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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가질 수 없는 너' 된 이유

  • 2018.02.28(수) 17:34

안전진단 기준 강화…규제강도 높아져
재건축 연한 연장·분양가상한제 등 카드 남아

'바람 앞의 촛불' 요새 재건축 사업이 딱 그렇습니다.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기조 아래 정부의 잇단 규제로 재건축을 추진하려던 여러 단지들이 말 그대로 ‘집단 패닉’에 빠진 상태인데요. 도대체 정부가 어디에 어떤 칼을 빼들었기에 재건축 시장이 요동치는지 궁금합니다.

궁금하다면 한 번 봤던 것도 다시 봐야겠죠? 지난 '하늘 위에 재건축, 넌 누구니' 편에서 재건축 사업의 추진 절차와 주목해야할 부분 등을 짚어봤다면 이번에는 최근에 실시 혹은 발표되면서 이전보다 더 높아진 산(규제)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관련기사 : [포스트]하늘 위에 재건축, 넌 누구니?)


1. 안전진단 기준 강화
 
먼저 최근 가장 큰 이슈인 ‘안전진단’입니다. 사업 준비단계로 분류되는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출발이자 이전까지만 해도 통과의례 수준에 불과했었는데요. 지난 2015년 안전진단 기준을 낮춰 재건축 사업을 용이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정부는 주거환경중심 평가를 도입해 주거환경 평가 가중치를 기존 15%에서 40%로 끌어올렸고, 재건축 연한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시켰죠. 이 기준에 맞춰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단지의 주민들은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오고 있었는데요.
 
여러 단지에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냈고, 이 영향으로 집값이 튀어오르자 정부가 다시 과속방지턱을 놓게 된 것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주거환경 평가항목에서 주거환경 비중이 낮아지고 구조안전성은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주거환경은 기존 40%에서 15%로, 구조안전성은 20%에서 50%로 높아졌죠. 이 때문에 열악한 주차난 등 주거환경에 고통을 호소하던 단지 주민들의 불만이 큽니다.

여기에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도 까다로워집니다. 본래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성에 큰 결함이 없는 경우 재건축 시기를 조정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실제로는 시기조정 없이 바로 재건축 사업이 추진돼 '조건부 재건축=재건축'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친 다음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는데요. ‘조건부 재건축=재건축’이라는 공식이 깨지게 된 셈이죠.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워낙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이는 까닭에 정부가 진짜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2.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재건축 및 재개발 조합원 거래도 묶였습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사업 주체인 조합을 설립(조합설립인가)해야 하는데요. 그동안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조합원 자격을 두고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이 거래에도 방지 벽을 쳤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8‧2대책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자격 거래를 금지, 일반분양분뿐 아니라 조합원 분양권 전매를 막은 것이죠. 재건축 사업에 투기수요가 몰려 조합원들의 분양권을 두고 여러 번 '손바꿈'이 일어나 결과적으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른다는 판단에 기인한 결정입니다.
 
또 예외적으로 거래가 허용됐던 조합원 지위에 대한 기준도 높였는데요. 이전에는 조합이 설립됐음에도 2년 이상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못하거나,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2년 내 공사가 시작되지 못해 조합원 지위만 갖고 있을 경우에는 이를 팔 수 있었습니다. 이 기준도 1년 늘려 3년으로 강화했죠.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3.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다음으로는 올해부터 다시 시행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입니다. 이 규제는 재건축 사업의 난코스로 꼽히는 관리처분계획인가에 적용되는 것인데요. 조합원 분양분과 일반 분양물량, 부대 복리시설 등에 대한 권리를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관리처분계획입니다.

여기에는 재건축 부담금도 포함되는데요. 재건축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 조합원들이 부담할 금액을 결정하는 것인데요. 단순히 소요된 비용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시점부터 입주 때까지를 기준으로 평균 집값 상승분도 포함합니다.

즉 재건축으로 새 아파트를 받고, 이를 통해 집값이 예전보다 올라 얻는 수익에서 사업에 들어간 비용을 빼는 것이죠. 이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최대 50%를 정부가 환수해 가는 것입니다.


특히 정부가 지난 1월 서울 20개 재건축 단지의 재건축 부담금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3억6600만원이 나왔다고 발표하면서 조합원들이 단단히 뿔이 났는데요.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을 관리처분계획에 포함하면 그 만큼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4. 남아있는 카드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꼽힙니다.
 
재건축 사업이 이뤄지는 민간택지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2배 초과하면서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거나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이 각각 5대1 초과,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경우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 대신 사실상 분양가를 컨트롤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있어서죠.
 
▲ 개포주공 8단지 전경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HUG는 지난해부터 분양보증 심사과정에서 주요 지역 분양가를 앞서 분양한 단지보다 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막고 있습니다.

 

일례로 오는 3월 분양 예정인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의 분양가는 3.3㎡ 당 4100만~4300만원 선으로 예상되는데요. 인근 시세(3.3㎡ 당 4736만원)와 비교하면 낮은 편인데, 작년 말 분양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평균 분양가가 4160만원으로 책정된 바가 있기 때문이죠.

 

분양가 상한제가 시장에서 강력한 규제인 만큼 정부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이 지속적으로 과열된다면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재건축 연한 연장 카드도 있는데요. 앞서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통해 연한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워낙 예측불허의 상황인지라 실효성은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다시 40년으로 되돌릴수도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않는 이유죠.

 

이처럼 재건축 관련 규제를 촘촘히하면서 정부가 시장에 보낸 시그널은 명확합니다. 불필요한 재건축은 막고, 집을 투기 대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런 규제가 오히려 특정 지역의 집값만 올리고 재건축이 진짜 필요한 곳은 사업 시행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진짜 재건축이 필요한 곳은 규제에 관계없이 사업 시행이 가능하고, 관련 조치들은 뒤틀렸던 재건축 사업 관련 규정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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