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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주52시간의 늪]③대안은 있나

  • 2018.05.29(화) 14:26

건설사 및 건협, 해외는 유예 요구 국내는 시행 준비
정부, 국내 공기‧공사비 협상 요건 마련…해외는 글쎄

'주52시간 근로'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건설업계로서는 이제 불만 표출보다는 현실적인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 역시 강압적 시행이 아닌 업계의 요구에 맞는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공사비와 공사시간 등을 발주처와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외근로 유예 등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고 노동계 반발이 거세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에선 정부 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주52시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 건설업계, 해외공사 적용 유예 요구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의 모임인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4월 ▲공사기간 연장 및 공사비 보전 조치 ▲단계적 시행에 따른 공사규모별 적용방안 마련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해외공사 적용 유예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건설현장은 규모가 다른 어려 사업체가 공동도급 및 하도급 계약을 통해 함께 참여하는 까닭에 기업 규모(상시근로자수)별 단계적 시행 방안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건설협회의 입장이다.

또 단축된 근로시간을 준수하되 현장시공과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변수가 많다는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해 현행 법률상 인정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무엇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공사기간과 인건비가 늘어난다는 점이 건설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다. 건설협회는 2017년 근로시간을 단축한 일본의 경우 건설업에는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사례를 제시하며 해외 사업장만이라도 근로시간 단축 유예를 바라고 있다.

해외 사업장은 비용과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수주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미 계약된 공사에 대한 공사가 늦어지면 수천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건설업계가 해외 사업장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민감한 이유다.


◇ 정부, 국내 발주처-시공사 간 협상 가능성 마련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후폭풍에 대비해 숨 쉴 틈을 마련해 준다는 계획이다. 우선 국내 공공공사는 발주처가 국가 기관인 만큼 해당 기관에 공문 등을 보내는 방법으로 시공사와 공사비 추가 및 공사기간 연장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민간공사에 대해서도 발주처와 시공사 간의 협의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공사 수급자가 근로시간 단축 등 법 개정을 이유로 도급자에게 공사시간을 연장하거나 계약금액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 예고했다.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내달 중순에는 새로운 표준도급계약서가 시행돼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되는 7월부터는 활용이 가능해진다.

다만 해외 현장의 경우 발주처와 국내 건설사 간의 계약이라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건설협회의 요구인 시행 유예 역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고 노동계의 반발도 있어 불가능하다.

이에 국토부는 해외 현장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극 시행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현장의 특성을 반영해 집중근무 시간과 휴일을 분산해 근로시간을 맞추고 해외 현장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건설현장은 근로시간 연장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공사기간 지연 등을 발주처와 시공사가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유예하거나 발주처와의 계약 변경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탄력근무제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는 방안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사, 시행은 하지만…현실성 부족

대형 건설사들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TF(태스크포스)에 준하는 조직을 구성해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렇다 할 묘수는 찾지 못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시범조직을 구성해 운영해보고 발생하는 문제점이나 비용 등에 대해서 대비하는 정도다.

특히 해외 사업장에서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 등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장의 경우 정부의 정책 의지에 대한 분위기 반영 등을 통해 발주처와의 협의가 유연하게 이뤄질 수도 있지만 해외는 다르다"며 "해외 공사는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근로시간 단축이 어려운 사업장이 많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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