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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대신 '숙제·부담' 떠안은 건설사 주총

  • 2018.03.23(금) 16:26

국민연금 '반대'에 부담스런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등 대표이사 교체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아직 부족한게 맞습니다."(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최근 연이어 나온 이슈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습니다."(강영국 대림산업 대표)


정기주주총회라고 하면 보통 한해를 결산하고 주주들에게 그 결실을 배당을 통해 공유하는 자리다. 그런 면에서 어떤 기업에 잔칫날이 되기도 하고 그저그런 의례적인 행사로 끝나기도 한다.

 

올해 주요 건설사들의 주총은 달랐다. 좋게 표현하면 '다이나믹' 했고, 주총을 전후로 불거진 각종 이슈들로 인해 경영진들에겐 무거운 숙제와 부담을 안기기도 했다.

 

특히 이미 예고된 바 있지만 사실상 올해 처음으로 이뤄지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앞으로 이들 건설사의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올 일말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그래픽/유상연 기자)

 

◇ 달라진 국민연금, 반대의사 적극 표명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는 어제(22일)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서 또다시 거론됐다. 최근 한 언론에서 용인 에버랜드 공시지가의 급격한  인상이 합병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국토교통부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시로 당시 공시지가 산정과정과 급격한 인상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고도 밝혔다.

삼성물산 안팎에서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날 주총에서 한 주주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당했다"고 성토했다. 또 "당시 합병은 삼성물산이 아니라 제일모직과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주주는 "에버랜드 공시지가 문제 등에 대해 회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법적이라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획 승인을 결의한 당시 이사회 멤버였던 최치훈 의장과 이현수·윤창현 사외이사 등 3명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의견을 냈다.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수행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국민연금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5.57%다. 이재용 삼성전부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9.08%다. 해당 안건은 예상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의 반대가 당장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기업들의 긴장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조금 일찍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면 다른 소액주주 등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지분을 더 매입하는 등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은 23일 현대산업개발 주총에 앞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도 반대의견을 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해 현대EP, 아이콘트롤스, 아이앤콘스, 아이서비스, 호텔아이파크 등 6개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임, 과도한 겸임 기준에 걸린다.

국민연금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9.98%로 적지 않다. 역시 안건은 80% 이상의 찬성율로 통과했지만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엔 연임안건이 통과됐지만 국민연금의 지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이사 재선임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림산업, 대표이사 교체…새 진용 구축

 

최근들어 속속 오너 일가의 직접적인 경영참여를 자제하고 전문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대건설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을 포함한 3명을 새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이후 6년간 기타비상무이사로 등기임원 자리를 유지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물러난다.

 

대림산업의 경우 연이어 불거진 갑질횡포로 인한 부담과 '전문경영'이라는 명분이 더해지면서 이해욱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부회장과 사내이사 지위는 유지한다.

 

대형 건설사 중에선 GS건설 정도가 오너가인 허창수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셈이 됐다.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도 GS건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남아 있다.

 

대림산업은 이 부회장과 함께 김재율 석유화학부문 사장과 강영국 부사장도 함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 대표이사 3명을 모두 교체했다. 김상우 석유화학사업부 사장과 박상신 건설사업부 부사장이 새 대표이사를 맡는다.

 

대림산업은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데 이어 최근 경찰 수사에서도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이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는 주총에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 새로운 조직을 운영하고 혁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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