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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럴수록 더 멀어지는 '한국의 맨하튼'

  • 2018.07.25(수) 14:51

박원순의 여의도 마스터 플랜, 집값 흔들고 시장 혼란만
사회적 합의·공감대 없고, 구체적 플랜·보완책도 없이 '툭'

"마리나베이샌즈에 너무 감탄해서 그랬나봐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싱가포르 깜짝발표(?)를 두고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의 반응이다. 그만큼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는 발언이 뜬금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사실 박 시장의 여의도 마스터플랜은 내용 상으로 보면 완전히 새롭다거나 쇼킹한 것은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여의도 통합개발이 추진되기도 했다.

 

'2030 서울플랜'에선 강남 광화문과 함께 3대 도심으로 지정되면서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여의도의 노후화된 주택 정비 필요성과 개연성도 충분해 보인다.

 

▲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의 노후 아파트와 학교(네이버 항공뷰)


박 시장의 발언이 뜬금없이 느껴진 데는 발표의 형식이나 절차, 시점에 있다. 통상 대규모 개발계획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파장이 큰 만큼 발표에 앞서 더욱 촘촘한 플랜이 필요하다.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해도 그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나 공감대를 얻는 것도 필수다.

 

하지만 구체적인 장기 플랜이나 여의도가 안고 있는 현안, 이에 대한 보완 혹은 해결방안 등은 모두 빠져 있다.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발언만 보면 당장에 여의도에 경천동지할 변화가 있을 것처럼 인식된다.

 

여전히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가 만연한 상황에서 대형 호재, 투자꺼리로 읽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전문가들조차 이런 식의 설익은 발표는 시장혼란만 부추긴다는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당장 여의도 상업지구, 오피스의 공실률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여의도지역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무려 11.1%에 달했다. 2020년엔 공실률이 약 17%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런 오피스 공실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또 상업지구의 재건축·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여의도 마스터플랜의 핵심은 노후 아파트 재건축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재건축은 기존에 정부가 쏟아낸 각종 규제로 인해 단기간에 진행하기 어렵다.

 

▲ 한창 공상중인 여의도 파크원 조감도(자료:포스코건설)

 

오세훈 시장 시절에도 서울시가 기부채납 40%를 요구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경험도 있다. 그때 없었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까지 부활했다. 현실적으로 더 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이 '한강변 35층 제한'을 고수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의도의 종상향 가능성을 내비친데 따른 특혜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무엇보다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가 자칫 불길을 다시 살리는 기폭제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정부와 시장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번 정부는 소규모 도시계획인 도시재생 뉴딜을 추진하면서도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을 우려, 집값 안정에 대한 보완책을 강조하고 있다. 하물며 여의도와 용산 마스터플랜이란 대규모 개발 계획엔 더욱 세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제동을 건 것도 이런 이유다. 여의도와 용산 마스터플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주한미군이 떠난 자리엔 국가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결국 섣부른 발언이 사업을 지연시키고 시장 혼란만 부추긴 꼴이 됐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도 "부작용만 키우고 또다시 사업 속도가 늦춰지면 힘들어지는 것은 초기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결국 영세한 조합들"이라고 꼬집었다. 설익은 대책과 중앙부처와의 엇박자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에 떠넘겨지는 셈이다.

 

박 시장은 뒤늦게 "종합적 가이드라인과 마스터플랜 아래 여의도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어느 날 한꺼번에 다 개발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며 "전체 플랜을 잘 만들자는 뜻"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제 말 한마디에 이렇게(집값 상승) 되니 제가 중요하긴한가 보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과연 이 농담을 웃어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미 여의도 지역 아파트 매물은 사라지고 호가는 1억~2억원 뛰었다. 규제의 집중포화로 겨우 잠재운 시장의 기대심리는 또다시 꿈틀댄다.

 

박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떠나 이런 방식으로는 박 시장이 그토록 원하는 마리나베이샌즈도, 한국의 맨하튼도 난망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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