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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강남 ②명문고 천국의 탄생

  • 2018.04.13(금) 14:51

명문고 이동으로 강남이주정책 마침표
서울대 합격자 상위 30개 고교중 12개 강남


한국 부자들(금융 자산 10억원 이상),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거주하는 부자들이 이 곳에 사는 첫 번째 이유로 꼽은 것은 바로 ‘좋은 교육환경’이다. 전체 부자들이 교육환경을 거주 이유로 꼽은 비율이 19%인데 반해 강남 부자들은 37%에 달했다. 그만큼 강남의 교육환경은 좋다.

강남에는 전통 명문인 경기고와 서울고를 비롯해 강남 개발과 함께 떠오른 신흥 명문고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강남에 몰려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남 개발을 시작한 후, 강북 지역 사람들을 강남으로 이동하게 하는 유인책으로 강력한 파급력을 발휘했던 것이 바로 강북 도심에 있던 학교들의 이전이었다. 철저한 계획에 따른 결과물인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남 학군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소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들이 강남에 몰려있다. 우리 엄마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빚을 내서라도 강남 살기를 꿈꾸는 이유다.


◇ 강남으로 이사 간 명문고

1966년 제3한강교(한남대교) 착공을 시작으로 강남 개발이 본격화됐다.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개선됐고, 여기에 대규모 주거단지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강남은 강북에 비해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 탓에 강남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강남 이주정책을 펼친다. 교통망과 고속버스터미널 등 교통시설 구축, 최신식 의료기관과 도서관을 비롯해 백화점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강남에 들어선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명문고들의 이전이다.

‘개천의 용’을 꿈꿨던 당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먼저 명문 중학교와 명문 고등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진학률이 높고 고위 공직자들을 다수 배출한 명문고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전쟁이 펼쳐진 이유다.

과도한 입시전쟁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1969년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고, 1974년에는 고교 평준화정책이 시행된다. 그럼에도 명문 학교에 대한 향수는 여전했다. 당시 서울시장인 양택식 시장(제15대 서울시장, 1970~1974년)은 이를 노렸다. 지금도 명문으로 꼽히는 경기고등학교를 강남으로 보내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모두 따라갈 것이라는 게 양 시장의 생각이었다.

이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개발의 성공 뿐 아니라 도심 교통과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이전을 결정한다. 시범 사례로 공립인 경기고와 서울고가 먼저 강남으로 넘어간다.


이후에는 사립학교들의 이전을 독려했다. 1977년에는 중‧고등학교 강남 이전 지원을 위해 학교 당 건축비 3600만원 지원, 학교부지 정지(토지 정비)‧도로개설‧포장‧상하수도 시설 완비, 부지 매입에 따른 취‧등록세 감면 등 특혜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학원 시설도 이전시켰다. 학교만 이전해서는 학생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종로 일대에 몰려있던 인문계 사설학원 36개에 대해 강남과 잠실‧영등포 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권장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건축법’을 적용해 고발하는 등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한편 이전하면 각종 경제적‧행정적 특혜를 약속했다.

이처럼 서울시의 학교 이전 정책과 공립 명문고인 경기고와 서울고가 성공적으로 강남에 안착하면서 사립 명문고들의 강남 이사가 뒤따랐다. 결과적으로 1960~1970년대 서울지역 명문고로 꼽혔던 다수의 학교가 강북 도심지역에서 강남으로 교정을 옮겼다.

◇ 지금도 강남은 명문고 천국


명문고가 있을 뿐 아니라 명문고를 중심으로 학원가가 형성된 강남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320개 고등학교 중 강남3구에 52개의 학교가 몰려 있다. 22개 고등학교 있는 강남구의 경우, 노원구(25개)와 강서구(23개)에 이어 세 번째로 학교가 많다.

반면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의 숫자는 많지 않다. 서울 지역 62개의 특목고‧자사고 가운데 강남3구에는 10개에 불과했다. 강남지역에 특목고와 자사고까지 몰리면 지역별 교육 편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강남 학군 선호도가 높은 것은 이른바 서울대 합격자 수로 평가받는 고등학교 서열에서 강남 지역 학교가 높은 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출신 고교별 순위를 보면 상위 30개 학교 중 12개 학교가 강남에 있다. 강남으로 가장 먼저 이주한 서울고가 3위, 경기고가 11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기에 강남이 개발되면서 상문고 등 신흥 명문고들이 생겨났는데, 이들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신구 명문고가 구축한 학군은 강남을 떠받치는 가장 큰 기둥이다.

강남의 명문 학군은 집값 상승과 연결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인 정권에 따라 교육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뀐다는 점은 강남 선호도를 더 높이고 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교육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강남에 있는 명문고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사교육 의존도가 커져 대형 학원가가 있는 강남 쏠림현상이 심해진다.

이미 연 초 이같은 현상이 한바탕 휩쓸고 간 바 있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자사고와 특목고, 일반고 학생을 과거와 달리 동시에 선발하기로 하면서 강남8학군 부활 가능성이 제기됐다. 불붙었던 강남 집값 상승세에 부채질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수능 절대평가와 수시‧정시 통합 등 대입 관련 대규모 정책 변화가 예상돼 숨고르기에 들어간 강남 집값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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