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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주52시간의 늪]②해외도 난리법석

  • 2018.05.27(일) 09:32

비용 상승‧공기 증가→수주 경쟁력 약화 우려
수주 감소‧비용 문제로 해외 일자리 감소할수도

"국내는 어떻게든 시행해볼 수 있겠지만 해외는 답이 없어요. 수주에서 밀리면 결국 해외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주52시간 근로 시행을 한달여 앞두고 국내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장에도 국내 근로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사업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국내와 전혀 다른 해외에도 유예기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바로 시행하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주52시간 근로가 적용될 경우 비용과 공사시간 증가 등이 불가피해 터키와 중국 등과의 수주 경쟁에서 밀리고 결과적으로 해외 건설현장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 수주절벽 우려

국내 건설사들은 2010년 이후 중동 지역 해외 플랜트 사업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해외 수주에 나섰다. 그 결과 2010년에는 715억7900만달러 규모의 사업을 따내며 정점을 찍었다.
 
문제는 이들 해외사업장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기술력 부족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최근 몇년간 건설사들이 추가 수주보다는 해외 부실 사업장 관리에 주력한 이유다. 수익성 중심 수주정책으로 해외실적은 계속 감소해왔다.
 
하지만 해외사업장 정리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다시 해외시장을 노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290억100만달러로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52시간 근로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근로하더라도 국내 기업 소속이면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돼 주52시간 근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파견된 해외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대체 인력을 충원하거나(비용 증가)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수주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시 산술적 추가인원은 1.3배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2배 가까운 인건비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사업중 70%는 플랜트다. 이 공종은 공사기간 준수가 최우선 순위인 만큼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가격 경쟁력에서는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을 비롯해 터키 등의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 기업들에게는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기술력과 자체 시공 능력 등을 통해 해외 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어느 한 부분에서 경쟁국들에 비해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기술력은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에게 밀리고 가격에서는 중국과 터키 등의 저가공세에 밀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해외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를 적용하면 공사기간은 늘어나고 인건비도 증가해 앞으로 수주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 해외 건설 일자리도 위협

수주 경쟁력 악화로 해외에서 사업을 확보하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해외 건설현장에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해외 건설현장 근로자는 관리‧기술직 1만5931명, 기능직 2510명 등 총 1만8441명이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은 해외 기업들의 진출이 어렵고 국내 기업들이 나눠먹는 구조라 건설현장에서 생기는 일자리는 꾸준하다"며 "반면 해외는 여러 국가들과의 경쟁인 까닭에 국내 기업들이 수주를 못하면 기존에 확보했던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와 해외 건설현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크다. 국내 건설사들이 다수 진출한 중동 지역의 경우 주 6일 근무(금요일 휴무)가 보편화 돼있다. 기후 여건을 감안하면 단축된 근로시간 준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파견된 현장 근로자들은 대부분 현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이 근무를 하지 못하면 현지 채용 근로자들 역시 사실상 업무를 놓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계약된 공사기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장벽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을 수주한다해도 추후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아야 하는 국내 중소업체들보다 해외 현지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여기에 해외 파견 근로자들은 국내보다 힘든 업무환경을 높은 임금으로 보상받아 왔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이전보다 임금이 줄어들면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해외 근로 경험자는 "국내 건설현장에선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퇴근 후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중동과 동남아 등 낯선 해외 건설현장에서는 근무 이후에 국내 근로자들이 여가시간을 가질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이에 더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전보다 급여가 줄어든다면 굳이 힘든 해외 현장 근로를 선택할 이유가 사라져 지원자를 찾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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