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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파트=돈'…불면증 시달리는 사람들

  • 2018.09.06(목) 15:13

불길 커지자 뒤늦은 정책 선회…책임론 부상
무주택자, 서울 '내집마련 꿈' 물거품

"집값 오르는 게 제일 마음이 아프죠. 요새 잠도 잘 못잡니다."(2018년 9월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예방한 자리)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입니다.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됩니다."(2017년 6월 취임사)


취임 1년을 몇달 넘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자신감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손학규 대표가 농담조로 "장관 잘 하느냐"고 던진 질문에 "(기자들이 장관에 대해) 못한다고 지금 난리났다"고 스스로 얘기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집값은 온갖 대책이 무색하게 활활 타오르는 지경이다. 지난 1년간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쏟아붓던 정부는 이제서야 공급확대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자부했던 '임대주택 등록'은 허점을 노출하면서 혜택 축소 등의 손질을 예고한 상태다.

 

김현미 장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잠을 못 이루는 이들은 지난 1년새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내집마련 꿈'이 정말 '꿈'이 돼 버린 무주택자들이다.

 

서울에서 영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상대적인 박탈감을 현실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이들은 김 장관의 잠 못 이룸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에서 직장을 가진 맞벌이 부부들조차 집값 상승 속도를 쫒아가는 것은 버겁다 못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다.

 

▲ 잠실 주공5단지 전경(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분당에 전세를 사는 한 30대 중반 맞벌이 직장인 A씨는 "이제라도 집을 사야할 것 같은데 분당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며 "서울 직장에서 30분 정도 더 멀어지더라도 용인 등 외곽으로 나가야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들에겐 신혼부부 특별공급 역시 하늘의 별따기이긴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부동산 시장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나섰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늘린다, 종합부동산세를 더 무겁게 매긴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3년으로 늘린다 등등이다. 정치권에서조차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하면 큰일 나겠구나 하는 위기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정제되지 않은 얘기들이 오가면서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정작 부동산정책 당국인 국토부는 잘 보이질 않는다. 실질적인 콘트롤타워였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시절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판박이다.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아파트를 집이 아닌 돈, 그 어떤 투자보다 수익률 높은 투자자산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지금의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로는 호재로 작용하면서 불길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이제 제발 (정부가) 가만히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푸념을 그냥 흘려듣기 어렵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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