포인트(2주택), 20%포인트(3주택 이상) 더 물리기로 했습니다.)

 

특히 강남은 소형아파트도 10억 원을 넘는 초고가 시장인 데다 정부가 잘 드는 칼인 세무조사 카드까지 들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몰래 즐기고 있는 부류가 있습니다. 누구나 짐작하듯 현금 동원력이 좋은 강남 부자들입니다. 이들은 우선 대출을 받지 않고도 자력으로 집을 살 수 있습니다. LTV를 10%까지 줄여도 문제가 없다는 얘깁니다.

 

이런 이유로 자금조달계획서라는 필기시험 관문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죠. 양도세 중과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든가 자녀에게 증여를 하든가 해서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인 회계사와 변호사들이 합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주죠.

 

그러나 강남 부자들은 때가 오길 기다릴 것입니다. 어린 가젤을 노리는 세랭게티 초원의 사자처럼. 가격이 바닥을 칠 때까지 하우스 푸어가 두 손 두 발을 들 때까지. 포커 판에서 주머니가 두둑한 사람이 돈을 쓸어가듯 머니게임의 속성상 승자는 언제나 돈 있는 쪽이니까요.

 

이렇듯 집 팔 기회를 준다는 말을 한 꺼풀 벗겨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강남 부자에게 싸게 집 살 기회를 주겠다는 얘기가 됩니다. 김수현 수석의 큰 그림은 양도세 중과로 뒷문을 닫아걸면 다주택자들이 급매로 집을 처분할 것이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시세보다 싼 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일석이조의 꿈일겁니다.

 

하지만 시장은 선한 의지가 그대로 작동하지 않죠. 강남처럼 특수한 환경의 시장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강남 집값을 완전히 잡으려면 이런 역설까지 뒤집어야 하는데 그 꿈은 과연 실현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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