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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땅은 '소유' 아닌 '이용'의 대상입니다"

  • 2018.05.04(금) 16:27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
감정평가사 역할 반드시 필요…감정원과 협력관계 구축
토지공개념 긍정적…부동산 인식 바뀌어야

우리 국민들의 땅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크다. 국토 면적 자체가 좁은 까닭에 희소성이 부각되고, 개발시에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그런 만큼 땅의 가치 척도인 가격을 매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에서 부동산 가치를 평가(가격을 매기는)하는 역할은 감정평가사들이 맡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한국감정원이 국가의 주요 부동산 가치산정 업무 대부분을 수행하며 일반 감정평가사들의 역할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올 3월부터 16대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으로 취임, 공식 업무를 시작한 김순구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 2일 만난 김순구 회장은 감정평가사 업무 고유영역을 지키면서도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해 부동산 시장에서 감정평가사들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전문가로서 최근 부동산 시장 이슈인 토지공개념과 남북 경제협력시 북한 토지 이용에 대한 의견도 들어봤다.

▲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

◇ 감정원과 관계 개선으로 줄어든 입지 강화

'부동산 시장의 감정사'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감정평가사들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6년 9월1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 시발점이다. 주요 업무중 하나였던 부동산 가격 공시를 위한 조사 산정과 검증 등의 업무를 한국감정원이 전담하게 된 까닭이다.

김순구 회장은 "이전에는 감정원뿐 아니라 일반 감정평가사들도 공시가격 산정 등 국책업무를 수행했지만 현재 국책업무는 한국감정원이 전담하고 있다"며 "이전 업무를 100으로 본다면 현재는 60~70 정도에 해당하는 민간 감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역할이 줄어들면서 감정평가사 시장 전망도 어두운 상태다. 감정평가사가 되기 위한 시험 경쟁률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순구 회장은 "예전에는 1년에 150명 가량 뽑는 시험에 7000명 이상이 응시했지만 올해 경쟁률은 15대 1 수준으로 이전보다 3분의1 가량 줄었다"며 "노량진이나 신림동 고시촌을 가보면 감정평가사 인기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협회 수장인 만큼 김 회장은 감정평가사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지역정통평가사제도 도입으로 실질적인 부동산 동향을 파악해 감정평가사들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국 약 4000명의 감정평가사 회원들을 보유한 협회가 곳곳에 퍼져 있는 회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순구 회장은 "특정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 그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정평가사를 대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역정통평가사로 임명해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의 활동으로 얻은 토지 정보를 회원들이 공유하면 감정 의뢰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특히 김 회장은 감정평가사들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감정원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감정원이 국내 부동산 시장 전체의 통계를 산출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협회내 감정평가사들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고도화된 통계를 산출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순구 회장은 "감정평가사들이 전국에서 측정한 토지 가격을 감정원에게 제공하고 감정원이 이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면 이전보다 더 정확한 데이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그 동안 대립 관계였던 감정원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국내 부동산 시장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토지공개념? 제도는 충분…인식이 중요

감정평가사 탄생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이슈였던 토지공개념과 그 뿌리를 같이 한다. 당시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지가 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로 공시지가 제도가 도입됐다. 이 공시지가를 책정하는 주인공이 감정평가사다.

김순구 회장은 "공시지가 제도는 토지 과세의 기초가격을 만드는 것이며 부동산의 가장 기본 역시 가격"이라며 "개발 이전과 이후 이 토지에 대한 가격이 어떤지가 중요한데 이를 결정하는 게 감정평가사들의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평가사가 감정 업무를 정확히 수행해야 국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순구 회장 취임 후 감정평가사협회는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감정평가사와 함께하는 부동산 교실 운영'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교육을 실시해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데서 착안한 것이다.

김순구 회장은 "우리나라는 부동산을 단순히 소유의 개념으로만 바라보는데 이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부동산은 소유보다 이용의 대상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청와대 헌법 개정안에 담겼던 토지공개념에 대해서도 궤를 같이한다. 그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내 땅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땅의 가치를 측정해 소유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감정평가사들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남북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경기도 파주 등 접경선 일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땅을 소유의 개념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남북의 경제협력이 이뤄져 파주 인근의 땅값이 상승했다면 이에 대한 차익 모두를 소유자 개인의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개인의 이익을 일정 부분 환수하기 위한 여러 법적인 수단은 이미 갖추고 있지만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내 의지가 아닌 개발로 인해 땅값이 오르면 이것은 개인 이득이 아니라 국가가 향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땅값이 오르는 것"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부동산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순구 회장은 남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북한 토지 개발과 관련 감정평가사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김순구 회장은 "북한 토지 개발시 우선적으로 철도나 도로 등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 역시 땅값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 토지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중요한데 감정평가사들의 지역과 개별 분석 등을 통해서 땅값을 정확히 매겨야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은
1959년생으로 충북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감정평가사 11기로 감정평가 업무를 시작했으며 대화감정평가법인 대표자협의회 의장과 대표이사, 한국감정평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와 함께 한국감정원 노동조합위원장과 한국부동산연구원 이사, 한국감정평가학회 부회장 등의 업무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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