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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명암]上 '공급과잉의 늪'…적체현상 어쩌나

  • 2018.06.15(금) 10:00

수도권 대단지 입주 개시…보유주택 처분 난항
공급과잉 영향 지속…개발이슈도 역부족

#안산시 상록구 고잔 푸르지오 4차에 사는 김용우 씨(가명, 35)는 최근 은행에서 2억원을 추가로 대출 받았다. 지난 2016년 분양 받은 그랑시티자이 1차 입주시기가 다가오면서 이사를 가야하지만 기존에 갖고 있던 집이 좀처럼 팔리지 않아서다. 궁여지책으로 일단 전세입자라도 구해야겠다고 물건을 내놨지만 전세마저 찾는 사람이 없다. 김 씨가 대출 이자의 부담을 안고서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은 이유다.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거래 적체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몇년간 주요 도시 접근성이 좋은 택지지구에서 지속적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이뤄졌고, 이들 단지 입주가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수분양자들은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지만 시장 침체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며 전세를 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도 당분간 공급과잉 여파에 따른 소화불량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 구도심 재건축+택지지구서 대규모 공급

실제 안산의 사례는 수도권 전반의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안산은 화성과 평택, 수원 등에 못지않게 지난 3년간 대규모 신규 분양이 이뤄진 곳으로 꼽힌다. 이제 초기에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시작되고 있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6월 현재까지 안산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총 2만398가구에 달한다. 안산 중앙동 주공1단지와 2단지를 재건축하는 '힐스테이트 중앙' 및 '센트럴 푸르지오', 초지동 군자주공 5단지를 허물고 다시 짓는 '롯데캐슬 더 퍼스트' 등 재건축 단지가 많았다.

또 2016년에는 GS건설이 상록구 사동에 짓는 그랑시티자이를 분양했다. 총 7628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그해 10월 1차 분양에 이어 지난해 2차 분양을 마무리했다. 이 단지는 GS건설이 안산에서 처음으로 '자이' 브랜드를 앞세워 공급하면서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안산 주요 지역에서 재건축을 비롯해 대규모 단지 분양이 이뤄짐과 동시에 안산과 인접한 지역에서도 주택 공급이 활발했다.

대표적인 곳이 시흥 배곧신도시다. 교육 특화지구로 개발된 배곧신도시는 안산 시화공단의 배후주거지로 각광받았고, 인근인 정왕동에는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 새집 갈아타기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역이다. 이곳에서만 지난 3년간 4695가구 규모의 분양이 이뤄졌다.

여기에 화성시 송산택지지구에서도 6281가구가 공급됐다. 송산택지지구는 행정구역 상 화성시에 속하지만 송산과 안산을 잇는 송산교‧시화교가 개통되면서 5~10분 정도면 안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사실상 안산 생활권이다.

◇ 대단지 입주 속속…냉각상태 지속될 듯

 

구도심에서는 재건축, 도심 접근성이 좋은 택지지구 신규 분양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도권 주택시장도 소화불량 상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5월 경기 지역 입주율은 83.5%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입주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입주를 못한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집값과 전셋값도 떨어지고 있다. 안산의 경우 지난해 6월 기준 3.3㎡ 당 주택 매매가격은 981만원을 기록했지만 이달 현재는 976만원으로 떨어졌다.

 

 

앞선 사례의 주인공이 보유하고 있는 고잔 푸르지오 4차 전용면적 84㎡의 경우, 올 3월 4억1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현재 시세는 3억2000만원 선으로 하락한 상태다.

특히 2015~2016년에 분양했던 대단지들의 입주시기가 다가오면서 기존 주택의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안산에서는 센트럴 푸르지오와 롯데캐슬 더 퍼스트가 입주를 시작했고, 그랑시티자이 1차도 입주시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해보면 이달 입주 예정물량은 29개 단지 2만977가구에 달한다.

입주 예정단지 수분양자들은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아파트 잔금을 치름과 동시에 이사를 가려하지만 매매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쩔 수없이 기존 주택을 전세로 내놓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지만 워낙 많은 물량이 공급되면서 전세입자도 찾기 어렵다. 주산연 조사에서도 지난달  미입주 사유는 세입자 미확보(38.7%)와 기존 주택매각 지연(32%) 등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꽉 막힌 주택 매매시장이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집값 반등을 이끌 요인이 있어야 한다. 안산의 경우 지지부진하던 신안산선의 사업자가 선정됐고, 16일부터는 부천과 시흥, 안산을 연결하는 소사~원시선 복선전철 운행도 시작한다.

하지만 이 같은 개발호재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수도권 주택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안산을 비롯해 수도권 주요 지역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이 공급되면서 새 집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매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늦어지면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신안산선 등 각 지역 교통망 개발호재는 구체적인 사업 진척이 있어야 집값 상승을 이끄는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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