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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혼부부 특공' 넣고 마음 졸인 사연

  • 2019.01.18(금) 13:21

'일단 넣고 보자' 했다가, 단 한번뿐인 기회만 날릴 뻔
대출규제로 자금부담 커져…자금 사정 꼼꼼히 따져야

“청약 괜히 넣었네. 이러다 당첨 되는 거 아냐? 당첨되면 안 되는데…”
 
저는 신혼부부 4년차 입니다. 최근 새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청약을 넣고도 오히려 당첨될까봐 마음을 졸여야 했던 웃지 못할 상황을 경험했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결혼한 지 만 3년을 넘기면서 내 집 마련이 더욱 절실해졌는데요. 요새는 지금 살고 있는 경기 성남시 주변에서 새로 분양하는 단지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견본주택을 방문하는 것이 어느 덧 일상이 됐고요.

작년 말 성남 대장지구에서 동시에 3개 단지가 분양해 이 지역 주민들 관심을 끌었다는 것 혹시 기억하시나요? 판교와 가까워 앞으로 개발이 본격화되면 지금의 판교처럼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곳인데요. 신흥 부촌이라고 일컬어지는 ‘판교’라는 점에 더욱 혹했습니다.

다만 망설이게 했던 것은 분양가였습니다. 다들 판교 집값이 비싸다는 것은 알고 계실 텐데요. 이 단지는 성남시가 개발하는 지역이어서 지금의 판교에 비하면 분양가가 크게 저렴한 편입니다. 현재 판교 아파트 매매가가 3.3㎡ 당 3100만원을 넘는 상황인데 반해 대장지구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2000만원 수준입니다.

작년부터 부동산 기사에 자주 등장했던 '로또 단지'라는 게 머릿 속을 스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분양권을 팔지 않고 실제 들어가 살아도 판교만한 동네가 없으니까요.

언뜻 보면 혹할 수 있는 가격입니다. 그런데 총 분양가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전용 84㎡ 아파트 한 채가 7억원이 넘었으니까요. 돈 있는 사람들은 ‘판교라는데 이 정도 쯤이야’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 결혼한 지 만 3년을 갓 넘긴 신혼부부 입장에선 7억원이라는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죠.

게다가 성남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있어 대출제한(LTV 40%)은 물론 분양권 전매제한 등 각종 규제로 묶여있습니다.

하지만 '얇은 귀'가 문제였습니다.  ‘이 정도면 진짜 싼거야’ ‘나는 청약 넣어야겠다’ 등 주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신경쓰였습니다. 결국 공인인증서를 꺼내들었죠. 아파트투유에 로그인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넣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특별공급 청약 현황을 확인해 보니 제가 넣은 주택형에 성남 지역에서 27명이 지원을 한 겁니다. 단 25가구 모집인데 말이죠. 이때부터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이러다 당첨 되는 거 아냐?’

그때부터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습니다. 분양가가 7억원이라고 하면 대출은 최대 40%인 2억8000만원, 나머지 4억2000만원을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계약금은 어떻게 할 것이며, 중도금은 집단대출로 한다고 해도 나중에 잔금은 또 어디서 마련할지 등 틈 날 때마다 고민에 빠졌죠.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신혼부부를 위한 대출 지원상품인 ‘보금자리론’ 도 알아봤습니다.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대출이 60%(투기과열지구 기준, 일반 지역은 최대 70%)까지 가능하지만 금액기준으로는 최대 3억원입니다. 결국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에서 큰 차이가 없는 셈이죠. 게다가 대출 가능한 시점도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이전할 때라고 하니 큰 도움이 못 됩니다.

결국 최종 결론은 ‘이건 소화가 안 되겠다, 당첨돼도 계약은 포기하자’ 였습니다. 잔금 치를 때 전세를 놓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라 규제도 많고 기존의 전셋집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추가대출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매제한도 5년 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을 넣고도 오히려 떨어지기를 빌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습니다. 신혼부부와 다자녀 등 특별공급은 평생 단 한 번만 당첨기회가 주어지는데, 덜컥 당첨되면 그 기회를 영영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특공은 당첨됐을 때 계약을 포기하면 그 이후로는 재당첨 기회가 사라집니다. 섣부른 ‘클릭질’ 한 번이 특공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게 되는 셈이죠.

대망의 당첨자 발표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특별공급 예비당첨자 21번이었습니다. 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을 진행한 뒤, 미계약 분에 대해서 예비당첨 순서대로 동‧호수 추첨과 계약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인데요.

워낙 순번이 뒤쪽이라 제 차례까지 올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사 온다 해도 신청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한 숨 돌렸습니다. 물론 다른 단지에 다시 특별공급 청약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유지되고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을 겁니다. 예비당첨자 21번인데요. 애초 불안의 시작은 25가구 모집에 성남시에서 27명 지원이란 점이었는데요. 특공 물량의 경우 일반 청약과 달리 당해 지역에 우선권이 있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역에 관계없이 전체 청약자 중 소득(기준소득 75%, 상위소득 25%) 기준이 가장 먼저 적용됩니다. 그 이후 자녀 수, 그 다음 지역을 본다고 하니 애초에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기타지역까지 하면 총 91명이 지원을 했던 것이고요.

알고보면 '헛똑똑이'입니다. 잦은 청약제도의 변경도 한몫을 했고요. 또 정작 내 일이 되고보니 참 복잡하고 헷갈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집 한 채 마련하는게 참 어렵구나'하는 한탄도 나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로또 청약’ 단지가 쏟아질 텐데요. 당첨만 되면 된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청약 통장을 찔러보는 분들도 여전히 있을 겁니다. 정말 이 집이 나에게도 로또인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금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넣었다가 소중한 기회만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요. 대출가능 금액과 향후의 현금흐름 등을 파악하는 것이 청약 성공의 첫 걸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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